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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봤어?] 데이미언 허스트·티노 세갈 전시회 "불편하거나 말거나"

느슨해진 뇌를 일깨우는, 만만치 않은 현대미술의 두 거장

2026.05.14(Thu) 15:29:17

[비즈한국] 요즘 ‘문화생활 좀 한다’ 하는 사람 치고 전시 안 보는 사람 없다. 해마다 그래왔지만 올해는 특히 ‘꼭 봐야 할 전시’라고 으름장 놓는 전시들이 한둘이 아닌데, 그중 올봄 가장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전시는 단연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 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란 점에서 지대한 관심을 받았고, 현재도 뜨거운 관심과 각종 논란 속에 성행 중이다. 과연 그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인 작가답다. 

 

밴드 프론트맨처럼 시끌벅적한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와 달리 조용하지만 은근히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인기 멤버 같은 전시도 있다.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티노 세갈’이 그 주인공. 물리적 기록을 남기지 않는 현대미술가 티노 세갈의 국내 첫 개인전으로, 작가의 철학에 따라 도록, 레이블, 월텍스트, 홍보용 사진과 영상 촬영이 일절 제공되지 않아 오로지 관객의 기억만이 작품의 영속성을 가지는 유일한 수단이 되는 전시다. 관객의 촬영 역시 제한되어, SNS에서 인증샷이 차고 넘치는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와 대척점에 서 있다. 봄과 여름의 경계의 어느 날, 힙하다고 소문났지만 상반된 느낌의 두 전시를 다녀왔다. 두 전시 모두 오는 6월 28일까지 열린다.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첫 작품부터 이해할 수가 없는데?” 허스트의 ‘자화상’(1987)을 보던 누군가가 옆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자화상’은 옷걸이에 걸린 데님 셔츠를 벽에 전시한 것이다. ‘역시 현대미술은 어려워’ 하고 시작부터 좌절할 필요는 없다. ‘Damien Hirst’라는 작가의 이름을 ‘Denim Shirt’로 순서를 바꿔 재배열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바로 “아하” 하게 되니까. 자세히 보면 포켓 위에 자수로 새겨진 ‘IN THIS DREAM’이란 문구가 보인다. 옆으로 옮겨가면 10대 시절 시체 안치소에서 시신의 머리와 함께 발랄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 ‘죽은 사람의 머리와 함께’(1991)가 나온다. ‘겉으로는 담담하게 서 있지만 사실은 무서웠다’라고 안내에 적혀 있지만, 이 초기작들에선 젊은 청년이었던 허스트의 재기와 포부, 욕망 등 많은 것이 읽히고 짐작된다. 

 

자화상. 사진=정수진 제공


죽은 사람의 머리와 함께. 사진=정수진 제공

 

데이미엄 허스트의 작품은 재기 어린 아이디어와 그에 걸맞은 제목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먼저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고, 디테일을 꼼꼼히 뜯어보고, 생각한 뒤 제목을 읽자. 바람에 의해 공중에 뜬 비치볼과 그 아래 빼곡히 칼을 배치한 ‘사랑의 취약성’(2000)이나 좁고 갑갑한 구조물 안의 긴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그 위의 담배와 재떨이가 놓인 ‘학습된 탈출 불가능성(정화된)’(2008) 등 작품과 제목에 서린 작가의 아이디어와 의도를 곱씹게 된다.

 

물론 많은 이들의 눈길이 쏠리는 작품은 단연 상어, 그러니까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과 죽은 소머리와 파리 유충과 살충기로 구성된 ‘천 년’(1990), 그리고 다이아몬드 박힌 해골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일 것이다.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과 욕망에 주목한 허스트의 대표작들로, 특히 포름알데히드 용액이 담긴 유리 수조 안의 거대한 상어는 20세기 미술의 대표적 이미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Installation view,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2026),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허스트의 전시를 보다 보면 불편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핏자국이 선연한 잘린 소머리와 그 주위를 맴도는 파리떼들을 보면서 욕지기를 느낄 법도 하다. 물론 ‘천 년’을 보면서 만용인지 위악인지 모르겠지만 “아, 소머리국밥 먹고 싶다”고 말한 젊은이도 보였으니 개개인마다 느끼는 감상은 천차만별일지도. 어쨌거나 분명한 건 지금은 죽음도 상품이 되는 시대이고, 그 시대 안에서 이 전시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할 여지를 둔다는 거다. 혹여 그것이 ‘이게 정말 예술이 맞나?’ 같은 의문으로 남을지라도, 적어도 느슨해진 뇌를 일깨우는 시간임은 분명하다.

