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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스타디움 공연장'보다 K팝에​ 더 필요한 것

라이브 공연장 부족해 TV 경연 프로그램으로 쏠리는 현실…아이돌 음악만이 K팝​은 아냐

2026.01.15(Thu) 10:52:46

[비즈한국] 오래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나는 가수다’ 딜레마가 불문율로 존재한다. ‘나는 가수다’는 2011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로 선보였다가 반응이 좋아서 같은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독립 편성했다. 처음에는 매우 인기 있었다. 유명 가수들이 미션을 두고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리메이크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저조해졌다. ​중국 상황도 한국과 마찬가지가 되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간단하다. 팬들이 떨어져 나가는 구조라서다. 이미 팬덤이 있는 가수들이 나오기에 초반부에는 큰 관심을 받지만, 라운드가 계속되면서 실력 있는 가수들이 탈락한다. 그런데 탈락의 기준이라는 것이 모호하고 객관성을 담보하기도 힘들다. 더구나 아티스트의 노래를 누가 어떻게 탈락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JTBC ‘싱어게인4-무명가수전’ 도라도의 파이널 무대 모습. 사진=방송화면 캡처


호평을 받은 JTBC ‘싱어게인4-무명가수전’에서도 이 딜레마가 반복됐다. 이 프로그램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에게 공연 기회를 준다는 취지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이돌 음악 일색인 상황에서 개성 있고 다양한 뮤지션의 무대를 보여줬다. 참가자들은 이름이 아니라 번호를 달고 경연에 참여하는데,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는 그렇게 해도 시청자들이 가수의 정체를 알아내고 팬들이 찾아온다. 그러나 라운드가 진행될 때마다 탈락 가수를 응원한 이들이 이탈한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전반적인 시청자는 줄어들게 된다.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가 상위에 올라갈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음악적 취향이 매우 세밀하고 수준 높은 시청자가 볼 가능성이 크기에 더욱 그러하다. 

 

특히 한국에서 어렵게 음악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실망을 안길 만한 일도 벌어졌다. 시즌 4에서 최종 우승은 65호 이오욱에게 돌아갔지만,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필리핀 출신의 2015년 ‘아시아 갓 탤런트’ 결승 진출자인 59호 도라도를 선택했다. 이는 ‘싱어게인’의 애초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다문화 관점에서는 도라도를 선택한 것이 바람직할지 모르지만, 한국 뮤지션의 현실을 외면하는 행태로 보일 수도 있다. 아이돌 음악이 국내 뮤지션을 배제와 소외의 터널로 몰아간 상황에, 이제는 글로벌 다문화 출신의 우승이 자칫 국내 뮤지션에게 또 다른 암담함을 줄 수도 있었다.

 

애초에 ‘싱어게인’은 우리나라 라이브 음악 공연의 붕괴 위에서 성립했다. 뮤지션들이 노래할 기회를 얻는 게 너무 절박하다. 방송국이 음악 공연을 좌우하고 그 중심에 아이돌 음악이 있다. 세계적으로 아이돌 음악이 확장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국내에서는 음악적 다양성이 사라지고 무대​공연 ​문화가 궤멸했다. 김광석이 1000회 공연을 한 학전이 문 닫은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수와 팬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공연 문화가 튼실할 때 우리의 음악적 토대가 튼실하다고 할 수 있다. 영국 리버풀을 기반으로 공연한 비틀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들의 공연 무대였던 캐번클럽은 명소가 된 지금도 여전히 공연장으로 남아 있다. ​

 

비틀즈가 공연하던 영국 캐번클럽에선 지금도 뮤지션들이 무대에 선다. 사진=캐번클럽 페이스북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면서 우리나라에 아레나 공연장을 넘어 5만 명 스타디움급 공연장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형기획사와 정치권, 나아가 정부까지 나선 가운데 지자체들이 벌써부터 뜨거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스타디움급 공연을 할 수 있는 가수는 국내에 많지 않다. 방탄소년단이나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블랙핑크 등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 정도일 것이다. ​

 

아이돌 음악만이 K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수많은 뮤지션에게는 당장 몇백 석 규모의 소극장 라이브 공연도 아쉽다. 음악 애호가들이 쉽게 음악 공연을 볼 토대가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임대료가 너무 비싼데, 지금 있는 유휴공간을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싱어게인’과 같은 공연을 볼 수 있다. K콘텐츠 기업 육성, 문화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조성하는 6000억 원 규모의 ‘K-콘텐츠 펀드’를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

 

우리 뮤지션들이 공연할 곳이 없어서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 서로 경쟁을 벌이는 것보다 언제나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년 365일 다양한 뮤지션이 언제나 공연하는 콘서트 명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방송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도 있다. 

 

홍대 앞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모습. 우리나라 라이브 음악 공연 문화는 궤멸하다시피 했다. 사진=비즈한국 DB


K팝은 지금 음악적으로 한계에 봉착했다. 외연이 확장될수록 음악적 다양성과 깊이를 요구받고 있다. K팝다움을 정립하고 심화하면서 상시적으로 팬들과 호흡하는 스토리 콘텐츠를 만들어 비틀즈처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다. 당장에 학전을 콘서트 공연장으로 되살리는 데에 공적 지원을 시험할 필요가 있다.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공간을 우선 살릴 때 정책적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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