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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로 간 '파리바게뜨 노조', 유럽 진출 타격 입힐까

오너 3세 글로벌 사업 지휘 와중에 프랑스 노조 연대시위…SPC 측 "회사 제안에 노조 답 없어"

2022.06.10(Fri) 17:02:06

[비즈한국] “한국에서 노동자 탄압으로 알려진 회사가 ‘파리’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지난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파리바게뜨 생미셸점 앞에서는 SPC그룹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프랑스 유력 노동조합총연맹 세제테(CGT) 조합원들의 항의 시위가 열렸다. 세제테는 앞서 지난 3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에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파리바게뜨지회와 연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난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파리바게뜨 생미셸점 앞에서는 SPC그룹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프랑스 유력 노동조합총연맹 세제테(CGT) 조합원들의 항의 시위가 열렸다. ​사진=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제공​

 

국내에서도 SPC삼립의 ‘포켓몬빵’ 인기가 무색하게 나날이 불매운동과 항의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SPC그룹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소상공인 빵집을 찾아내 소문내는 ‘동네빵집 챌린지’가 진행됐고, 서초구 양재동 SPC그룹 본사 앞에서는 파리바게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 촛불문화제가 두 차례 열렸다.

 

SPC그룹의 노동권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바게뜨 소속 제빵기사들이 정의당에 제보하며 공론화된 ‘불법파견’ 문제가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불법 파견이란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근로자를 파견한 것으로, 파리바게뜨는 사실상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고도 형식적으로는 파견 직원인 것처럼 운영했다.  

 

이에 2017년 9월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통해 파리바게뜨가 제빵·카페기사 5000여 명을 불법 파견했다고 판단, 직접 고용을 명령했다. 불법 파견 문제는 그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국 SPC는 자회사 ‘PB파트너스’를 설립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하고, 3년 내에 본사와 임금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논란을 일단락시켰다. 

 

SPC그룹은 지난해 4월 1일 PB파트너스 출범 3년 차를 맞아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를 선언했다. 지난 3년간 임금을 총 39.2% 인상하는 등 연봉과 복리후생을 파리바게뜨와 동일 수준으로 향상하고, 노사 간담회를 통해 소통을 강화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파리바게뜨지회는 “회사의 일방적 셀프선언”이라며 “사측이 임금 관련 자료를 공유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노조(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 탈퇴를 종용한다”고 주장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및 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 3월 28일부터 5월 19일까지 53일간 단식투쟁을 했다. 

 

시민사회와 고용당국도 파리바게뜨지회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지난 1월과 지난달 3일에는 고용부 소속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각각 사측이 특정 노조 조합원들을 차별적으로 승진에서 배제했다는 승진차별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지난달 25일 법조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출범한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는 다음 주 중 SPC그룹의 사회적합의 조항 이행 여부를 검증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조에 따르면 불매운동과 단식투쟁 등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SPC그룹 사측은 별다른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다. 회사가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서 불매운동 등에 따른 불편을 호소한 것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이다. 파리바게뜨 운영사 파리크라상 공시에 따르면 파리크라상은 지난해 연말 기준 184개의 직영점과 3915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연 ‘SPC자본 규탄 민주노총 전국집중행동’ 기자회견에서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발생한 노사 갈등이 오랜 기간 봉합되지 못하고 프랑스까지 번진 상황에서 SPC그룹의 글로벌 사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SPC그룹은 국내 제빵업계 1위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한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사업을 진두 지휘하는 것은 오너 3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 사장은 지난해 말 글로벌BU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SPC그룹의 글로벌사업을 책임지게 됐다. SPC그룹은 ‘2030 비전’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사업의 비중을 5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 가맹점 2만 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새 해외 시장인 유럽 공략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영국법인도 설립했다. 2014년 프랑스 파리에 유럽 최초 매장을 오픈하며 유럽에 진출한 SPC그룹은 오는 2050년까지 프랑스 매장을 2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 7일에는 프랑스 샌드위치·샐러드 전문브랜드 ‘리나스’를 인수하면서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등과의 시너지를 기대 중이다.  

 

그러나 프랑스 노조총연맹 세제테의 연대를 시작으로 해외에 SPC그룹을 둘러싼 노동권 문제가 알려지면서 파리바게뜨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 해외 사업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SPC그룹은 ‘동일한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이행했으며, 최근에도 노조 측과 여덟 차례 협의를 했으나 오히려 노조가 별다른 입장을 전달하지 않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협의를 통해 임 지회장이 단식투쟁 중이던 4월 중순 대표이사 사과 등 법적 테두리가 허용하는 선에서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의 요구에 응하겠다고 밝혔으나, 노조 측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회사가 전달한 입장에 대해) 노조가 빠른 시일 내에 가부를 결정해 전달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 노동권 문제 확산에 따른 이미지 실추와 해외사업 악영향 우려에 대해서는 “일부 근로자가 가맹점주 등 이해 관계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면서도 “현재 (온라인 불매운동 등에 따른) 매출 변화는 없다”고 답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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