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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튜브] 스킵 없이 정주행, '고퀄' 유튜브 광고 셋

리조트, 사이다, 반도체 광고 등 길고 영화 같은 퀄리티…해외 팬들 댓글도

2019.04.23(Tue) 18:23:35

[비즈한국] 유튜브 전성시대다. 정치사회적 파급력도 대단하거니와 학습, 취미, 실용, 오락 등 무궁무진한 정보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TV보다 유튜브를 많이 보게 됐다. 40대 남자로서 유튜브의 유용한 채널들을 소개해 본다.

 

공중파 방송과 유튜브 영상의 공통점이 있다.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제작자는 볼만한 영상으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대신 광고를 팔아 이익을 남긴다. 과거 공중파는 과점적 영향력을 무기로 비싼 값에 광고를 팔았다. 짧은 시간에 많은 광고를 보여줘야 해서 광고 한 편은 15초에 불과했다. 

 

유튜브 광고 가운데에는 15초짜리 공중파 광고를 재사용한 것도 있지만, 점차 긴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재밌게 만들어 스킵하지 않고 끝까지 보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점차 영화처럼 완성도 높은 ‘고퀄’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재밌는 광고를 본 시청자는 직접 채널을 방문해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최근 공개된 볼만한 광고 셋을 소개한다.

 

시간 제약 없는 유튜브 광고는 점차 진화하고 있다. 사진=P 리조트 유튜브 캡처


# 아재에게 ‘블랙핑크’를 알려준 ‘체크인 투 판타지’

 

인천 영종도에 세워진 자칭 ‘동북아 최초 복합리조트’인 P 리조트 광고에는 블랙핑크가 나온다. 블랙핑크의 노래는 들어봤지만 멤버들의 생김새는 몰랐던 ‘아재’는 이 광고를 통해 블랙핑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제일기획이 제작한 광고는 사극의 형식으로 시작한다. 조선시대 가상의 공주 청선(제니)은 저녁 개인과외 시간에 ‘구운몽’을 배운다. 지루한 수업에 졸음이 밀려오던 공주 앞에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난다. 사슴을 쫓아가던 공주는 현대인의 모습으로 변하고 P 리조트를 경험하게 된다. 

 

4일 공개된 광고는 테마파크 ‘원더박스’의 개장에 맞춰 진행됐지만, 광고의 백미는 3000여 명이 동시에 입장 가능한 동북아 최대 규모 클럽 ‘크로마’의 화려함이다. 화면 가득 흩날리던 금박의 종이가루는 잠에서 깬 공주의 손에 남아 있다. 강사(김갑수)가 “그 꿈은 이룰 수 없는 꿈이거늘”이라고 읊조리자 공주는 “아니오, 그것은 이룬 꿈입니다. 이곳에서”라고 답한다. 광고 제목 ‘체크인 투 판타지’와 잘 어울린다.

 

블랙핑크도 주목할 만하지만 광고 자체의 퀄리티가 높다. 댓글에서도 영상미를 칭찬하는 내용이 많다. 블랙핑크의 위상 때문에 외국어 댓글이 더 많다. 개장 2주년을 맞은 P 리조트는 영종도라는 불리한 위치, 2년 전의 ‘사드 사태’로 흥행 우려를 낳았지만, 누적 방문객 250만 명을 기록하며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 ‘병맛’ 제대로 보여준 ‘스트롱사이다’

 

L 음료에서 나온 스트롱사이다는 기존의 사이다보다 탄산 함량을 높인 신제품이다. 2월 28일 공개된 광고는 4개의 스토리가 조금씩 강렬함을 더하며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광고모델은 2인조 그룹 ‘노라조’. 최근 ‘사이다’라는 노래로 ‘사이다 댄스’를 유행시켰는데, 결국 사이다 광고를 찍게 됐다. 

 

첫째 광고는 고구마를 먹다 목이 메인 중년 여성이 스트롱사이다를 먹고 속이 풀린다는 내용이다. ‘강렬함이 부족하다’는 광고주의 반응에 감독은 노라조가 기타를 부수며 강렬하게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두 번째 광고를 만든다.

 

액션 스턴트 배우가 ‘센 놈들이 등장하면 어떨까’라고 제안을 하면서 세 번째 광고는 액션 영화처럼 변한다. 그럼에도 광고주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감독은 온갖 콘셉트를 ‘짬뽕해’ 최후의 광고를 만든다.

 

영화 ‘​매드맥스’​를 보는 듯한 황량한 벌판에서 폭탄이 터지고, 고구마가 날아다니고, 스트롱사이다가 로켓처럼 날아가 우주에서 폭발한다. 짝퉁 ‘파워레인저’가 날아다니면서 고구마를 혼낸다. 노라조 멤버 조빈은 광고 말미에 조용히 읊조린다. “감독 이 ×끼 미친 것 같애.”

 

광고 때문에 편의점에서 스트롱사이다를 사 먹어 보았다. 탄산을 많이 넣어 톡 쏘는 맛은 강해졌지만, 단맛이 강한 기존 사이다와 동일한 맛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레몬향을 넣은 경쟁사 제품 ‘스×라이트’보다 못했다.

 

 

# 반도체는 이천 특산품일까? S 사 반도체

 

반도체는 광고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소재다. 소비재도 아니고 생산재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어필할 이유도 딱히 없다. 그러나 이천에 반도체 공장을 둔 S 사는 최근 꾸준히 자사 반도체를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심지어 광고가 재밌기까지 하다.

 

이번 광고는 ‘이천=반도체’라는 콘셉트를 머릿속에 쏙쏙 박히게 한다. 반도체 공장에 다니는 직원의 아들이 ‘우리 고장의 특산품을 쓰시오’라는 시험문제에 ‘반도체’라고 답했다 틀리자 아빠에게 따진다.

 

억울한 아빠는 시청에 “반도체는 이천 특산품이 될 수 없습니까”라고 문의하지만 부정적인 답을 듣는다. 그때부터 거리에 나가 전단을 돌리고 시위를 하고 유튜브 방송으로 반도체가 이천 특산품이 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TV 인터뷰에 나서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유명 경제 잡지 표지에 실리고 심지어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에도 등장한다. 아빠의 모습을 딴 동상도 건립된다. 아들은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그래도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인터뷰한다. 

 

마직막 장면은 아들이 학교 선생님에게 오답 정정을 요구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선생님이 ‘초록 검색창’에 ‘이천 특산품’을 입력하자, 자동완성으로 뜨는 최초의 단어가 ‘반도체’다. 당황한 선생님 표정과 의기양양한 아들의 모습이 교차한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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