 

불편함이 느껴지는 ‘천 년’. 사진=정수진 제공

 

돌이켜보면 개최 소식부터 지금껏, 이 전시는 한 번도 조용한 적이 없었다. 뜨거운 환호부터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의문, 삶과 죽음이란 클래식하지만 낡은 주제에 대한 냉소 어린 시선, 동물의 사체와 생명을 작업에 동원하는 작가의 방식에 대한 동물권 단체의 규탄과 항의 등등. 그러거나 말거나 전시는 호황 중이다. 지난해 53만 관람객을 모으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론 뮤익 개인전을 뛰어넘을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중이다. 입장권은 8000원으로, 만 24세 이하와 대학생, 만 65세 이상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현장 구매와 사전 예매 모두 가능하지만, 대기가 많은 만큼 가급적 사전 예매를 권한다. 주말보다 평일 관람을 권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잘 알다시피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은 수백, 수천 억대를 호가한다. 재벌이 아닌 이상 이번 생에 그의 작품을 소장하기란 언감생심. 미술관 굿즈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오리지널 아트포스터 숍 ‘쿠나장롱’의 데이미언 허스트 리미티드 에디션 기획전을 참고하자. 상어와 나비, 알약 등 허스트의 주요 모티프가 담긴 포스터를 통해 그의 철학과 질문들을 나의 공간에 사유할 수 있는 기회로, 5월 25일까지 최대 15% 할인 중이다.

 

전시를 봤지만 데이미언 허스트에 비판적 시각이 팽배하다면, 5월 16일 오전 11시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정문 앞에서 열리는 데이미언 허스트 규탄 퍼포먼스도 있다. 데이미언 허스트에게 살해당한 동물들을 생각하는 모임이 기획한 오프라인 액션으로, ‘학살과 양립 가능한 예술은 없다’는 제목처럼 예술이란 이름 아래 정당화된 동물 이용과 살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는 취지라고. 미술관 주위를 천천히 함께 도는 ‘침묵 행진’과 자유 발언 등이 예정돼 있다.

 

티노 세갈. 사진=김제원_리움미술관 제공

 

 

티노 세갈 전시. 사진=정수진 제공

 

#티노 세갈 

 

경제학과 무용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부터 범상치 않은 티노 세갈의 전시는 홍보용 사진과 영상이 일절 없고, 관객의 촬영 역시 제한되는지라 SNS상에서도 리움미술관의 전경과 함께 글 후기만 보인다. 그 흔한 인증샷 없이도 이 전시가 널리 회자된 데에는 ‘내향인을 괴롭히는 전시’라는 문구가 주효했다고 본다. 대체 어느 정도길래 하는 호기심으로 이 내향인도 리움으로 향하게 만들었으니까. 

 

티노 세갈은 물질적인 생산과 천연 자원의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예술 창작 방식에 도전하며, 그의 작품은 인간의 신체, 언어, 그리고 사회적 작용으로 구성된 그의 작품을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이라 부른다. 이번 전시는 8점의 구성된 상황이 ‘해석자(Interpreters)’들에 의해 실현되는 것으로, 작품들은 관람객들과 직접 조우하고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대체 무슨 말인가 싶다면, 백문이 불여일견, 그냥 관람을 권한다. 

 

미술관 입구에서부터 작품을 접할 수 있다. 무심코 입장하려는 이들에게 별안간 춤추듯 뛰어오며 “Oh~ This is so contemporary(이건 너무 현대적이야)”를 외치는 이들이 바로 해석자들로, 이 구성된 상황은 8점 중에 속하는 작품이다. 정확히는 이에 관람객이 어떻게 반응하냐까지가 작품에 속하는 것. ‘가깝고도 먼 그리고 언젠가는 같은 거리에 있을’이라는 커다란 타이포그래피가 반겨주는 로비에서도 불현듯 작품은 등장한다. 언제 어디에서 작품이 나올지, 누가 작품이고 관람객인지 모를 상황이다 보니, 전시를 체험하며 관람객은 전에 없던 가벼운 긴장감을 띄게 된다. 

 

어디선가 작품이 등장하는 리움미술관 로비. 사진=정수진 제공

 

이처럼 티노 세갈 전은 전시 공간인 M2뿐 아니라 미술관 입구부터 로비, 정원에 이르기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리움미술관의 건축적 공간과 더불어 작가가 직접 선별한 리움의 소장품이 어우러져 새로운 관계성을 형성하는 게 특징. 오귀스트 로댕의 다양한 조각 작품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선보이는 세갈의 대표작 ‘키스’(2002)가 대표적인데, 고전적인 청동상 사이에 살아 있는 남녀가 입을 맞추며 포개지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인간 실재의 생명력이 이루는 대비를 극대화하는 식이다. 물론 그를 지켜보는 관람객들의 표정을 슬쩍 훔쳐보는 재미도 있다. 허스트와는 또 다른 의미로 ‘이게 정말 예술이 맞나?’란 의문이 분명하게 보이는 표정부터 적극적으로 해석자들에 호응하며 작품을 즐기는 표정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새로운 경험을 완성시킨다. 

 

8개의 구성된 상황 중 중앙 홀에서 열리는 구성된 상황인 ‘이 입장’ ‘이 환희’ ‘이 당신나나당신’ 세 작품은 차례로 6주씩 열리는 형태로, 5월 17일까지는 ‘이 환희’가 열리는 중. 입장권은 1만6000원, 청소년 및 청년과 대학생, 만 65세 이상 시니어는 8000원에 관람 가능하다. 

 

티노 세갈 전시 포스터, 디자인 김영삼. 사진=리움미술관 제공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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