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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맞고발'로 번진 90년대 인기가수 갑질 사건 전말

엔진 전체 수리 후에도 주행중 시동꺼짐 계속…황 씨 "잘못은 인정, 공포 시달렸다"

2018.08.30(Thu) 11:26:14

[비즈한국] ‘90년대 인기가수 갑질’ 사건으로 대중의 이목을 끈 그룹 잼의 멤버 황현민 씨가 지난 24일 외제차 수입업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공식판매점 천일오토모빌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비즈한국’이 민사 재판 소장을 단독 입수했다.

 

소장에 따르면 황 씨는 시동 꺼짐 결함이 있는 자신의 차량 디스커버리4 3.0D의 구입대금 전액 환급과 정신적 피해보상 위자료 4500만 원을 청구했다. 황 씨가 주장하는 정신적 피해는 크게 두 가지다. 고속도로에서 차량 시동이 꺼져 생명의 위협을 느낀 상황에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부적절한 사후 대처로 공포를 느꼈고, 이에 보상을 요구하자 천일오토모빌 관계자가 허위·왜곡 보도를 사주해 자신을 사회적으로 매장했다는 것.

 

90년대 인기가수 갑질 사건으로 화제가 된 그룹 잼의 멤버 황현민 씨가 지난 24일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공식판매점 천일오토모빌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지난 8월 1일, 황 씨의 행패가 담긴 영상이 모 종편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황 씨는 대중의 공분을 샀다. 영상 속 황 씨는 차량 판매점에 비치된 태블릿PC를 내동댕이치고, 입간판을 발로 차 부쉈다. 이른바 ‘갑질’도 이어졌다. 그는 매장 직원에게 1.5cm 두께 고기를 사 오라든가, 2년간 고가의 차량 무상 임대를 요구했다. 황 씨는 행패 부린 것을 인정하고 뉘우치면서도, 차량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사실이 보도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소장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사건은 이랬다. 황 씨는 2016년 8월 20일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공식판매점인 천일오토모빌 딜러 A 씨에게 7900만 원가량의 디스커버리4 3.0D 차량을 리스 계약(보증금 2500만 원, 36개월)으로 구입했다. 

 

황 씨는 운행 중 차량이 덜덜 떨리면서 속도가 줄어드는 현상을 겪었다. 2017년 1월 디젤 입자를 저감하는 필터인 DPF에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받고 해당 부품을 교체했지만, 열 달 뒤인 2017년 11월 같은 증상이 발생해 정비를 또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달리던 차량의 시동이 꺼졌다. 같은 현상이 2017년 12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여섯 달에 걸쳐 세 번 반복됐다. 2017년 12월, 처음으로 시동 꺼짐 현상을 겪은 황 씨는 엔진 전체를 들어내 영국 본사로 보내는 2000만 원 견적의 수리까지 받았던 상황이었다. 이에 랜드로버 차량 공식판매점 천인오토모빌 대표 B 씨는 “내가 안 만듦”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황 씨와 천일오토모빌 대표 B 씨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세 번째로 시동이 꺼진 2018년 5월, 황 씨는 아내, 장모, 처남댁, 처조카를 태운 채 110~120km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이었다. 차량이 완전히 멈추기 전 방향을 틀어 갓길에 주차한 황 씨는 딜러 A에게 전화해 견인차와 대차를 요구했다. A는 견인차를 사고지점에 보내고, 사고지점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이천휴게소에 황 씨가 탈 차량을 마련했다.

 

한 시간 뒤 도착한 견인 차량 기사는 황당한 말을 했다. 황 씨가 대차를 사고지점까지 가져다 달라고 요구하자 “내려가 택시 타고 가라”고 말했다는 것이 황 씨의 주장이다. 선택권이 없었던 황 씨는 견인차를 이용했고, 견인차 기사는 황 씨 가족이 탄 채로 차량을 견인했다. “견인 기사가 차는 보험이 되는데, 사람은 보험이 안 된다는 말도 했다. 교통사고 경험이 있던 아내를 비롯해 가족 모두가 극심한 공포에 떨었다”는 것이 황 씨의 주장이다.

 

황 씨는 지난 5월 28일 랜드로버 강남 판매점을 방문해 B 대표에게 차량 보증금과 현재까지 낸 리스 대금 전액 환급을 요구했다. 그러자 B 대표는 황 씨에게 심상찮은 제안을 했다. 현재 황 씨의 차량을 중고 가격으로 매입하고, 황 씨가 사기로 예약해둔 신차 가격을 20% 할인해주겠다는 것.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천일오토모빌이 각각 챙기는 마친 10%를 합한 할인율이었다.

 

B 대표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마진 10%를 포기하지 않을 우려가 있으니 황 씨에게 진상을 부리라고 요구했다. 일종의 연극을 통해 본사에 할인을 끌어내겠다는 계획이었다. 

 

모 종편 방송의 보도 장면으로, 황현민 씨가 랜드로버 판매점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는 CCTV 화면이다. 사진=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황 씨는 이러한 제안을 거절했다. 황 씨는 “너무 화가 났다. 차량 결함으로 정당한 요구를 하러 왔는데, 날 포악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불쾌했다. 망신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7층 대표실에서 내려와 1층에서 소란을 피웠다”며 “지금도 후회되는 부분이다. 고성과 욕설 등 잘못한 건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전했다.

 

이어 황 씨는 “잘못을 변명하는 건 아니다. 다만 다른 소비자들이 랜드로버의 결함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다. 한 대 있는 차가 자꾸 달리다가 서버리니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에 시달렸다”며 “그런데도 랜드로버 관계자는 내 차를 고쳐서 중고로 팔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소비자의 목숨을 담보로 장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채널A 보도에 의해 재규어랜드로버가 엔진 결함을 인지했으면서도 차량을 계속 판매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랜드로버 일부 차량에 리콜 조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규어랜드로버 관계자는 “결함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조사를 진행되고 있어 성실히 응하고 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 결과가 나오면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랜드로버를 사랑해주시는 고객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황 씨와 직접적인 갈등을 빚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공식 판매점 천일오토모빌 또한 황 씨를 업무방해와 협박 등 혐의로 맞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천일오토모빌 대표 B 씨는 “현재로선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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