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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Z 인사이트] "이거 AI 광고야" 뤼튼이 AX를 꺼내든 까닭

무료 AI로 급성장했지만 클수록 적자 심화…B2B AX시장 진출, 결과가 미래 가를 것

2025.12.08(Mon) 15:37:21

[비즈한국] 비즈한국은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BIT(Business Innovation Track)가 작성한 기업 전략 리포트를 게재한다. 전환점에 선 기업의 문제를 학부생의 시각으로 살핀 리포트를 통해 독자들에게 혁신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거 AI 광고야.” 2025년 여름, 지드래곤이 스마트폰을 들고 이렇게 말하는 짧은 영상 하나가 TV와 유튜브를 도배했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한 문장만 반복하는 이 광고는 “극혐인데 자꾸 보게 된다”는 반응을 끌어냈고, 캠페인 시작 몇 주 만에 앱 설치 57% 증가, 회원 가입 44% 증가, 광고 노출 순위 업종 내 2~3위권으로 뛰어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수많은 AI 앱 중에서 뤼튼은 이 광고 한 방으로 ‘MZ가 아는 브랜드’가 됐다.

 

“이거 AI 광고야.” 뤼튼은 지드래곤의 광고로 인지도가 급상승했지만 성장의 역설에 직면했다. 사진=뤼튼 광고 영상 캡처

 

그런데 그해 가을, 뤼튼은 전혀 다른 방향의 카드를 꺼낸다. 사내독립기업 ‘뤼튼 AX’를 설립하고 기업·학교·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B2B AI 전환(AX) 사업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생활형 AI’를 외치며 1인 1AI 시대를 열겠다는 회사가 왜 갑자기 기업용 컨설팅·솔루션을 시작했을까? 표면적으로는 사업 확장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이 회사가 마주한 성장의 역설과 거대한 적자 구조가 겹쳐 있다.

 

#무료, 생활형 AI 전략으로 활성사용자 500만 돌파

 

뤼튼은 2023년 말 지피티(GPT)‑4, 클로드(Claude), 제미나이(Gemini) 등 글로벌 상용 모델을 하나의 앱 안에서 쓸 수 있는 AI 포털로 등장한 뒤 2024년 10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MAU) 500만 명을 돌파했다. 토스(3년 3개월), 당근(2년)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국내 생성형 AI 앱 중에서는 ChatGPT 다음으로 이용자가 많다.

2025년 4월 뤼튼은 ‘뤼튼 3.0’을 내놓으며 “생성형 AI에서 생활형 AI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AI 서포터·캐릭터 챗·리워드 기능을 묶어 아침 인사와 일정·뉴스·점심 메뉴·운세까지 챙겨주는 ‘일상의 AI 친구’를 지향하고, ‘전 국민 1인 1AI’라는 비전까지 내세웠다. 2024 뤼튼 유저 리포트에 따르면 상위 이용자들의 월평균 사용 시간은 1300분 안팎(하루 40분대)에 달하며, 10·20대는 공부·과제, 30·40대는 업무·자기 계발, 50대 이상은 건강·경제 상담 비중이 높았다.​

 

뤼튼은 활성사용자 500만 달성까지 걸린 시간이 토스(3년 3개월), 당근(2년)보다 빨랐다. 자료=뤼튼


​특히 ​캐릭터 챗은 강력한 몰입 지표를 보여줬다. 유료화 이후 한 달 만에 월 매출 10억 원을 돌파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무료 앱’이던 뤼튼이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B2C 수익 모델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드래곤 광고와 생활형 AI 전략은 분명 사용자를 모으는 데는 성공적이었다.

 

#성장의 역설, 200억 원대 적자

 

문제는 이 같은 급속한 성장에도 뤼튼의 손익 구조는 건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AI 기업 실적 분석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뤼튼 매출은 수십억 원대(대략 30억 원 안팎)로 추정되지만, 외부 LLM API 비용·인건비·인프라·마케팅 지출 증가로 연간 영업손실이 260억~290억 원 수준까지 늘었다.

구조를 단순화하면 이렇다. 뤼튼은 자체 LLM 대신 오픈(Open)AI, 앤트로픽(Anthropic), 구글(Google)의 모델을 API 형태로 사용하고, 여기에 검색·문서·캐릭터 챗·AI 서포터 등 기능과 UX를 얹어 제공하는 래퍼/포털형 서비스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모델 호출량과 API 비용이 함께 증가한다. 여기에 지드래곤 광고 같은 대규모 마케팅까지 더해지면서 ‘MAU는 폭발하지만 손익은 더 악화되는’ 역설적인 그래프가 그려졌다.​

 

2024년 뤼튼의 매출은 수십억 원대(대략 30억 안팎)로 추정되지만, 외부 LLM API 비용·인건비·인프라·마케팅 지출 증가로 연간 영업손실은 260억~290억 원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난다.​


캐릭터 챗 유료화와 광고 플랫폼(뤼튼 애즈) 등 B2C 수익화가 시작되면서 2024년 말부터 월 10억 원대 매출이 발생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연간 200억 원대 적자를 상쇄하기엔 아직 거리가 멀다. 글로벌에서는 오픈AI·구글, 국내에서는 네이버·업스테이지 등이 각자 강점을 품은 AI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남의 모델 위에 올라탄 AI 포털’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뤼튼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된 셈이다.

