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독자 경영에 나선 (주)신세계의 사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유경 회장은 유통을 넘어 부동산 개발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하지만 신세계가 공들여온 부동산 개발사업은 진척이 없고, 본업의 실적 부진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면세·패션 부진으로 실적 하락
신세계그룹이 계열 분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한 (주)신세계 지분 10.21% 전량을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증여 시점은 이달 30일이다. 정유경 회장이 보유한 (주)신세계 지분은 18.95%에서 29.16%로 늘어나게 됐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 전량을 시간 외 거래로 사들였다. 이를 통해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28.56%로 늘었다. 완전한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 분리 심사 등이 남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정리로 사실상 독자 경영이 본격화됐다고 본다.
계열 분리를 선언한 후 받아든 첫 성적표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정용진 회장은 승진 후 1년 만에 실적을 개선했다. 이마트는 지난 1분기 매출이 7조 2189억 원, 영업이익은 159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0.2%, 영업이익은 238.2% 증가했다. 경쟁사들도 이마트의 깜짝 실적에 놀랐다는 반응이다.
반면 (주)신세계는 1분기 매출이 1조 6658억 원, 영업이익은 1323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매출은 3.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8.8% 감소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업황으로 인해 면세,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의 자회사 실적이 하락한 것이 반영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매간 독자노선이 뚜렷해지면서 부동산 개발사업의 성과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그간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사업은 이마트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맡아왔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를 필두로 계열사의 주요 프로젝트를 맡으며 안정적 실적을 내는 이마트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이마트와 (주)신세계의 계열 분리가 본격화됨에 따라 (주)신세계도 부동산 개발사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이에 (주)신세계는 부동산 임대·관리 자회사인 신세계센트럴을 종합 부동산 개발회사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 주총에서는 사명을 기존 ‘신세계센트럴시티’에서 ‘시티’를 뺀 ‘신세계센트럴’로 변경하고 사업 분야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주)신세계는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에 백화점 등의 유통 위주 사업구조를 벗어나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좋은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만으로도 백화점 매출이 성장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다른 유통채널과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백화점과 같이 들어섰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른 상업 시설 등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보유한 대규모 부지 등을 활용하는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광주 사업은 지지부진, 고터 개발도 미지수
(주)신세계는 광주, 송도, 수서, 센텀시티 등의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로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준비 중인 대형 프로젝트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장 공을 들여온 광주 광천터미널 개발사업은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주)신세계는 총사업비 4조 4000억 원을 들여 광주 광천동 유스퀘어 문화관 부지에 백화점을 신축·확장하고 호텔과 터미널, 주거시설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내년 중 착공에 들어가야 하지만, 아직 본협상을 위한 사업계획서도 제출하지 못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협상 대상을 선정한 뒤 본협상을 한다. 협상이 끝나면 결과에 따라 도시계획을 결정하는 수순이다. 현재 1단계(사전협상)가 끝나고 본협상에 들어가기 전의 상황”이라며 “협상 대상을 선정할 때도 사업계획서를 제출한다. 제출한 계획서를 토대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전달했고, 신세계에서도 그 조건을 수용한다고 공문을 보내왔다. 이제 협상 조건을 반영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되지만 아직 제출 전”이라고 설명했다.

(주)신세계 측은 광주시에 주거면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에 협의된 주거면적(516세대)을 확장(800세대)하는 방향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광주시는 추가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어느 정도 확보가 돼야 터미널 현대화 등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는 개발을 할 수 있다. 적자를 감내하며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광주시와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데, 합의점을 도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업계획서 제출이 늦어지면서 일정 조정도 불가피해졌다. 당초 (주)신세계는 2026년 착공해 2028년 백화점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일정으로는 무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당장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더라도 남은 절차를 감안할 때 내년 중에는 착공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세계센트럴을 통해 추진 중이라고 알려진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부지 복합개발도 아직 구체화한 것이 없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부지 복합개발 사업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인접한 약 8만 7000㎡(약 2만 6300평) 규모 부지를 지하화하고, 지상부에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와 대규모 녹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업계에선 총개발비가 10조 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전협상제안서 제출 전 검토신청서를 받는다. 신세계로부터 검토신청서를 받아 보완사항을 전달했고, 신세계에서 다시 보완 제출해 현재 시에서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부지 복합개발과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광주 복합개발이 가장 이른 시일 내 진행될 프로젝트다. 광주 사업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기존점 리뉴얼 작업으로 매출 규모를 키워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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