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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프레지에가 가져온 봄처럼 상큼한 '제이클레프'

신선한 비트와 새로운 스타일, 우리가 기다렸던 새로운 이야기

2019.03.19(Tue) 10:46:38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봄이 오고 있다. 집 앞에 있는 나무는 여전히 앙상하지만, 봄이 오고 있다. 옷깃을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에 옷깃을 여미며 패딩을 입지 않은 나 자신을 책망하지만 어쨌든, 봄이 오고 있다. 겨울은 잘 보내셨나요?

 

봄이 온다고 한들 작년 그 자리에 있던 그 나무에서 그 꽃이 피고 어제 봤던 내 옆자리 동료가 여전히 내 옆자리에 있고 팀장은 변함없이 한결같이 띨띨하고 같이 수업을 듣던 동기는 머리 색만 바뀌었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이니까 뭔가 새로운 기분이 든다. 새롭고 낯선 음악이 듣고 싶어진다. 

 

새롭고 낯선 음악은 신인의 미덕이다. 자신의 첫 노래를 내기 전까지 몇 년, 혹은 태어난 직후부터 첫 노래를 만들기 전까지의 모든 세월을 꾹꾹 눌러 담은 음악. 요즘 유행하는 요즘 잘 팔리는 음악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스타일을 알뜰살뜰 챙긴 그런 음악. 낯선 스타일이 주는 쾌감.

 

Jclef - 지구 멸망 한 시간 전

 

봄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아름다운 신호탄은 서래마을에서 쏘아 올린다. 7호선 내방역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메종엠오(MAISON M.O). 풍성한 크림이 딸기를 한 아름 안고 있는 프레지에(Fraisier). 

 

메종엠오의 화이트데이 에디션 프레지에(Fraisier huile d'olive et citron)  사진=이덕 제공

 

세상 거의 대부분의 카페에서 라떼를 볼 수 있는 것처럼 프레지에 또한 대부분의 파티스리(Patisserie)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파티스리의 숫자만큼 서로 다른 프레지에가 존재한다. 

 

화이트데이를 기념하는 이 깜찍한 하트모양 프레지에는 올리브 오일과 바닐라가 들어간 특별한 크림이 딸기를 품고 있다. 그리고 One more thing, 레몬이다. 입 안에서 딸기와 크림이 뒤엉킨 사이로 새콤한 레몬이 빠르게 인사를 하며 지나간다. 덕분에 한 입 먹고 두 입 먹고 세 입 먹어도 여전히 상큼하다. 

 

프레지에에는 정답이 없다. 옳고 그름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다. 누군가는 크림에 버터를 좀 더 많이 넣을 수도 있고, 피스타치오를 갈아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정답을 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프레지에는 틀린 프레지에가 된다. 서로 다르기에 특별했던 어떤 프레지에는 오답이 되는 동시에 비웃음을 사고, 미움 받는 대상이 된다. 단지 조금 다를 뿐인데. 원래 조금씩 다 다른 건데. 

 

지구 멸망 한 시간 전에도 그 프레지에는 미움을 사고 있을까. 운석이 떨어지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가 맹렬하게 그 프레지에를 미워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 순간만큼은 허무한 시선으로 ‘그래 세상엔 저런 프레지에도 있었지’ 하며 바라보게 될까. 난 사실 그 초록색 크림이 좋았어, 하며 뒤늦은 고백이라도 할 수 있을까. 맹렬하게 미워했던 시간과 미움의 대상이었던 억울한 시간.

 

Jclef - The Uncertains' Club (Feat. MEEGO)

 

우리가 갖고 있던 서로 다른 흠집, 강요받는 정답을 피해 때론 눈치 보며 숨겨야 했던 흠집들. 제이클레프 1집 ‘flaw, flaw’에는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신선한 비트와 새로운 스타일, 그리고 한 사람의 고민 속에서 태어난 기나긴 이야기들. 우리가 기다렸던 새로운 이야기.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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