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3월 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월간남친’. 언론에 미리 공개된 4개 에피소드를 봤다. 가상의 세계에서 다양한 콘셉트의 연애를 구독한다는 내용 자체는 상당히 흥미롭다. 다만 주저하게 되는 건 작품을 이끄는 주인공이 지수란 점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나는 블랙핑크를 좋아한다. 다만 이전에 지수가 연기한 몇 작품을 봤고,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의 연기가 갑자기 일취월장하진 않았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이다. 어떤 이들에겐 주연배우의 연기력이 큰 허들이 되기도 하니까.
현실 생활에 지친 웹툰 PD 미래(지수)가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애를 구독하고 체험해보는 로망 실현 로맨틱 코미디 ‘월간남친’. 한 줄 설명만 봐도 당기는 구석이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연애를, 사랑을 꿈꾸지만 언제부턴가 척박한 현실에서 그런 걸 꿈꾸는 건 ‘언감생심’이 되어버렸다. 방송가에서 허구한 날 ‘연프’를 만드는 덴 다 이유가 있는 법. 그걸로라도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다는 눈물겨운 마음들이 모여 지금의 ‘연프 공화국’이 탄생한 셈이다.
게다가 미래가 구독하게 되는 연애구독 서비스인 ‘월간남친’은, 명칭은 다소 촌스럽지만 내용은 알차기 그지없다. 디바이스를 통해 가상세계에 입장하면, 드라마·영화·웹툰·웹소설 등 우리가 읽고 보았던 온갖 대중문화 속 연애 판타지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상상해보라. ‘사랑의 불시착’ 속 재벌 상속녀 윤세리가 되어 리정혁과 애절한 사랑에 빠져 드는 나를. ‘브리저튼’ 속 하녀 소피가 되어 베네딕트 가의 차남과 뜨거운 사랑을 나눌 수도 있고, ‘도깨비’의 지은탁으로 분해 불멸의 도깨비와 몇 번째 인연을 거듭할 수도 있다. 거부할 사람이 있을까?
실제 연애와 사랑에 드는 수고로움 또한 없다. ‘월간남친’의 데이트 매칭 매니저(유인나)의 말처럼, 가상세계는 ‘네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다 때려 넣은’ 공간이다. 선택한 남자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로그아웃 하고 다른 주인공을 고르면 된다. 애써 옷을 고르고 화장을 할 필요도 없다. 그곳엔 나를 위한 화려한 대저택이 있고, 신상 시즌 명품 옷들이 드레스룸 가득 넘치게 있으니까. 당신은 그저 월 구독료만 지불하면 된다. 물론 조금 비싸다. 기본 단계가 한 달 30만원가량? 그러나 실제 데이트에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다. 무엇보다, 당신이 원하는 남자와 판타지가 한 트럭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미래는 ‘월간남친’ 서비스에 푹 빠져든다. 그곳에서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웹툰 작가 윤송(공민정)의 화제작 속 재벌남 최시우(이수혁)와 ‘오글거리는 신데렐라 끝판왕’ 격 연애도 해보고, 대학 신입생이 되어 상큼 뽀짝한 검도 동호회 선배 은호(서강준)와 두근거리는 첫사랑의 기분도 경험한다. 그뿐인가. 평소 버럭버럭 화를 내지만 사실 나만 좋아하는 ‘츤데레’ 선배 의사(이재욱), 테러리스트의 하이재킹 상황에서 만난 국정원 요원(옹성우), 법정에서 만나 스파크가 튀게 되는 판사(이현욱), 가문에 복수하러 왔다 눈이 맞게 되는 자객(김영대), 심지어 섹시한 연예인 박재범(박재범)도 만날 수 있다고!
그렇게 미래는 하루 24시간 중 자신에게 남는 온전한 여가시간인 3시간 30분을 충실히 ‘월간남친’에 바치게 된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그러나 가상세계는 가상세계일 뿐. 현실을 무시할 순 없다. 오랜 시간 연인이었던 대학 동창 세준(김성철)이 다른 동창과 결혼을 앞두고 있고, 나와 비슷한 포지션에서 자꾸 경쟁 모드로 엮이게 되는 ‘일잘러 동료’ 박경남(서인국)이 현실에 버티고 있다. 가상세계의 완벽한 판타지는 도파민이 넘치지만, 현실의 거슬리는 인간관계들을 어쩌지는 못한다.
4화까지 공개된 내용에서 현실의 남자 주인공인 박경남 역의 서인국은 아직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 그러니 남는 회차의 관건은 압도적인 설렘을 제공하는 가상세계 인물들을, 현실의 박경남이 비등하게 견줄 만큼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솔직히 반신반의하게 되거든. 비록 어마어마한 항마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저 이수혁의 느끼한 매력을 넘을 수 있다고? 저 앙큼상큼 여우 같은 서강준을 잊을 수 있다고? 물론 이런 짙은 의구심은, 그만큼 초반 숱하게 등장하는 남자 캐릭터들과 이 드라마의 설정이 매력적이란 뜻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연애 시뮬레이션 구독 서비스의 현실성도 궁금해진다. 실제로 이런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폭발적인 반응이 있을 게 분명하다. 그에 따른 문제점도 많아지겠지. 이 서비스에 홀려 현실을 외면하는 신종 히키코모리가 나올 테고, 미혼이고 기혼이고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으니 가상 연애남과 배우자가 정신적 바람을 피운다며 법정에서 호소하는 소리도 나올 거다. 부작용까진 아니어도 현실과 상생이 가능하다면 현실 연애가 매우 불리하다는 점에서, 이 로맨틱 코미디가 현실 연애의 설렘을 어떻게 부각시킬지 궁금하다.
그리고 남는 의구심은 역시 지수다. ‘월간남친’은 각 연애별 콘셉트에 따라 풋풋한 새내기부터 30대의 직장인까지 다양한 설정의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 상당히 많은 분량의 내레이션 연기도 포함돼 있어 쉽지 않은 롤이다. 지수는 그간 특별출연을 제외하고 드라마 ‘설강화’와 ‘뉴토피아’,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 출연했으나 매번 연기력에 박한 평가를 받았고, 특히 연기의 기본이라 할 발성과 발음에 혹평이 많았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작품에서도 지수의 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전작에 비해 표정 연기는 다소 나아진 모습인데, 남은 회차분에서 좀 더 발전한 모습이 있길 바랄 뿐이다. 초반 ‘발연기’ 소리 듣던 배우들도 부단한 노력과 시간 끝에 극복한 사례들이 왕왕 있었으니까, 부디. 다시 말하지만 블랙핑크 좋아합니다.
어쨌거나 오늘도 각박한 현실에 지쳤다면, ‘월간남친’이 제공하는 찰나의 판타지에 빠져도 좋겠다. 보면서 당신이 어떤 판타지를 좋아하는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듯.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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