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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값 내린 줄 알았더니…" 수입차 '조삼모사' 가격 정책

국산차와 가격 비슷해 승승장구…판매보다 AS로 이익 남기는 구조

2018.12.21(Fri) 17:26:27

[비즈한국] 올해 1~11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는 총 24만 255대 팔렸다. 이 기간 국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117만 9773대였으니, 100대 중 17대가 수입차인 셈이다. 역대 최고 비중이다. 수입차가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음에도 유독 수입차만 승승장구하는 까닭은 무얼까.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은 수입차 제조사들의 가격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할인 프로모션 등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제품을 싸게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볼보 XC40의 경우 국내 가격이 4620만~4880만 원으로, 이는 볼보 본사가 있는 스웨덴(6055만 원)은 물론 영국(6115만 원), 독일(7014만 원)보다도 최대 2000만 원 이상 싸다.

 

수입차들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17년 모터쇼에서 선보인 수입차 부스. 사진=박정훈 기자

 

3년 연속 수입차 1위를 달리는 벤츠도 E300의 경우 국내 최저 가격이 6350만 원으로 유럽의 5만 3074유로(약 6800만 원)보다 500만 원가량 저렴하다. 특히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3사는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중형차의 경우 최고 1000만 원까지 싸게 팔고 있다. 

 

벤츠는 중고차 반납과 딜러 할인 등을 통해 E클래스의 가격을 5000만 원대 중반까지 끌어내렸고, BMW도 520D M스포츠 패키지 가격을 1000만 원 가까이 낮춰 5000만 원대에 판매했다. BMW는 특히 3시리즈와 3그란투리스모(GT)의 신차 출시를 앞두고 중고차 보상판매 등을 통해 최대 1700만 원까지 할인 판매했다. 유럽과 일부 옵션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서는 가격 장벽을 한껏 끌어내린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국산차들도 최근 10년새 가격이 크게 올라 가격 격차가 줄었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80은 3.3 가솔린 모델이 4899만~6214만 원, 2.2 디젤 모델은 5183만~6106만 원이다. 독일 3사의 중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이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신형 싼타페도 풀옵션 가격이 4000만 원대 초중반으로, 수입 준중형 SUV와 가격이 비슷하다.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비싸긴 하지만, 수입 브랜드의 프리미엄과 소비자 수요을 반영해 구입할 만한 수준의 가격을 책정한 셈이다. 가격 정책을 통해 과시욕이든 빼어난 성능이든 수입 고급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불을 당긴 것이다.

 

일본의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작지 않음에도 한쪽으로 쏠림이 심한 편이다. 가격 정책을 통해 쏠림의 방향만 틀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11월 5084대를 판 도요타 캠리의 경우 가격이 3540만 원으로 현대차 쏘나타 3233만 원과 가격이 비슷하며, 도요타 아발론도 4730만 원으로 그랜저(3993만 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벤츠는 중고차 반납과 딜러 할인 등을 통해 E클래스의 가격을 5000만 원대 중반까지 끌어내렸다. 사진=고성준 기자

 

수입차 브랜드들은 어떻게 싼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 수입차 회사들은 자동차 판매를 통한 수익을 낮추는 대신 시장점유율을 늘려, 애프터서비스(AS) 등 관리 부문에서 돈을 버는 수익 구조다. 지난해 벤츠·BMW·아우디 등 수입차 딜러사들의 차량 판매 총이익률은 6~11%에 불과한 데 비해 정비 매출 이익률은 15~18%에 달했다. 2014년 정비 매출 이익률이 6~7% 수준에 그쳤던 점과 비교하면 최근 3년 새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체 매출에서 자동차 판매 매출 비중이 90%로 절대적으로 높지만 영업이익은 4 대 6 정도로 정비 부문이 판매 부문보다 높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AS 부품은 본사-한국 지사-딜러사-소비자에게 넘어가는 구조로 마진이 3번 붙는다. 유통 과정이 길기 때문에 원가 100만 원짜리 부품이 소비자에게 넘어갈 때는 200만 원이 넘는 일이 흔하다. AS 부문 수익이 커지고 있어 수입차 브랜드들도 3급 부분 정비업소까지 인수하는 등 정비망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브랜드가 독일 브랜드와는 달리 가격 프로모션이 없는 이유는 AS 부문 수익이 크지 않아서다.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브랜드들은 AS 보증기간이 길고 잔 고장이 없기로 유명하다. 미국계 수입차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부품을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급자 우위 시장인 AS 부문에서 수익을 많이 남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장기 렌트·리스 서비스도 수입차들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해준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추가 가격 인하 혜택을 미끼로 소비자를 리스 서비스로 유도한다. 리스는 차값의 40~50% 정도를 담보로 맡기고 차값 전액을 대출 받아 차량을 운용하는 구조다.

 

취·등록세를 포함해 7400만 원인 차를 36개월 동안 리스하는 경우 총 금리 2.2%를 적용하면 이자를 포함한 월 리스료는 약 130만 원에 달한다. 36개월간 총 리스료는 3900만 원. 리스 기간이 지난 뒤 차량을 인수할 때 차량의 잔존가치와 월 리스료 등을 포함해 약 8000만 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7400만 원짜리 차를 8000만 원에 구매하게 되는 셈이다. 가격 인하, 리스 등 최근의 수입차들의 가격 정책은 소비자들에게는 조삼모사인 셈이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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