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라이프

[K컬처 리포트] 드라마 '참교육', 교육공동체를 다시 돌아보게 하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의 대안 제시하거나 논의 촉발할 수 있어

2026.06.17(Wed) 09:41:35

[비즈한국] 드라마는 드라마에 머물지 않는다. 사회적 영향력은 물론 정책에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이 보여주고 있다. 정책 의제(아젠다) 설정을 드라마가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교육공동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 사진=넷플릭스

 

정책 의제 설정은 사회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려고 제도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정책 의제 설정이 연구된 것은 1960년대 미국 흑인들의 대규모 시위 때문이었다. 이에 놀란 정치권과 학자들이 흑인 차별 문제를 왜 정부가 정책으로 해소하지 않았는지 검토하게 되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말하는 아젠다 세팅은 매스미디어(대중매체)가 의식적으로 현재 사안에 대한 대중의 생각과 의견을 설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월터 리프먼은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가 우리의 현실 세계를 구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했다. 맥스웰 맥콤스 텍사스주립대학교 교수는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이란 책에서 “언론이 어떤 의제를 비중 있게 다루면 일반 수용자들은 그 사안을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것은 중요한 의제로 부각된다”고 밝혔다. 공공 아젠다를 설정하는 것이 매체와 매체가 세상을 묘사하는 관점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이 이러한 아젠다 세팅 기능을 했지만 최근에는 드라마도 그런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다. 이 드라마에는 교권보호국이 등장하는데 교권이 붕괴한 학교에 감독관이 파견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드라마는 단지 드라마로 끝나지 않고 사회적 파장이 컸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교육부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방안’ 정책브리핑 보고서를 발간한 것이다. 드라마처럼 폭력을 사용하는 응징은 아니고 책임형 컨트롤타워 형태의 교육활동 보호국 모델을 제시했다. 안민석 경기도 교육감 당선인도 경기도 교육청 안에 교권 보호국 신설에 관한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경기도형 교권 보호국은 학교 공동에 회복에 초점을 둔다고 밝혔다. 

 

16일에는 학부모·교원·교육단체 11곳이 모여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국민운동’을 출범했다. 법적 처벌이나 행정 개입보다는 학교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제안한 교권보호국의 핵심 기능으로는 교육활동 침해 사안 통합 분류체계 구축, 악성 민원 기관 책임제, 아동학대 신고 대응 지원, 학교 공동체 회복 지원 등이 언급됐다. 제도적 개입과 교육 공동체의 신뢰 회복은 우선순위를 정할 문제가 아니라 같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 이 논의의 촉발은 드라마 ‘참교육’에서 비롯했다.

 

제도적 개입과 교육 공동체의 신뢰 회복은 우선순위를 정할 문제가 아니라 같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사진=드라마 참교육 영상 캡처

 

교육권은 학교 주체들 모두가 가지고 있다. 교사에게는 교권이 있고, 학생들에게는 교육을 받을 권리, 학부모에게는 자녀보호권이 있다. 드라마에서도 교사의 권리만이 아니라 폭넓은 사례가 다뤄졌다. 학생이 급우들을 괴롭히고 갈취하며 학교 폭력을 일삼고 교실 분위기를 해치는 사례는 물론이고 시험지를 유출하거나 조작하는 교사, 악성 민원이나 간섭을 통해 교사에게 자살을 선택하게 만드는 학부모, 지나친 교육열로 자녀의 마약 투약도 방치하는 학부모에게 책임을 묻기도 한다. 

 

드라마에서는 조폭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권력층 자녀들의 만행이 중심에 위치한다. 이런 점은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 어쨌든 자율적인 역량 강화를 통해 교육권에 대한 자생적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 교육 관련 시민사회단체도 외력의 방식이 아니라 신뢰에 기반을 둔 정책 법률안을 숙의 토론을 통해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K드라마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는 학교 폭력 문제가 크게 부각이 되었고, 해외에서는 유명인이 학교 폭력 가해자로 밝혀지면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그렇지만 공적인 아젠다가 된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 자체가 사적인 복수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 ‘참교육’은 공적인 개입이나 제도, 정책에 대한 현실적인 아이디어나 대안을 담고 있기에 공적 아젠다로 검토되기에 이른 것이다. 

 

사적 복수나 분풀이가 아니라 공적인 담론을 형성하는 공론장으로서 플랫폼 콘텐츠가 필요한 것은 학교 교육만이 아닐 것이다. 현실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대안을 제시할 때 드라마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 아니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K컬처 리포트] B급 영화와 유튜버 감독의 공통점
· [K컬처 리포트] 한국 '야장' 문화에 빠진 글로벌 Z세대
· [K컬처 리포트] 그래미가 방탄소년단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
· [K컬처 리포트] '오겜, 케데헌처럼…' 한드에도 IP 비즈니스가 필요해
· [K컬처 리포트] 포켓몬 30주년 행사 중단, '팬심'을 간과했다
· [K컬처 리포트] 영화 '살목지'가 '왕사남'과 같은 점, 다른 점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