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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주 팽창엔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폭탄 폭발과 달리 우주는 특정한 팽창 중심점 없이 균일하게 팽창

2022.04.25(Mon) 10:48:49

[비즈한국] 최근 연이어서 천문학자들이 발견한 역대 가장 먼 거리에 놓인 별과 은하의 놀라운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남겨주었다. “우주 팽창의 중심은 대체 어디인가요?” 같은 조심스러운 질문부터 “거짓말하지 마라! 빅뱅 이론이 사실이라면 그 폭발의 중심이 어디인지나 먼저 찾아라!”와 같은 격한 반응까지. 스타일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묻고 있다. 그래서 대체 우주 팽창의 중심, 빅뱅이 일어난 포인트는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빅뱅 이론을 처음 접할 때 당연히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하지만 천문학은 여러분이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답을 제시한다. 애초에 우주 팽창엔 중심이 없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빅뱅 이론 자체가 허구라고까지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주 팽창에 중심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빅뱅 이론의 가장 정확한 설명이다. 

 

우주 팽창엔 중심이 없다. 이 말은 빅뱅 이론에 위배되지 않는다. 가장 정확한 설명이다.

 

풍선을 부는 모습을 생각해보자. 풍선을 불수록 풍선은 더 커지고 풍선 표면도 점점 넓어진다. (간단한 비교를 위해 풍선 표면 전체가 모두 같은 비율로 늘어난다고 생각하자.) 자! 여기서 질문을 해보겠다. 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풍선 표면의 팽창 중심이 어디인지를 풍선 표면 위에서 정의할 수 있는가? 풍선 표면에서 특정한 점을 딱 찝어서 거기가 바로 팽창하는 풍선 표면의 정중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애초에 그런 정의가 불가능하다. 풍선 표면에서 어느 곳을 찍어도 모두 그곳을 중심으로 주변의 풍선 표면이 팽창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왜냐면 팽창하는 풍선 표면은 특정한 중심 없이 그저 그 표면 자체가 균일하게 팽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 속 은하들의 분포 지도를 간단하게 표현한 그림. 왼쪽은 아직 팽창을 덜 했을 때 우주 전체 규모가 작았을 때, 오른쪽은 팽창이 조금 진행된 후 우주 전체 규모가 좀 더 커졌을 때의 모습이다.


이제 실제 우주와 비슷한 상황을 생각해보자. 여기 우주 속 은하들의 분포 지도를 간단하게 표현한 그림 두 개가 있다. 왼쪽은 아직 팽창을 덜 했을 때 우주 전체 규모가 작았을 때의 모습이다. 오른쪽은 팽창이 조금 진행된 후 우주 전체 규모가 좀 더 커졌을 때의 모습이다. 왼쪽의 작은 그림을 통째로 살짝 늘리면 오른쪽 그림이 된다. 왼쪽 그림에서 오른쪽 그림으로 그림이 늘어날 때 그 팽창의 중심은 과연 이 그림에서 어디가 되어야 할까?​

 

임의로 한 점(은하)을 선택하고, 왼쪽과 오른쪽 두 그림에서 같은 점이 겹치도록 그림을 포개면 그 점을 중심으로 사방의 다른 모든 점이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점을 선택해도 그 점이 중심으로 보인다.


임의로 한 점(은하)을 선택하고, 왼쪽과 오른쪽 두 그림에서 같은 점이 겹치도록 그림을 포개보자. 그러면 마치 그 점을 중심으로 사방의 다른 모든 점이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점이 팽창의 중심인 것처럼. 이번엔 다른 점을 선택해서 똑같이 그 점이 겹치도록 두 그림을 포개보자. 이번엔 또 새로 정의한 점을 중심으로 사방의 다른 점들이 모두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점을 선택해서 똑같은 작업을 해봐도 마찬가지다. 그림 위에 찍은 어떤 점을 기준으로 비교해도 선택한 점을 중심으로 사방의 다른 모든 점들이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팽창의 중심이 하나가 아니라 수없이 많아야 한다는 건가? 전혀 그렇지 않다. 애초에 특정한 포인트를 딱 짚어서 그곳이 팽창의 중심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왼쪽 그림에서 오른쪽 그림으로 넓어지는 팽창 과정에서 팽창의 중심이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더 작았던 왼쪽 그림 자체가 통째로 균일하게 늘어나서 오른쪽 그림이 되었을 뿐이다. 

 

우리 우주도 마찬가지다. 우주의 시공간 자체가 특정한 팽창 중심점 없이 균일하게 팽창하고 있을 뿐이다. 앞서 보여준 늘어나는 풍선 표면처럼, 늘어나는 그림처럼 말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빅뱅과 함께 출발한 우주의 팽창을 마치 폭탄이 터지는 모습처럼 착각한다. 그리고 바로 가장 큰 오해가 여기에서 시작된다. 분명 폭탄은 폭발 지점을 중심으로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간다. 당연히 그 폭발 지점을 파편이 날아가는 중심점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 팽창은 폭탄이 터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 주변 사방에 멀리 떨어진 대부분의 은하들이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폭탄의 파편처럼 폭발의 여파로 밀려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은하들이 박혀 있는 시공간 자체가 팽창하며 각 은하 사이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우주가 중심점 없이 통째로 균일하게 팽창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그건 멀리 떨어진 은하들까지의 거리와 각 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후퇴 속도가 정확히 비례한다는 사실, 바로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을 통해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우주가 두 배로 팽창하면서 은하들끼리 간격도 두 배로 벌어졌다. 거리가 더 먼 은하일수록 그 거리에 비례해서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

