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한민국 하늘길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항공교통량 100만 대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 국제선 운항이 완전히 회복되면서, 우리 영공은 그 어느 때보다 붐비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기록 이면에는 20년째 동결인 ‘영공통과료’에 대한 해묵은 논란이 다시 머리를 들고 있다. 항공기가 한국 하늘을 지날 때 내는 통행료가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헐값’이라는 지적이다.
# 통과비행 21% 급증했으나 통행료는 2007년 수준
19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한국 하늘길을 이용한 항공교통량은 총 101만 3830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6.8% 증가한 수치로,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만 대 선을 돌파한 것이다. 하루 평균 2778대의 항공기가 우리 하늘을 오갔으며, 이는 코로나19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84만여 대)보다도 약 20%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영공 통과’ 교통량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한국 영공을 지나간 국제 통과비행은 전년 대비 21%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영공통과료 수입 총액 역시 약 97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토부는 이 결과가 한국 영공이 동북아의 핵심 항공 허브로서 전략적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라 해석했다.
하지만 요금 자체는 20년 전 수준에 멈춰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영공통과료(항행안전시설사용료)는 항공기 기종(제트·프롭·피스톤)에 따라 일정액을 부과하는 ‘정액제’로 운영된다. 가장 많이 운항하는 제트기 기준으로 항로를 통과하는 요금은 15만 7210원이다. 이 요금은 2007년 이후 물가 상승이나 시설 투자비 증가와 상관없이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았다.
이러한 정액제 체계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 기준과 동떨어져 있다. ICAO는 항공기의 중량과 비행 거리에 비례하여 사용료를 부과하는 ‘거리·중량 비례제’를 표준으로 삼는다. 무거운 비행기가 긴 거리를 운항할수록 관제 부담이 커지는 만큼 비용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원칙이다.
주변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요금은 현저히 낮다. ICAO 표준을 따르는 일본은 보잉 747 등 대형기가 영공을 통과할 때 약 100만 원에서 120만 원 사이 요금을 받는다. 한국보다 약 7~8배 높은 수준이다. 유럽의 주요국도 200만 원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조차도 약 80만 원 수준의 영공통과료를 책정하고 있다. 한국 영공이 항공사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간으로 인식되는 배경이다.
# 국정감사 지적과 국토부의 신중론
영공통과료 현실화에 대한 요구는 정치권에서도 제기됐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항공사는 일본에 2126억 원의 영공통과료를 지급했지만 일본 항공사는 82억 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에서 윤 의원은 “한국의 영공통과료가 전 세계 주요 국가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영공통과료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영공통과료 체계를 개편해 요금 인상요소가 발생하면 항공사와 이용객들에게 직간접적인 부담이 가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면이 있다”며 “앞으로 국제기준과 주요국의 징수체계, 이해관계자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영공통과료 금액과 정액제도는 유지되고 있다. 국토부는 제도 개편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토부 설명의 핵심은 ‘국적기 보호’와 ‘우회 가능성’이다.
거리·중량제를 도입할 경우, 외국 항공사보다 국내 영공을 더 길게 이용하는 우리 국적 항공사의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영공통과료 총액의 90% 이상이 외국 국적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거리에 비례해서 비용을 받게 되면 남쪽 영공을 짧게 통과하는 비율이 높은 외국 국적기보다 영공에 길게 머무는 경우가 많은 한국 국적기가 더 손해를 본다는 논리다. 총액은 늘어날 수 있으나 늘어난 총액을 한국 항공사가 더 많이 부담할 우려가 있다는 계산이다.
국토부는 한국 영공이 지정학적으로 조금만 경로를 틀어도 주변국 영공이나 공해 상공으로 우회가 용이해, 요금을 인상할 경우 항공사들이 한국 관제 구역을 기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비용 부담으로 인해 항공기가 우회하면 결과적으로 전체 통과료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영공통과료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IATA는 공항시설이용료와 영공통과료 등 한 항공기가 지불하는 비용을 서비스 제공 원가와 비교해 살펴본다. 국토부는 영공통과료를 높이는 것이 양 공항공사의 수입으로 돌아가는 공항시설이용료의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영공통과료가 비싸지만 이는 막대한 관제 비용 탓으로, 오히려 적자를 보고 있다”며 “북한의 경우에도 비용과 항공 안전 등의 이유로 국제 항공기가 북한 영공을 거의 통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영공통과료 요금 체계 변경에 있어 국적기 부담 등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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