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6년 5월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을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2017년 1월에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을 통합한 KB증권이 공식 출범했다. 당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자기자본 4조 원대 KB증권이 새롭게 KB금융의 가족이 됨으로써 KB금융지주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2016년 9월 말 기준 KB투자증권의 자본금은 6616억 원에 불과했지만 통합 후 자본이 4조 원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KB증권은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과 더불어 국내 5대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이제는 KB금융 핵심 계열사인 KB증권은 현대증권 출신의 윤경은 사장과 KB투자증권 출신의 전병조 사장이 KB증권 각자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KB금융은 KB증권 통합 당시 새로운 수장으로 내부 인사 승진과 외부 인사 영입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각 사 출신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통합 KB증권의 연착륙을 위해 기존 대표이사를 연임시키는 복수 대표 체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자산관리(WM)와 세일즈 앤드 트레이딩(S&T)을, 전 사장은 투자은행(IB), 홀세일(법인영업) 등을 담당한다.

# 현대증권 출신 윤경은 사장
윤경은 KB증권 사장은 1962년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나 경성고등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인 1987년 외국계 금융사인 제럴드 한국지사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89년 BNP파리바은행으로 이직했고, 1993년에는 LG선물(현 NH선물)로 다시 이직해 영업총괄부 부장을 맡았다.
2001년에는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선물옵션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굿모닝신한증권 국제영업본부장, 선물영업본부장을 거쳐 2009년에는 트레이딩그룹 부사장까지 올랐다.
윤 사장이 한 회사를 이끄는 자리에 오른 건 2011년. 그해 말 솔로몬투자증권(현 아이엠투자증권)은 이사회를 열어 그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당시 솔로몬투자증권은 “윤 사장이 신임 대표가 되면 법인선물옵션을 포함한 해외 브로커리지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채권과 파생 등 트레이딩 부문도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의 첫 CEO직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2년 초 솔로몬투자증권의 무한책임사원(GP)인 솔로몬저축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받았다. GP란 회사의 채무에 대해 직접, 무제한, 연대책임을 지고 있는 사원을 뜻한다. 솔로몬투자증권의 GP는 예금보험공사로 바뀌었고 2012년 6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윤 사장은 자진사퇴했다.
2012년 7월 현대증권은 윤 사장을 홀세일부문 부사장으로 영입, 그해 10월 사장으로 승진시켜 김신 전 사장(현 SK증권 사장)과 공동대표를 맡겼다. 2013년 5월 김 전 사장이 사임하면서부터 윤 사장이 단독으로 현대증권 경영을 맡았다.
그의 현대증권 사장 선임에는 뒷말도 많았다. 현대그룹 비선실세 의혹을 받았던 황두연 당시 ISMG코리아 대표가 윤 사장과 경성고등학교 동기동창이었던 것. 안팎의 부정적 시선에도 윤 사장의 현대증권은 2016년 영업수익(매출) 4조 2672억 원, 영업이익 2976억 원을 거두면서 2014년(영업수익 2조 6505억 원, 영업이익 397억 원)에 비해 실적이 크게 성장했다.
통합 KB증권 출범 후 실적은 좋지 못한 편이다. 올해 상반기 KB증권의 영업수익은 3조 4415억 원, 영업이익은 215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영업수익 3조 860억 원, 영업이익 2178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경쟁사인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 3조 5346억 원, 영업이익 2385억 원을 거둬 KB증권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윤 사장은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지만 임기가 1년에 불과해 당장 내년을 바라볼 수 없는 처지다. 그가 하반기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앞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KB투자증권 출신 전병조 사장
전병조 KB증권 사장은 1964년 대구광역시에서 태어나 대구고등학교,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인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료의 길을 걸었다. 전 사장은 1986년 총무처에서 근무를 시작, 1987년 재무부로 옮겨 조세정책과, 국제금융과, 재무부장관 비서관 등을 거쳤다. 1995년에는 재정경제원 금융협력과 사무관을 맡았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2005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이후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국 지역경제정책과장, 해양수산부 해사안전정책관 겸 국제기획관으로 일하는 등 탄탄대로 행보를 보였다.
2008년 9월 그는 공직을 떠나 NH농협증권(현 NH투자증권) 전무로 이직했다. 2012년 7월에는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전무로 이직해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13년 9월 다시 KB투자증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2015년 1월 KB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전 사장은 지난 정부 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대구고등학교 후배다. 공교롭게도 허인 KB국민은행장, 김윤태 KB데이터시스템 사장, 심재호 KB손해보험 사외이사도 모두 대구고 출신이다.
KB증권은 지난해 ‘조직 통합’과 관련해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초 KB증권은 과장급 이상 전 직원의 연봉을 동결한 대신 위로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직원 한 명당 400만 원을 지급했다. 문제는 이 돈을 현대증권 출신 직원들에게만 지급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현대증권 출신 대리급 이상 직원은 60만 원, 사원급 이하는 50만 원을 명절 귀성비로 받았다.
반면 KB투자증권 출신 직원들은 일괄적으로 30만 원만 받았다. 당시 KB증권 관계자는 “옛 현대증권의 귀성비는 노사협약에 따라 결정된 부분이라 변경할 수 없었다”며 “옛 KB투자증권의 귀성비 역시 내부규정에 따라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대증권에는 노조가 있었고 KB투자증권에는 노조가 없었던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뒷말이 KB증권 내부에서 나왔다.
2017년 말 금융위원회는 KB증권을 초대형투자은행(초대형IB)으로 지정했지만 아직 KB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했다. 단기금융업으로 인가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KB증권 직원이 고객 휴먼계좌의 투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돼 올해 안에 인가받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사장의 임기 역시 올해까지로 부진한 실적 회복과 단기금융업 인가 여부가 그의 앞날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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