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는 속편이어서 흥행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개봉한 ‘나우유씨미 3’, ‘위키드 2’가 일찍 박스오피스 대열에서 탈락한 걸 보면, 초기에 관심을 받는다고 해도 콘텐츠의 차별성이 없다면 속편이어도 관객 유입이 지속되지 않는다. ‘주토피아 2’는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기에 속편이라는 점에 이어 또 한 번 주목받고 관객을 불러들였다.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와 다른 상상력의 실현이 중요하다. ‘주토피아 2’에서 그 ‘다른’ 상상력은 바로 동물의 의인화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표정을 짓는 동물 캐릭터의 등장은 애니메이션의 특장점이다. 영화의 시각 효과가 발달했어도 동물들을 애니메이션처럼 다변화는 것은 아직 어렵다.
‘주토피아 2’는 단순히 1편의 확장판이 아니라 심화판에 가깝다. 1편에서 사건을 해결한 주니와 닉이 2편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비약적이거나 확장하는 스토리라인으로 가지 않는다. 주디는 토끼, 닉은 여우라는 본질적인 특성과 정체성이 있다. 주디는 성격이 열정적 저돌적이고, 닉은 늑장을 부리거나 시큰둥한 태도에 냉소적이다. 이런 두 캐릭터가 쉽게 혼연일체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일수밖에 없으니 충분히 공감이 된다.
이 같은 관계 설정은 현실성을 더한다. 2편은 파트너가 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 배경 속에서 닉과 주디가 여전히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서로를 잘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의 케미가 더 강화된다. 결국 둘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9년 만에 돌아온 이유가 있었다.
특히 멋진 경찰이 되려면 혼자만이 아니라 단체 생활, 특히 파트너와 호흡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찰이나 형사가 등장하는 한국 영화에서 주요 인물은 종종 독불장군이나 진두지휘하는 히어로로 나온다. 그들 사이의 갈등과 조율, 그리고 시너지에 이르는 과정이 생략되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이는 공감과 여운을 반감시킨다.
다문화적인 요소도 충분히 생각할 여지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동물 캐릭터의 등장이 단지 귀여움과 코믹함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다양한 동물이 등장하는 것은 다문화적 설정이고, 이는 현실의 다인종을 의미한다. 2편에서는 뱀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게리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보여주는데, 이는 현실에서 특정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다문화적인 요소를 덜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 세계 진출과 공감을 위해서는 이러한 캐릭터의 구성이 중요하다. 특히 인종을 사실주의 관점에서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면 동물 캐릭터를 통해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보면 사람 중심으로 캐릭터와 스토리 라인이 구성된다. 가까운 예로 2025년 10월에 개봉한 ‘달려라 하니: 나쁜 계집애’와 ‘연의 편지’가 있다. (‘계집애’라는 말이 시대적 감수성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2025년 5월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 별에 필요한’도 SF장르를 결합했지만, 사람 캐릭터 중심이었다. 동물 캐릭터를 내세운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아직도 속편이 나오지 않았다. 근래에 선을 보인 한국 애니메이션은 사실주의 경향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사실주의라고 해도 얼마든지 초현실적인 공간의 설정과 연출효과가 가능하다는 것은 ‘귀멸의 칼날: 무한성 편’이 잘 보여주었다. 장르 자체는 액션 무협을 기본으로 하되 사실주의적 묘사나 표현과 감정의 공감을 이끄는 설정, 메시지를 통해 관객의 눈길을 잡았다. 구체적인 연출을 보면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다양한 임팩트를 줘 시각적 몰입을 이끌어냈다. 실사 영화와는 차별화하는 경쟁력을 보여줬다. 그래서 청소년, 어른 모두 볼 수 있었다.
우리 애니메이션은 유아적이거나 청소년기에 아직 머물러 있다. 애니메이션이 10대나 20대 초중반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아직 강해서일 것이다. ‘주토피아 2’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췄지만, 사회적 메시지와 의미가 충분하다. 미래 세대가 만들어가야 할 이상적인 사회를 보여준다. 한국 애니메이션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 이참에 속편의 이점을 살려 ‘마당을 나온 암탉’ 2편을 제작하는 것이 긴요해 보인다. 물론 수많은 속편이 저지르는 성급함은 자제하고 천천히 발효해서 내야 할 것이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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