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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후주간] "한국 철강업 녹색전환 못하면 국제 경쟁력 상실"

영국 금융정책 전문가 파탈라노 교수 "한국은행 기후 관련 정책, 절호의 기회 될 것"

2026.04.28(Tue) 11:03:42

[비즈한국] 글로벌 금융 시장은 이제 단순한 ‘친환경’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 산업들은 ‘탈탄소 전환’이라는 거대한 시험대 위에 올랐다. 단순히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과거의 방식을 넘어, 고배출 산업이 저탄소 체제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전환금융’이 핵심 화두로 부상했다.

 

비즈한국은 지난 23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3차 기후주간 및 녹색대전환 국제주간 현장을 취재했다. 이곳에서 로버트 파탈라노(Robert D. Patalano) LSE 교수 겸 CETEx 상임이사와 안토니나 쉬어(Antonina Scheer) TPI센터 정책부국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국가 및 기업 전환계획 간 시너지 확대: 한국 사례 조명’ 세미나에서 각각 패널 토론 좌장과 발제(화상으로 참석)를 맡았다. 세미나 이후 두 사람과 한국의 탈탄소 전환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23일 전남 여수에서 진행된  ‘국가 및 기업 전환계획 간 시너지 확대: 한국 사례 조명’ 세미나를 마친 후 로버트 파탈라노 LSE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사진=녹색전환연구소 제공

 

로버트 파탈라노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금융시장국장을 거쳐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에서 시장 정보 및 분석 부서 책임자로 역임한 금융정책 전문가다.​ 파탈라노 교수는 구조조정과 탈탄소 전환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한국의 탄소집약형 산업군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그는 한국 철강 업계가 녹색 전환을 위한 혁신 대신 향후 5~10년간 전통적인 방식의 구조조정을 선택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를 설명했다. 

 

파탈라노 교수는 “환경적 요소를 배제하고 오직 경쟁력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상황은 심각하다”며 “이미 중국과 스칸디나비아 국가, 영국 등 유럽은 수소와 같은 청정 기술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기술들이 점차 저렴해지는 시점에 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 철강 기업들은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결국 국가의 거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에너지 가격 변동을 초래하는 국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고탄소 산업의 기술적 개선은 필수적”이라며 “이는 주주 가치 보호와 사회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명백한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안토니나 쉬어 TPI센터 정책부국장과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녹색전환연구소 제공


안토니나 쉬어 부국장은 전환금융이 단순한 자금 투입을 넘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단순히 고배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방식을 선호했으나, 이는 실질적인 배출량 감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서류상 탈탄소화(Paper Decarbonization)’에 불과했다는 분석이다.

 

쉬어 부국장은 “진정한 의미의 전환금융은 고배출 산업에 초점을 맞춰 기업의 미래 지향적인 목표가 실제 과학적 기준인 1.5도 경로에 부합하는지 측정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특히 석유화학 분야는 평가가 매우 복잡하지만, 최근 도입된 방법론을 통해 기업의 목표와 연구개발 투자가 실질적으로 정렬되어 있는지를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에 비판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쉬어 부국장은 한국의 공시 초안과 글로벌 기준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사이의 격차, 특히 ‘스코프3(Scope 3·공급망 전체 배출량)’와 ‘전환 계획’ 공시 부분의 지연을 우려했다. 투자자들은 공급망 내의 전환 리스크 노출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배출량의 70~90%까지 차지하는 스코프3 데이터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자동차 제조나 화석 연료 기반 산업은 스코프3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 정보가 부재할 경우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불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지난 23일 ‘국가 및 기업 전환계획 간 시너지 확대: 한국 사례 조명’ 세미나에 참석한 로버트 파탈라노 교수. 사진=김민호 기자


파탈라노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한국 경제의 성공적인 탈탄소 전환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중앙은행의 리더십을 꼽았다. 그는 과거 국제결제은행(BIS)에서 함께 활동했던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현재 미국을 비롯해 기후 정책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약속이 흔들리는 시기에, 이론과 실무 능력을 동시에 갖춘 전문가가 한국은행 총재로 있다는 것은 한국에 엄청난 기회”라고 평가했다.

 

파탈라노 교수는 중앙은행이 통화 운영, 리스크 관리, 담보 체계, 포트폴리오를 기후 요소와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이 증권을 평가할 때 기후 요소를 반영하면, 전환을 잘 수행하는 기업은 뒤처진 기업보다 리스크가 낮다는 신호를 금융 시장에 전파하게 된다는 논리다.

 

파탈라노 교수는 “이제 한국은행이 정부와 협력해 혁신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한다면, 전환에 앞장서는 기업에게는 보상을 주고 뒤처진 기업에게는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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