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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K팝 "환경오염 주범" 오명에 '저탄소 콘서트' 도입 움직임

국회 토론회 "K팝 탄소 배출, 이 정도일 줄은…" 가이드라인 필요성 제기

2025.12.02(Tue) 17:32:51

[비즈한국] “반성문을 써야 할 것 같다. 그동안 K팝을 어떻게 세계적으로 확산할까 하는 이야기만 해왔지, 케이팝 콘서트에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탄소가 배출된다는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12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케이팝 저탄소 콘서트 표준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민형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의 말이다. 

 

12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케이팝 저탄소 콘서트 표준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 방안 토론회’. K팝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듯 많은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민형배, 김교흥, 박수현, 김승수 의원. 사진=케이팝포플래닛 제공


막대한 전력으로 쏟아내는 화려한 조명, 수만 명의 인파가 만들어내는 쓰레기까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듣는 K팝 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콜드플레이’, ‘빌리 아일리시’와 같은 해외 팝스타 공연처럼 K팝 콘서트에서도 저탄소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 토론회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정청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15명의 의원이 개회사와 축사를 보냈다. 고양시가 지역구인 이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K팝 공연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살고 있다. 콜드플레이의 노력이 예시로 나오지만, 저녁마다 폭죽을 터뜨리는 콜드플레이 공연을 집 창문으로 보면서 걱정한 기억이 있다.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 탄소 중립으로 나아가려는 대한민국의 노력에 K팝도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K팝 팬들이 모인 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의 김나연 캠페이너는 “지난 7월 ‘최애’ 아이돌 콘서트를 3일 연속 간 적이 있다. 콘서트는 아이돌과 직접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장소이기에 팬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하다. 팬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콘서트 중단에 대한 위기 없이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K팝 콘서트 탄소중립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성에 대한 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팬들도 저탄소 콘서트 바란다


김나연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는 K팝 팬들이 저탄소 콘서트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케이팝포플래닛 제공

 

발제를 한 김나연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는 K팝 팬들이야말로 K팝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저탄소 콘서트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캠페이너는 “콘서트는 음악 산업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영역”이라며 “음악 산업에서 저탄소 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소프트파워다. APEC 기조 연설에서 방탄소년단 RM의 메시지에 영감을 받은 K팝 팬들이 자발적으로 기부와 사회적 운동을 하는 것처럼 아이돌이 전하는 기후위기 메시지는 팬들의 기후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케이팝포플래닛에 따르면 글로벌 팬 6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2.2%가 ‘저탄소 콘서트를 더 원한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7명은 전환 시점을 ‘​지금(56.3%)’​ 또는 ‘​​내년 안(13.1%)’​으로 꼽으며 업계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팬들이 꼽은 핵심 조건으로는 △아티스트의 기후 메시지 환기 △친환경 이동수단 이용 △재생에너지 기반 운영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 등이다.  

 

김나연 캠페이너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YG, SM, 하이브, JYP, CJ이엔앰 등의 탄소중립 노력을 설명하면서 “아직 실질적인 탄소 감축 활동이 없다는 게 K팝 콘서트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캠페이너는 “K팝 팬들이 이야기하는 저탄소 콘서트란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탄소 감축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티스트의 명확한 기후위기 대응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발제한 커트 랭어 음악지속가능성협회(MSA) 이사는 “음악 산업의 지속가능성은 새로운 영역이 아니다. 이미 지난 5년간 세계적으로 음악 산업의 환경친화를 위한 노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아티스트와 팬들은 기업과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랭어 이사는 콘서트에서 가장 큰 탄소 배출 원인이 팬들의 이동(62%), 음식(17%) 순이라고 지적하며 대중교통으로 이동을 독려하고, 식물성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전력은 화석 연료가 아닌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프라부터 바꿔야

 

K팝 업계 관계자들은 ‘인프라’ 부족이 발목을 잡는다고 호소했다. 지난 4월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을 진행하며 탄소 배출량을 기존 대비 50% 감축했던 김명신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팀장은 “세계 팬들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져가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산업 생태계의 내실은 아직 부족하다”며 “가장 큰 걸림돌은 인프라 부족”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해외 선진 공연장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아직 공연장이 많이 없고, 대부분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발전기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다. 대형 공연장부터 선도적으로 저탄소 공연을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은 이온어스 대표는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허 대표는 “​100kW급 디젤발전기를 이동형 ESS로 대체할 때 탄소 배출량을 약 73% 절감할 수 있다”​면서도 “​도입을 확대하려면 전기차 보조금처럼 ESS 사용에 대한 보조금 등 인센티브 지급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재무적 관점에서도 필수”…국회 입법 논의 시작될까

 

막대한 전력으로 쏟아내는 화려한 조명, 수만 명의 인파가 만들어내는 쓰레기까지. K팝 공연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사진=비즈한국 DB


이날 토론회에서는 K팝 산업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도 참석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현목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 과장은 “사실 정부에서 그동안 이 분야에 대해 준비가 많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김현목 과장은 “국내 공연장은 대부분 체육시설로 분류되고 지방자치단체 소유다. 공연 같은 경우 문체부와 행안부로 담당이 나뉘어 감독 주체가 모호한 상황이다. 탄소 중립에 대한 부분은 환경부 담당이다. 공연장 역시 500석에서 6만 석까지 다양해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팀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탄소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는 탄소배출계산기를 연구했다. 공연 행사 분야에서 에너지 사용, 무대와 세트 조명, 창작자와 스태프의 이동, 숙소 등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탄소 배출원을 분석하고 계산했다. 공연을 포함해 콘텐츠 산업 전반에 걸쳐 친환경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계산기를 지속적으로 검증해 실제로 활용이 가능한 정식 표준 도구로 정착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앨범, 굿즈, 숙박 등 다양한 탄소 배출 항목에 대해서도 탄소 배출량을 각각 DB화하고 표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저탄소 전환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시각을 내비쳤다. 최용환 NH아문디 자산운용 ESG 리서치 팀장은 “저탄소 콘서트는 단순히 ‘착한 캠페인’이 아니라 ‘재무 중대성’ 관점에서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콘서트는 엔터사들의 매출 비중과 탄소 비중이 동시에 높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주요 기획사 모두 공연 매출 비중은 중장기적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 민형배 의원은 “TF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관계기관에 ​탄소중립을 위한 ​현황 파악을 주문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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