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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맥주' 명성 어디로…오비맥주 잇단 악재에 한숨

중국인 대표 선임에 브랜드 이미지 타격 우려…"외국계 특성상 자연스런 인사"

2025.10.21(Tue) 11:45:25

[비즈한국] 경기침체와 음주 문화의 변화로 주류업계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오비맥주는 올해 들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관세포탈 혐의 기소, 세무조사 등 잇단 법률 리스크로 브랜드 이미지가 흔들리는 데다 최근에는 ‘중국계 경영’ 논란까지 불거졌다. 연이은 악재 속에서 오비맥주의 ‘국민맥주’ 타이틀도 위태로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비맥주가 중국인 대표를 신규 선임한 것이 알려지며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첫 중국인 대표 선임, 여론은 냉담

 

오비맥주는 최근 1982년생 중화인민공화국(중국) 국적의 저우유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벤 베르하르트(한국명 배하준, 벨기에 국적)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저우유 대표는 그동안 오비맥주에서 생산안전관리 부문을 총괄해온 임원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생산안전관리 부문을 독립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보다 세밀한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오비맥주의 모기업은 세계 최대 주류기업인 AB인베브(AB InBev)다. 한때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혔던 오비맥주는 1998년 두산이 유동성 위기로 식음료 부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벨기에 인터브루사(현 AB인베브)에 매각됐다. 현재 오비맥주는 AB인베브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로, 법인은 한국에 별도로 존재하지만 경영권은 전적으로 해외 본사가 가지고 있다.

 

경영권이 해외 본사에 있다 보니 오비맥주의 경영진 구성도 외국인 중심이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현재 오비맥주의 등기임원 6명 중 5명이 외국인(벨기에·중국·미국·캐나다 국적)으로 확인됐다. 한국인은 감사 1명뿐이다.

 

오비맥주의 대표이사직도 줄곧 외국인이 맡아왔다. 2014년 브라질 출신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자르딤이 첫 외국인 대표로 취임한 이후, 2018년에는 같은 국적의 브루노 카레이라 코센티노, 2020년에는 벨기에 출신 벤 베르하르트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 지난 9월 중국 국적의 저우유가 신임 대표로 합류하면서 오비맥주 역사상 첫 중국인 대표가 탄생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바라보는 국내 여론은 냉담하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다양한 국적의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최근 중국 자본과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다 보니 ‘중국인 대표’ 선임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소비자도 상당수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이번 인사를 ‘중국계 경영 전환’으로 받아들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중국 자본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불매운동 조짐도 엿보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중국 자본에 경제가 잠식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이 대표의 선임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잠식당했다는 인식을 줄 가능성이 크다.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측은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여러 국적의 인사가 대표직을 맡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현재 국내의 반중 이미지가 커진 상황이라 안 좋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경영에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고 반박했다.

 

#법률 리스크·여론 악화…해외 시장이 돌파구 될까

 

오비맥주는 대표 제품 ‘카스’를 앞세워 ‘국민맥주’ 이미지를 구축하며 오랜 기간 국내 맥주시장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연이은 논란에 휘말리며 브랜드 신뢰도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올해 오비맥주는 관세포탈 혐의와 세무조사, 가격 인상 논란 등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6월 서울북부지검은 맥아 수입 과정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할당관세제도를 악용해 약 165억 원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로 벤 베르하르트 대표 등 관련자 10명을 기소했다. 7월에는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가 이어졌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오비맥주가 해운회사와 공모해 맥아의 해상·육상운임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으며, 세무조사에 투입된 인원만 100여 명에 달했다.

 

올해 초 단행된 가격 인상도 소비자의 비판을 불러왔다. 오비맥주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카스’, ‘한맥’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2.9%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비맥주는 AB인베브에 인수된 2014년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024년 매출액은 1조 7000억 원, 영업이익은 3676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1조 5500억 원) 대비 12.6%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2023년(2365억 원)보다 55.4%나 증가했다.

 

오비맥주는 수출용 소주 브랜드를 선보이며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논알콜 맥주 판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오비맥주 홈페이지

 

브랜드 리스크가 누적된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실적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오비맥주는 2분기 실적윽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모회사인 AB인베브는 실적 발표에서 “한국 시장에서 한 자릿수 후반대(7~8%)의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가격 인상이 직접적인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시장 전반의 소비 위축 등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내수 시장에서의 불확실성 확대에 오비맥주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최근 오비맥주는 수출용 소주 신제품 ‘건배짠’을 출시했다. 지난해 제주소주 인수 이후 처음 선보인 소주 브랜드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캐나다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해외 주문을 받아 선박을 통해 출하가 진행 중”이라며 “현지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는 만큼, 구체적인 판매 지표는 내년부터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논알콜(무알코올) 제품 강화에 나선다. 앞서의 관계자는 “최근 논알콜, 저도주 시장에 대한 업계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아직 국내 시장은 논알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에 맞춰 논알콜 관련 부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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