 

간단한 그림과 함께 다시 비교해보자. 수평선으로 표현한 간단한 cm 스케일 우주 모형이 있다. 위에 있는 수평선은 팽창을 하기 전, 우주가 작았을 때의 상황이다. 아래에 있는 수평선은 우주가 두 배 팽창한 뒤의 상황이다. 계산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1초 만에 위에서 아래쪽 상황으로 변했다고 해보자. 우주가 팽창하면서 은하들끼리 간격도 두 배로 벌어졌다. 이제 수평선 위에 있는 은하들 중 가장 왼쪽에 있는 은하 A를 기준으로 주변의 다른 은하들까지의 거리와 그 은하들이 이동한 후퇴 속도를 함께 비교해보자. 

 

원래 B, C, D 세 은하는 각각 기준 A은하로부터 1cm, 3cm, 4cm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1초 뒤 이 작은 미니 우주가 통째로 두 배 늘어났다. 그래서 팽창한 뒤에는 B, C, D 세 은하가 각각 A로부터 2cm, 6cm, 8cm 떨어져 있다. B는 1초 만에 A로부터 1cm 거리에서 2cm 거리로 1cm 더 멀어졌으니 A 기준 B의 후퇴 속도는 1cm/s다. 같은 방식으로 C는 1초 만에 A로부터 3cm 거리에서 6cm 거리로 3cm 더 이동했으니 A 기준 C의 후퇴 속도는 3cm/s다. 마찬가지로 D는 1초 만에 A로부터 4cm 거리에 있다가 8cm 거리로 4cm 더 멀리 이동했으니 A 기준 D의 후퇴 속도는 4cm/s다. 

 

이제 이 미니 우주의 A은하에 살고 있는 미니 에드윈 허블이 자신이 관측한 세 은하 B, C, D의 거리와 후퇴 속도를 비교한다고 생각해보자. 가로축은 자신이 살고 있는 A은하로부터 각 은하까지의 거리로, 세로축은 각 은하가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후퇴 속도로 한 그래프를 그린다. 점을 찍어보면 완벽하게 비례하는 같은 일직선 상에 세 점이 찍힌다! 우리 우주의 허블과 르메트르가 발견했던 것과 정확히 같은 그래프다. 물론 이러한 비교는 A은하에 살고 있는 미니 에드윈 허블 말고 B은하, C은하에 살고 있는 미니 우주의 외계인 천문학자를 기준으로 해봐도 똑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거리가 더 먼 은하일수록 그 거리에 비례해서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건 우주가 통째로 아무런 팽창 중심 없이 균일하게 팽창하고 있음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다. 

 

거리가 더 먼 은하일수록 그 거리에 비례해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는 건 우주가 팽창 중심 없이 균일하게 팽창하고 있음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는 앞서 보여준 우주 지도 그림으로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아무 은하를 기준으로 두 장의 그림을 포개어서 비교하면, 기준이 되는 은하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더 멀리 떨어진 은하가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비로소 우주 팽창에는 특정한 중심점이란게 존재하지 않으며, 이 우주 자체가 통째로 균일하게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더욱 놀라운 사실을 하나 더 깨달을 수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주의 팽창을 머나먼 과거까지 쭉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우주의 모든 것들이 원자보다 작은 한 점에 모여 있던 태초의 순간에 다다른다. 나와 당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가 머나먼 과거 원자 수준으로 잘게 부서진 채 작은 한 점으로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점 자체가 팽창해서 지금의 세계가 된 것이다. 

 

따라서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나와 당신,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가 빅뱅이 벌어진 지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앞서 보여주었듯이 결국 누구를 기준으로 하건 모든 관측자에겐 자신을 중심으로 나머지 모든 우주가 사방으로 팽창하며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 눈엔 나를 중심으로 우주가 팽창하듯 느껴지고, 당신의 눈엔 당신을 중심으로 나머지 모든 세상이 팽창하는 듯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우리가 실제 우주의 중심에 살고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한 특정한 관측자가 볼 수 있는 관측 가능한 우주 자체가 그 관측자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둥글게 정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토록 찾아달라 이야기한 우주 팽창의 중심, 빅뱅이 벌어진 지점은 바로 각자가 서 있는 그 자리다. 그곳이 바로 우주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어디를 걷는지, 어디에 서 있는지 상관없이 매순간 우리는 우주의 역사가 처음 시작된 역사적 지점을 딛고 서 있는 것이다. 

 

이는 태초에 작은 한 점에 모여 있던 작은 우주가 사방으로 균일하게 팽창하면서 벌어지는 놀라운 사실이다. 우주 팽창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제시하지 못한다는 건 빅뱅 이론을 부정하는 근거가 전혀 되지 못한다. 애초에 빅뱅 이론은 우리 우주의 팽창의 중심이란 것 자체가 정의되지도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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