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유엔기후주간] 중앙정부는 서두르고, 지방정부는 따라하고…탄소중립까진 먼 길

'햇빛소득마을' 지속적 관리 쉽지 않아…지자체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죄다 '베끼기

2026.04.22(Wed) 18:54:07

[비즈한국] 중앙 정부가 탄소중립의 밑그림을 그린다면 실질적인 이행은 지방 정부의 몫이다. 여수에서 열린 유엔기후협약 기후주간과 녹색대전환(Green Transformation, GX) 국제주간 셋째 날에는 지역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짚었다.

 

정부는 이번 국제주간을 통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하고, 총 100GW 규모의 설비를 확보하겠다는 로드맵을 다시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중앙 집중형 발전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 전략의 안착에 로드맵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햇빛소득마을’ 사업과 지자체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실질적인 이행 수단으로 작동하려면 냉철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2일 오전 여수 유탑마리나 호텔에서 ‘광주·전남권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포럼’이 열렸다. 사진=김민호 기자


#햇빛소득마을 장밋빛 전망에 쏟아지는 우려 

 

22일 오전 여수 유탑마리나 호텔에서 열린 ‘광주·전남권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포럼’에서는 3월부터 지원받기 시작한 햇빛소득마을 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햇빛소득마을 사업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구성해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그 수익을 마을 공동체가 공유하는 주민 참여형 에너지 전환 모델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국에 2500개 이상, 올해만 500개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해 농촌의 소득 정체 문제와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 월평균 약 1000만 원의 순수익을 창출하는 경기도 여주시 구량리 사례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통해 주민들이 연간 최대 수백만 원의 ‘햇빛연금’을 받는 전남 신안군 사례를 롤모델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사례가 전국 2500개 마을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신자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마을 공동체 입장에서 일종의 투자 사업인 햇빛소득마을의 리스크 관리 중요성을 역설했다.

 

햇빛소득마을 사업비의 약 85%는 한국에너지공단의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로 조달된다. 현재의 대출 구조는 ‘5년 거치 10년 상환’ 방식이 주를 이룬다. 사업 초기 5년 동안은 이자만 갚으며 안정적으로 배당할 수 있지만,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6년 차부터 현금 흐름이 급격히 악화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전력 가격의 변동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이다. 계통 한계 가격(SMP)과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이 하락하거나, 기상 여건 악화로 발전량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주민들은 배당은커녕 원리금 상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신자인 교수는 “에너지공단의 이자가 1.75%에서 2%로 오른 것을 보고 섬뜩했다”며 “마을 주민은 이자와 원금 상환, 수익까지 내야 하기에 전력 가격 보전, 계통 우선 연결 등이 보장돼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촌 지역 초고령화는 주민 주도형 에너지 사업의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이다. 태양광 발전소는 정교한 인허가 절차부터 인버터 교체, 패널 세척, 효율 모니터링 등 지속적인 전문 관리가 필요하다. 고령의 주민들이 주축인 마을 협동조합이 직접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재생에너지 종합서비스기업(ReSCO)이나 컨설턴트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들의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비용이 늘어나면 주민의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 유지보수 업체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용역비 명목으로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이미 많은 ReSCO가 수익을 바라보고 마을에 협동조합 설립을 제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준비하는 컨설턴트는 에너지 전문성에 치우쳐 마을 거버넌스를 만드는 역량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현석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에너지공정전환 분과위원장이 22일 오후 유탑마리나 호텔 ‘지방정부 탄소중립 활성화 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민호 기자


#탄소중립 녹색성장 계획에 지역 특성 반영 안 돼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전국 243개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지자체들이 수립한 계획의 상당수는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을 모방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포럼에서 나왔다.

 

신현석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에너지공정전환 분과위원장은 지자체들이 지역의 고유한 산업 구조나 에너지 소비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기보다는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타 지자체의 사례를 복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짚었다. 탄소 감축경로를 후기에 집중하는 ‘볼록 감축 경로’로 설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 지자체장 임기 내에는 감축 목표를 완만하게 설정하고, 목표 연도에 임박해 감축량을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탄소중립 이행 역량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설립된 ‘탄소중립 지원센터’는 정책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평가해 지원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신 위원장은 “현재 1억 원 정도인 지원센터 예산을 10억, 20억 원으로 늘려야 한다”며 “지원센터가 지역의 탄소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실증 허브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핫클릭]

· [유엔기후주간] K-GX를 위한 철강·석유화학 탈탄소 해법 머리 맞댔다
· [유엔기후주간]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 공통 해답은 '재생에너지'
· '좌초자산' 우려 LNG운반선에 공적 자금 투입해도 될까
· "미래세대에 짐 지울 수 없다" 시민대표단 77% '탄소 초기 감축형' 선택
· [현장] "고용 없는 산업경쟁력은 허구" AI 전환기, 노동의 역할을 말하다
· 공영주차장 태양광, 이대로 가면 민간발전사가 '독식'할 수도…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