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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공연을 두고 생각해볼 것들

역사적·문화적 가치 크지만, 앨범 정체성과 공공 자원 사용, 넷플릭스 독점 중계 등은 짚어봐야

2026.03.18(Wed) 10:53:51

[비즈한국]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컴백과 광화문 공연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사적으로 매우 중대한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BTS의 세계적인 위상과 부합하는 일이며,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다. 그래서인지 BTS 컴백과 광화문 공연을 다룬 기사와 콘텐츠가 매일 쏟아진다. 다만 몇몇 쟁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3월 17일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광화문광장 컴백 공연을 앞두고 인근 건물에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K를 떼고 팝송 장르로 진입하려 했던 K팝 기획사들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에 화들짝 놀랐다. 한국 전통문화 유산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한국이라는 장소성이 문화적으로 크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의 징후는 BTS의 컴백 활동에서 우선 나타났다. 완전체 컴백 앨범의 콘셉트는 ‘아리랑’이고, 광화문 앞 공연이 컴백 활동 스케줄에서 가장 먼저 계획되었다. 아리랑은 누가 뭐래도 한국적 정체성과 세계관을 담은 노래다.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적절하고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광화문 광장의 공연도 마찬가지다. 전통의 공간이자 민주 시민의 공간이라는 장소성을 통해 체험 경제의 흐름을 잘 반영했다. 

 

다만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K팝 팬의 열망과 기대감을 반영한 정규 5집 앨범 14곡이 모두 영어 제목인 데다가 영어 이름에 아리랑이 들어간 곡은 없다. 곡 설명에서도 아리랑의 자취는 느낄 수 없다. 아리랑은 한과 흥이 교차하면서 삶의 고통과 슬픔을 초극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를 앨범 수록곡들이 잘 반영할 필요가 있다. 왕의 길을 따라 광화문 광장 무대에 등장하는 BTS의 공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아리랑은 민중과 백성의 노래인데 조선 법궁 경복궁 앞에서 이런 정서를 어떻게 형상화할까. 슈퍼볼 하프타임 쇼, 그래미 어워즈, 런던올림픽 개막쇼를 연출한 해미시 해밀턴(Hamish Hamilton)이 아리랑에 대해 얼마나 숙고하고 그 정서를 파악해 무대 연출에 담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BTS 공연에 공공 자원이 쓰이는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안전을 위해 문체부-국가유산청, 서울시-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서울지하철공사, 행정안전부-경찰·소방, 보건복지부-식약처 등 공공기관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 소방 인력이 총동원된 것뿐만 아니라 일대의 지하철, 버스는 무정차하거나 우회한다. 인근에서 일하는 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더구나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이미 결정된 사항을 통보 혹은 공고하는 식이었다.

 

다른 K팝 아이돌과 비교할 때 형평성 문제도 있다. 특정 아이돌 그룹에만 특혜를 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여러 아이돌 그룹의 합동 무대를 기획했다면 어땠을까. 최근 컴백한 블랙핑크와 같이 무대를 꾸몄다면? 로제의 ‘아파트’가 보여준 세계적인 인기를 생각한다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광화문 광장 공연이 허용된 것은 경제적 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BTS 1회 공연에 1조 2000억 정도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는 국책기관 연구 결과가 자주 인용된다. 광화문 광장 공연은 무료지만, 공연을 보러 온 외국 팬들이 교통, 음식, 숙박, 명소 방문, 쇼핑 등에 큰돈을 지출하기에 ‘BTS노믹스’라고 부를 정도다. 이 같은 혜택을 광장 인근 업소들이 공정 균등하게 누리도록 해야 한다.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광화문광장 컴백 공연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앞에 도로통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반대로 26만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평소 광화문 쪽으로 주말 나들이를 하거나 약속을 잡았을 사람들이 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광화문 광장 공연으로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도 생길 것이다. 이미 휴업을 권고받은 건물도 있다. 이들에 대한 보상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블랙핑크 리사 사례가 언급된다. 리사는 2024년 5월 3일 새벽 2시부터 5시까지 태국 방콕 야오라왓 로드에서 ‘록스타’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상점들이 문을 닫는 시간대였지만, 장사를 못하게 된 상점 주인들에게 1인당 2만 바트(약 75만 원)를 보상금으로 전달했다. 태국에선 한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액수다. 행인들에게도 통행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뜻으로 1000바트(약 3만 7000원)를 지급했다. 

 

이 사례를 광화문 광장에 적용한다면,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취소된 작품들에 보상해야 한다. 작품 관람을 예약한 관객에게도. 경복궁이나 국립고궁박물관에 가려했던 시민이나 외국인도 있다. 광화문 일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보상은 매우 방대하고 기준도 세밀해야 한다. 이번이 중요한 선례를 확립할 시점이다.

 

넷플릭스에서 공연을 생중계하는 것을 두고는 국내 방송사·플랫폼의 소외 문제가 제기된다. 광화문 광장 공연은 분명 K팝의 중심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확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콘텐츠를 전 세계에 공유하는 생중계도 한국 미디어와 플랫폼이 중심에 있어야 바람직하지 않을까. 토종 OTT가 우선이고 이를 넷플릭스나 디즈니, 애플에 배분하는 방식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콘텐츠 중계권이 넷플릭스에 넘어간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망중립성 문제도 다시금 불거졌다. 생중계는 트래픽 증가로 관리 비용이 증가한다. 넷플릭스가 세계 동시 송출이 원활하도록 국내 통신사에 망품질 관리 협조를 공식 요청해 해저케이블 용량 증설 등 사전조치에 나섰지만, 이 비용을 넷플릭스가 보상하지는 않는다. 넷플릭스는 생중계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이에 필요한 품질 관리 비용은 국내 통신사가 떠안는 구조다. 콘텐츠 강국을 꿈꾸는 대한민국이 정작 BTS 라이브 콘텐츠는 해외에 넘기는 셈이다. 

 

K팝이 지향하는 꿈과 소망은 개인의 권리와 행복을 우선한다. 공공적 가치를 지닌 음악 공연으로 인해 누군가가 느낄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민주 공화정의 원칙이다. BTS 공연의 의미와 가치, 세계적인 주목도 등을 생각하더라도 오늘 언급한 쟁점이 묻혀서는 안 된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숙고와 논의가 K컬처는 물론 우리 사회의 진일보를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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