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이랑 법률사무소’의 인기가 뜨겁다. 최근 방송된 6회는 전국 시청률 10%, 분당 최고 시청률 12.8%를 기록했다. 펀덱스 화제성 순위도 드라마 부문 3위, 주연을 맡은 유연석은 드라마 출연자 부문 4위에 랭크됐다(3월 24일 기준). 아직 방영 전인 ‘21세기 대군부인’을 제외하면 ‘클라이맥스’에 이어 가장 화제인 드라마가 ‘신이랑 법률사무소’인 셈이다. 사람들은 왜 이 드라마를 좋아할까?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망자의 한을 통쾌하게 풀어주는 ‘신들린 변호사’ 신이랑(유연석)과 승소에 모든 것을 건 ‘냉혈 엘리트 변호사’ 한나현(이솜)의 기묘하고도 따뜻한 한풀이 어드벤처물. 쏟아지는 법정물 속에서 비이성적이고 비과학적인 샤머니즘을 결합했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물론 완전히 획기적인 것은 아니다. 유령 보는 노무사의 좌충우돌 노동 문제 해결기를 담은 코믹 판타지 활극 ‘노무사 노무진’이 작년 방영된 바 있으니까.
‘노무사 노무진’과 ‘신이랑 법률사무소’의 결정적 한 끗 차이는 ‘빙의’에 있다. 귀신들의 욕망이 극대화되고, 감정적으로 폭주하는 순간 귀신이 신이랑의 몸에 빙의하게 된다. 그렇게 귀신에 동기화된 신이랑이 그들의 억울한 사연을 한바탕 풀어놓는 장면이 백미. 그 와중 신이랑이 여고생 아이돌 연습생에 빙의되어 아이브의 ‘LOVE DIVE’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깨알 재미 장면도 생성된다.
두 번째 인기 요인은 법정물에 오컬트를 섞은 장르물인 듯하지만 핵심은 가족에 포커스를 둔 휴먼드라마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피해자가 귀신이 되어 나타나고, 그 죽음의 진실을 변호사인 신이랑이 밝혀내는 게 주요 스토리지만 이 드라마는 법정물의 쾌감보다는 죽음의 진실 뒤에 얽혀 있는 가족의 사연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첫 번째 귀신 의뢰인인 조폭 출신 택시운전사 이강풍(허성태)부터 아이돌 연습생 귀신 김수아(오예주), 유명 과학자 전상호(윤나무)까지 하나같이 자신의 죽음보다도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에 더 애달파하는 모습이 인상적.
그래서 신이랑은 의뢰인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것도 임무지만, 의뢰인의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역할까지 맡게 된다. 이강풍의 죽음으로 집에서 칩거하는 어린 딸을 방문 밖으로 나오게 하고, 실명 위기를 앞둔 김수아의 모친이 수아의 각막을 공여받을 수 있게 하며, 전상호에게 몸을 빌려주어 치료제 개발을 성공시켜 전상호 가족들이 평화를 얻을 수 있게 한다. 범죄자들을 단죄해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 점은 SBS 흥행작 ‘모범택시’와 흡사하지만,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통쾌함과 한풀이를 넘어서 가족을 통해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따뜻한 인간 서사가 더 돋보인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서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유독 끈끈한 가족애를 보이는 신이랑 가족들에 얽혀 있는 신이랑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서사는 신이랑이 귀신을 보게 된 서사와도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이니까. 여기에 죽은 언니에 대한 부채감을 갖고 있는 한나현 변호사의 서사, 신이랑 가족과는 정반대 느낌인 법무법인 태백 대표변호사 양도경(김경남)의 가족 서사도 이야기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인기 요소는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소화하는 능력. 다른 이들의 욕망에 의해 살해당한 살인사건이 주를 이루지만, 그를 파헤치는 과정이 마냥 무겁지는 않다. 평균적으로 2회 분량마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는 만큼 빠른 전개 속도를 보인다. 그 과정에서 개연성이 빈약해지긴 하지만, 코믹한 터치로 이를 보완하니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가톨릭 사제 마태오(정승길)와 신이랑의 매형인 단역 배우 윤봉수(전석호)가 신이랑을 보좌하면서 개그를 담당하고, 무엇보다 빙의된 귀신들의 여러 얼굴을 전천후로 소화하는 신이랑을 연기한 유연석의 ‘신들린 연기’를 보는 재미가 일품이다.
무엇보다 자극적 요소에 집중하는 드라마 일변도에서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착한 드라마라는 점이 ‘신이랑 법률사무소’의 매력으로 꼽힌다. 자고로 한국인이 열광하는 건 권선징악 아니겠나. 착한 사람은 보답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단순하지만 항상 실현되지 않는 그 판타지가 신들린 변호사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통해 실현되는 과정이, 뻔하면서도 또 무척 안심이 되는 것이다. 전쟁에, 고환율에, 심지어 쓰레기 종량제봉투마저 구하기 어려운 이 각박한 세상에서, ‘그래,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지’ 하는 안심을 드라마에서라도 느끼고 싶은 것.
신이랑은 앞으로 또 어떤 사연을 지닌 귀신들을 만나게 될까. 빙의된 볼 빨간 변호사 신이랑이 앞으로 어떤 기상천외한 활약을 펼칠지 자못 기대가 된다. 이 인기가 지속되면 향후 ‘모범택시’처럼 프랜차이즈화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정수진의 계정공유] '세이렌', 죽음의 노래를 부르는데 아직 홀리지가 않네
·
[정수진의 계정공유] '극장의 시간들', 우리가 극장으로 향하는 애틋한 이유
·
[정수진의 계정공유] 로망 이뤄주는 구독형 로맨스 '월간남친', 거부할 수 있겠어?
·
[정수진의 계정공유] '언더커버 미쓰홍', 아직 세상에는 연대가 필요해
·
[정수진의 계정공유] 마냥 응원을 던지고픈 청춘들의 사랑 '파반느'
·
[정수진의 계정공유] '흑백요리사' 가고 허전해? '운명전쟁49'로 도파민 충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