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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이 공대생도 아니고…” 보조배터리 용량 표기, 왜 이렇게 헷갈릴까

국제 기준은 와트시, KC인증은 밀리암페어시 표기 혼선…국제 수준 강화된 인증 도입 난항

2025.06.20(Fri) 15:12:36

[비즈한국] 해외여행객에게 보조배터리는 이제 필수품이다. 그러다보니 기내 보조배터리 발화 사고도 꾸준히 증가세다. 2024년 12월과 2025년 1월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연이어 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3월과 5월에는 홍콩과 중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보고됐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응해 3월부터 보조배터리의 용량과 개수에 따라 반입 가능 수량을 정하는 지침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배터리에 표기된 단위와 국토부 기준이 달라, 승객에게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의 국적이 다양해, 한국의 KC 인증만으로는 국제적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추가 안전 인증 도입은 실효성 문제와 높은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제품에 둘 다 표기하면 되지 않나?”

 

국토부 지침에 따르면 보조배터리는 와트시(Wh) 단위를 기준으로 반입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실제 배터리에는 대부분 밀리암페어시(mAh)만 표기돼, 승객이 직접 변환 계산을 해야 한다. 변환 공식은 (mAh×전압)÷1000이며, 국토부도 이를 안내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 이용자는 불편하고 어렵다.

 

예를 들어 3.7V 기준 1만~2만 mAh 배터리는 최대 5개까지, 3만~4만 mAh는 2개까지만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전압이 5V나 12V인 경우에는 또다시 별도 계산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보조배터리는 용량을 작은 글씨로 표기해 공항 보안 검색대 직원은 물론 일반 소비자도 내용을 빠르게 확인하기 어렵다. 사진=이동영 인턴기자

 

국토부가 와트시 단위를 사용하는 이유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위험물 규정(IATA DGR Table 2.3)을 따르기 때문이다. 항공 운송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 양을 국제 표준 단위로 통일해 관리하고 있다.

 

반면 제조사들은 통상적으로 mAh 단위를 사용하한다. 게다가 제품에 기재된 글씨 크기가 작아 보안검색 과정에서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처음부터 배터리에 와트시와 mAh를 함께 표기하면 혼란을 줄일 수 있지 않겠냐고 이야기하지만, 현행 규정과 국제 표준이 이를 어렵게 한다.

 

국내 KC 인증은 모델명, 정격 전압, mAh 용량 표기를 의무화한 반면 Wh 병기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국제적으로도 mAh 표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KC 인증도 이를 따르고 있다”며 “국토부가 IATA 기준에 맞춰 Wh로 안내하는 것은 이해되나, 제도 개정은 국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글자 크기나 색상에 대한 별도 규정도 없어, 배터리 용량 표기를 더 크게 하려면 고시 개정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추가 안전 인증, 필요성 높지만 비용 높아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가 반복되면서 안전 인증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KC 인증은 압착, 과충전 등 기본적인 안전 시험을 거치지만, 항공기 탑승 환경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보조배터리의 항공기 반입 조건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지만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누구나 쉽게 조건을 알 수 있도록 규정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일부 제조사는 자발적으로 국제 인증인 UN 38.3을 추가로 획득한다. 이는 항공 화물로 운송되는 리튬 배터리를 대상으로 한 안전성 시험으로, 고도 변화, 진동, 압력 등에 대한 내구성을 평가한다. 하지만 이 인증은 대형 화물용 배터리를 중심으로 설계돼 기내 반입용 소형 배터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 인증 비용도 미화 5000달러 이상으로 비싸다.

 

더욱이 국내 보조배터리 판매사 상당수는 제조사가 아닌 수입 유통사다. 중국 등지에서 제조된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영세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추가 인증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추가 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보안 전문가들은 “정부와 관련 기관은 국제 기준에 발맞추면서도 실제 소비자와 현장 직원들이 겪는 혼선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누구나 쉽게 보이도록 표기하고, 국제 기준에 맞춰 안전을 검증되도록 제도와 규정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영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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