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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부자가 되기 위해 어디까지 가능해? '클리닝 업'

동명의 영국 드라마 리메이크…부자도 서민도, 돈에 대한 욕망의 크기는 다르지 않다

2022.06.27(Mon) 17:14:51

[비즈한국] 부자가 되고 싶은가? 이 질문에 십중팔구, 아니 십중십은 ‘네’라고 대답할 것이다. 뭐, 부자의 기준은 각기 다를 테고 그에 따른 책임이나 문젯거리가 있을 수 있으니 고민할 수는 있겠다. 그래도 많은 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독야청청 홀로 산 속에서 자연인처럼 살지 않는 이상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어느덧 계급이 되어 버렸으니까.

 

청소부로 근무하는 증권회사에서 내부자 거래를 하는 직원의 말을 엿듣게 된 우용미. 돈을 벌기 위해 아예 직원의 방에 도청기를 심어 놓으며 내부자 거래에 발을 들인다. 사진=JTBC 제공

 

드라마 ‘클리닝 업’은 청소(cleaning up)를 하는 청소부들이 주식 내부자 거래를 통해 거액(cleaning up)을 버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9년 방영된 영국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고학력·고스펙의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이 즐비한 증권사에서 극비 정보를 캐내는 이들이 청소부(미화원)로 설정된 점이 재미나다. 생각해보면 보안 철저한 증권사 건물 곳곳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닐 수 있는 직종으로 청소부나 경비원만큼 안성맞춤인 직종이 또 어딨겠나. 베스티드 투자증권에서 용역미화원으로 일하는 어용미(염정아)는 우연히 법인영업 팀장 윤태경(송재희)이 내부자 거래로 거액의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청소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주식도, 채권도, 내부자 거래도 모르는 재테크 일자무식이지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란 건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법. 거액의 빚을 끌어안은 채 아이 둘을 키우는 이혼녀의 각박한 현실은, 용미를 그렇게 내부자 거래라는 범죄의 길로 인도한다.

 

도청기로 들은 정보로 인수합병을 앞둔 3D 프린터 회사 주식을 사곤 ‘떡상’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우용미와 안인경.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의 종잣돈은 작고 귀여운 수준이다. 사진=JTBC 제공

 

시작은 단순했다. 도청기를 구입해 윤태경의 통화 내용에서 어느 종목이 어느 순간 ‘떡상’할 것인지를 엿들으며 주식 투자에 나섰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싫다던 안인경(전소민)을 끌어 들이고, 이들의 행각을 눈치챈 맹수자(김재화)와 동맹을 맺었다. 3D 프린터 회사의 인수합병 소식을 미리 엿듣고 투자에 성공한 뒤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거액이라도 번 줄 알 것이다. 그러나 남의 회사 청소부 유니폼까지 빌려 입어 겨우 따낸 수고비는 3000만원, 그나마도 금잔디(장신영)가 용미의 신분을 알아채고 입막음값으로 반을 떼어갔기에 용미와 인경, 수자에게 떨어진 돈은 각각 500만원씩이다. 그 금액으로도 환호하는 그들을 보면 내부자 거래란 범죄를 저질렀다고 추궁하기 안쓰러울 정도. 장발장이 훔친 빵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몇 억, 몇십 억을 횡령하거나 갈취하는 도둑놈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그들의 범죄는 안쓰럽도록 미약해 보인달까.

 

용미와 인경의 내부자 거래를 눈치채고 동맹을 맺게 된 맹수자. 수자까지 합심하며 세 사람은 도청기로 엿듣는 수준을 넘은 거래에 나선다. 사진=JTBC 제공

 

내부자 거래라는 범죄는 기업 임직원이나 주요 주주, 거래소 공시 담당자 등 내부자 또는 준내부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유가증권을 선취매하여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증권회사에서 청소하는 미화원이 우연히 엿들은 정보로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면, 그것을 자신 있게 비난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부자 거래의 ‘ㄴ’도 흉내낼 수준은 아니지만 ‘어디가 오를 거라더라’라는 ‘우리끼리만 알자’는 믿을 수 없는 정보들에 홀리는 귀들이 우리 주변에도 많지 않나. ‘주식리딩방’ 등의 사기를 당해 큰 돈을 잃거나, 도박에 가까운 코인에 ‘묻지마 투자’를 했다 상당한 손해를 본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한다. 기회가 된다면, 적극성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내부자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7화에서 인경이 전 남자친구 병렬(오승윤)에게 기회가 있다면 너도 내부자 거래를 할 것이냐고 묻자, 방금 전까지 뉴스에서 내부자 거래를 보며 ‘나쁜 놈들’이라 욕하던 그가 “지들끼리만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게 나쁜 거라는 거지. 배 아파서. 세상에 제일 나쁜 죄는··· 돈 없는 죄야”라고 말하는 것을 보라. 어쩌면 그게 우리 사회의 ‘마음의 소리’일 수 있다.

 

용미 일당이 청소하는 베스티드 투자증권의 감사팀 팀장으로 일하는 금잔디와 로펌 변호사로 보이는 이영신. 둘 다 배울 만큼 배우고, 돈도 있을 만큼 있어 보이지만 내부자 거래로 더 큰 돈을 좇고 있다. 사진=JTBC 제공

 

문제는 주인공 용미가 동정이 갈 수밖에 없는 처지이면서도 자신의 도박으로 거액의 빚을 진, 선뜻 동정할 수 없게 만드는 인물이란 점이다. 내부자 거래가 범죄라는 걸 알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뛰어드는 건 이해가 간다. 도청기까지 구입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그래, 때마다 사채업자가 찾아오는 데다 어린 자녀가 가난한 처지로 슬그머니 도둑질을 하는 모습까지 보면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러나 내부자 거래에 전면으로 나섰을 때 부지불식간에 자신을 딸(갈소원)의 이름인 ‘진연아’로 소개하는 지경에 이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이후 베스티드 투자증권 감사팀 팀장이자 내부자 거래의 주동자인 금잔디 또한 이 사실을 알고 딸의 이름까지 빌려 범죄에 나선 용미를 비난할 정도. 시청률이 지지부진한 이유에는 용미가 마음껏 응원을 보내기엔 껄적지근한 캐릭터인 것도 있지 않을까.

 

도박빚을 진 채 아이 둘을 키우는 용미와 커피트럭으로 장사하는 삶을 꿈꾸는 인경, 가족에게 무시당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수자. 이들에겐 얼마큼의 돈이 생겨야 행복할 수 있을까? 사진=JTBC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리닝 업’을 보고 있다. 돈을 무엇보다 우위에 두는 천민자본주의가 횡행하는 이 사회에서 청소부인 그들이 어디까지 욕망하며 폭주할지, 드라마는 그들의 결말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궁금하니까. ‘우리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보자’던 용미의 소원은 이루어질까? 용미 일당을 자신들과 전혀 다른 계급의 사람들이라 무시하지만 정작 같은 내부자 거래를 하고 있는 금잔디 등 화이트칼라의 사람들은 또 어떻게 될까. 그들을 마냥 응원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시청자의 입장에서 제작진은 원작을 어떻게 각색했을지 궁금하니 지켜볼 수밖에. 

 

청소부 옷을 입어도, 청담동 사모님 룩을 입어도 찰떡처럼 소화하는 염정아는 ‘SKY 캐슬’의 곽미향에 이어 욕망하는 캐릭터 우용미를 맡아 열연한다. 사진=JTBC 제공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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