 

#AI 전환 전담 조직 출범, 왜 지금일까

 

이 지점에서 뤼튼이 꺼낸 카드가 바로 B2B AX다. 2025년 9월 뤼튼은 사내독립기업(CIC) ‘뤼튼 AX’를 설립하고, 기업·학교·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AI 전환(AX, Artificial eXperience) 전담 조직을 공식 출범했다. 뤼튼 AX는 △경영진·실무자 대상 AI 전환 교육·컨설팅 △각 조직에 맞는 뤼튼 기반 플랫폼·에이전트 제공 △사내 데이터와 연동된 RAG·MCP 기반 Agentic AI 구축을 세 축으로 내세웠다.

뤼튼 AX는 출범과 함께 ‘AX 리포트 2025’를 발간해 실제 내부·외부 프로젝트에서 나온 수치를 공개했다. 이 리포트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객 상담 부문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결과 전체 노동 시간이 73% 줄고 생산성이 35% 향상됐다. 재무 부문에서는 제품 수령 확인·송장 검토·급여 지급·재무제표 작성 등 수작업이 많던 정산 업무를 자동화해 노동 시간 40% 감소, 생산성 21% 증가를 달성했다. 프론트엔드·백엔드 개발 에이전트는 생산성이 15%, 28% 향상되고, 근로시간이 28%, 55% 단축되는 효과를 보였다.​

 

자료=뤼튼 AX 리포트 2025


고객 상담 사례를 들여다보면 그림이 더 선명해진다. 기존에는 FAQ·단순 문의를 ​상담사가 하루 종일 반복적으로 처리했다. 이를 사내 정책·FAQ·주문 데이터를 학습한 에이전트가 1차로 응대하고, 환불·재배송·예약 같은 후속 조치도 시스템과 연동해 자동 처리하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상담사는 복잡한 민원과 고부가 상담에 집중하게 됐고, 회사는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고객을 상대할 수 있었다. 뤼튼 AX가 말하는 ‘Agentic AX’는 결국 이렇게 기존 업무 흐름 안에 LLM·검색·RAG를 섞어, 사람이 하던 반복 작업을 에이전트에게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환경도 AX 쪽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 애저(Azure) 고객의 70%가 이미 AI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현대글로비스·KB라이프·KT 등 다수 기업이 M365 코파일럿(Copilot)을 도입해 문서 작성·회의록·보고서·데이터 분석을 자동화한 사례를 연달아 소개했다. 업스테이지는 한국어 특화 LLM ‘솔라(SOLAR)’와 문서 AI 솔루션으로 금융·공공기관에서 AX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시리즈 B 브릿지 라운드에서 620억 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전통 SI(System Integration)와 솔루션 업체들 역시 클라우드·RPA·챗봇을 묶은 ‘AX 패키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짜고 있다.

다시 말해 뤼튼의 B2B 진출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무료 위주의 B2C 전략만으로는 수익성을 만들기 어렵다는 내부의 자각 △국내외에서 AX가 실제 예산이 집행되는 영역으로 성장한 외부 환경 △B2C에서 쌓은 UX·오케스트레이션·교육 경험을 기업용으로 전환하려는 선택이 겹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AX로 살아남으려면

 

뤼튼 AX가 의미 있는 수익 축이 되려면 결국 “모델은 빌려 쓰더라도 어디에서 대체되기 힘든 가치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현 위치와 시장 구조를 감안하면 뤼튼이 현실적으로 집중해야 할 방향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상단이 아닌 ‘중간·아래층’을 정조준한 AX 패키지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 AX 시장의 상단은 마이크로소프트 Copilot, 업스테이지, 전통 SI들이 주요 공급사로 자리 잡고 있다. MS는 기존 M365 고객을 중심으로 Copilot을 붙여 문서·메일·회의록·데이터 분석까지 통합 자동화하고, 업스테이지는 자체 LLM ‘SOLAR’와 문서 AI로 금융·공공기관의 고난도 문서 업무를 파고든다. 이런 기업들은 클라우드·오피스·보안·인프라를 한 번에 제공할 수 있어 대기업·중앙 공공처럼 IT 조직이 있는 곳에는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지다. 

따라서 뤼튼 AX가 이들과 똑같은 고객군·스택에서 정면승부를 거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M365 라이선스도, 전담 IT 인력도, 예산도 충분하지 않은 중견·중소기업, 학교, 지방 공공기관에 맞춘 경량화된 AX 패키지에 집중하는 편이 전략적으로 합리적이다. 

이 조직들은 AI가 무엇인지보다 우리 팀에서 무엇을 금방 바꿀 수 있는지가 더 궁금한 단계에 가깝고, 수억 원 단위 DX(디지털 전환) 컨설팅보다는 2~4주 안에 눈에 보이는 효과가 나는 AX 스타터 키트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뤼튼은 이미 여러 교육기관·지자체와 AI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소상공인·학생·비IT 직군의 AI 첫 경험을 설계해본 터라 이 접점을 ‘빠른 PoC(개념 검증)+구독형 AX 패키지’로 확장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

 

이미지=필자 제공/Google Nano Banana pro

 

둘째, B2C 생활형 AI와 B2B AX를 단절된 두 사업이 아니라 ‘이중 엔진’으로 엮는 설계가 필요하다. 뤼튼의 가장 큰 자산은 여전히 B2C에서 쌓인 사용자·데이터·브랜딩이다.  

이런 자산을 AX와 따로 떼어놓을 것이 아니라 개인용 뤼튼 경험이 곧 업무용 뤼튼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쪽이 낫다. 사용자가 개인 계정에서 쓰던 AI 서포터가 회사 계정으로 옮겨가면 조직의 문서·일정·정책까지 함께 이해하는 ‘업무형 뤼튼 서포터’로 진화하고, 반대로 기업에서 뤼튼 AX를 도입한 직원이 개인 생활에서도 뤼튼을 쓰게 만드는 순환 구조를 설계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B2C는 브랜드·데이터·AI 문해력을 키우는 인입 채널, B2B/AX는 수익과 LTV를 만드는 채널로 역할이 분리되면서도 사용자 경험과 데이터 레벨에서는 하나의 연속선을 이룰 수 있다.

셋째, 뤼튼은 장기적으로 ‘우리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가장 잘 아는 AI’를 만드는 방향, 즉 한국형 워크플로 데이터와 미드사이즈 모델에 집중해야 한다. 하이퍼클로바X, SOLAR 같은 초거대 LLM 사례를 보면 초기 학습·인프라 투자만 수백억 원이 들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조정과 운영비가 필요하다. 이미 2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한 뤼튼이 동일한 경로를 따라가기에는 자본·인력·시간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영원히 ‘남이 만든 모델에 예쁘게 UI만 씌운 앱’으로 남을 수는 없다. 

뤼튼이 노려야 할 지점은 LLM 그 자체가 아니라 LLM 위에 쌓이는 ‘한국/아시아 조직의 실제 업무 패턴·도메인 지식·문서 구조’다. 뤼튼 AX 리포트에 등장하는 상담·재무·개발 프로젝트처럼, 실제 조직 안에 Agentic AI를 넣어본 경험이 쌓일수록 어떤 프롬프트·워크플로·툴 조합이 현장에서 먹히는지 관련 데이터와 노하우가 모인다. 따라서 이 데이터를 구조화해 미드사이즈 sLLM이나 특화 RAG 파이프라인, 에이전트 템플릿으로 녹여낸다면 ‘뤼튼에서 만든 에이전트는 실제 한국 회사들 업무에 잘 맞는다’는 평판이 자체적인 장점이 될 수 있다. ​

 

이미지=필자 제공/Google Nano Banana pro​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이 되기보다는 한국/아시아 중소·중견 조직의 워크플로 데이터와 Agentic 오케스트레이션을 가장 잘 이해하는 회사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뤼튼에게 더 현실적인 장기 전략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 세 방향은 모두 뤼튼이 잘하는 것(B2C UX, 빠른 제품 실행, 교육·온보딩)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AX, 워크플로 자동화, 비용 절감)이 만나는 지점을 찾으려는 시도다. 완벽한 답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독자 LLM vs 포털’ 같은 이분법에서 벗어나 뤼튼이 실제로 싸우는 전장을 좁혀주는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본다. 

 

#뤼튼이 AX로 증명해야 할 것

 

결국 뤼튼의 이야기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직접 만들지 못하는 AI 스타트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뤼튼은 외부 LLM 위에 UX와 오케스트레이션을 얹어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AI 앱 중 하나가 되었지만 무료 전략과 높은 모델·마케팅 비용은 200억 원대 적자로 돌아왔다. 생활형 AI와 AX는 이 구조를 뒤집으려는 두 개의 축이고, “어디에서 대체되기 힘든 수익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뤼튼이 AX로 증명해야 할 한 가지는 이 문장에 가까울 것이다. 자체 LLM이 없어도, 한국의 수많은 조직에게 가장 먼저 ‘일하는 방식을 바꿔준 AI 파트너’가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뤼튼은 ‘그냥 재미있는 무료 AI 앱’으로 기억될지, ‘한국형 AX 플랫폼’으로 기억될지가 갈리게 될 것이다. ​

강지명 (경영학과 22)​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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