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비즈한국은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BIT(Business Innovation Track)가 작성한 기업 전략 리포트를 게재한다. 전환점에 선 기업의 문제를 학부생의 시각으로 살핀 리포트를 통해 독자들에게 혁신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거 AI 광고야.” 2025년 여름, 지드래곤이 스마트폰을 들고 이렇게 말하는 짧은 영상 하나가 TV와 유튜브를 도배했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한 문장만 반복하는 이 광고는 “극혐인데 자꾸 보게 된다”는 반응을 끌어냈고, 캠페인 시작 몇 주 만에 앱 설치 57% 증가, 회원 가입 44% 증가, 광고 노출 순위 업종 내 2~3위권으로 뛰어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수많은 AI 앱 중에서 뤼튼은 이 광고 한 방으로 ‘MZ가 아는 브랜드’가 됐다.
그런데 그해 가을, 뤼튼은 전혀 다른 방향의 카드를 꺼낸다. 사내독립기업 ‘뤼튼 AX’를 설립하고 기업·학교·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B2B AI 전환(AX) 사업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생활형 AI’를 외치며 1인 1AI 시대를 열겠다는 회사가 왜 갑자기 기업용 컨설팅·솔루션을 시작했을까? 표면적으로는 사업 확장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이 회사가 마주한 성장의 역설과 거대한 적자 구조가 겹쳐 있다.
#무료, 생활형 AI 전략으로 활성사용자 500만 돌파
뤼튼은 2023년 말 지피티(GPT)‑4, 클로드(Claude), 제미나이(Gemini) 등 글로벌 상용 모델을 하나의 앱 안에서 쓸 수 있는 AI 포털로 등장한 뒤 2024년 10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MAU) 500만 명을 돌파했다. 토스(3년 3개월), 당근(2년)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국내 생성형 AI 앱 중에서는 ChatGPT 다음으로 이용자가 많다.
특히 캐릭터 챗은 강력한 몰입 지표를 보여줬다. 유료화 이후 한 달 만에 월 매출 10억 원을 돌파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무료 앱’이던 뤼튼이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B2C 수익 모델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드래곤 광고와 생활형 AI 전략은 분명 사용자를 모으는 데는 성공적이었다.
#성장의 역설, 200억 원대 적자
문제는 이 같은 급속한 성장에도 뤼튼의 손익 구조는 건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AI 기업 실적 분석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뤼튼 매출은 수십억 원대(대략 30억 원 안팎)로 추정되지만, 외부 LLM API 비용·인건비·인프라·마케팅 지출 증가로 연간 영업손실이 260억~290억 원 수준까지 늘었다.
캐릭터 챗 유료화와 광고 플랫폼(뤼튼 애즈) 등 B2C 수익화가 시작되면서 2024년 말부터 월 10억 원대 매출이 발생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연간 200억 원대 적자를 상쇄하기엔 아직 거리가 멀다. 글로벌에서는 오픈AI·구글, 국내에서는 네이버·업스테이지 등이 각자 강점을 품은 AI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남의 모델 위에 올라탄 AI 포털’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뤼튼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된 셈이다.
#AI 전환 전담 조직 출범, 왜 지금일까
이 지점에서 뤼튼이 꺼낸 카드가 바로 B2B AX다. 2025년 9월 뤼튼은 사내독립기업(CIC) ‘뤼튼 AX’를 설립하고, 기업·학교·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AI 전환(AX, Artificial eXperience) 전담 조직을 공식 출범했다. 뤼튼 AX는 △경영진·실무자 대상 AI 전환 교육·컨설팅 △각 조직에 맞는 뤼튼 기반 플랫폼·에이전트 제공 △사내 데이터와 연동된 RAG·MCP 기반 Agentic AI 구축을 세 축으로 내세웠다.
고객 상담 사례를 들여다보면 그림이 더 선명해진다. 기존에는 FAQ·단순 문의를 상담사가 하루 종일 반복적으로 처리했다. 이를 사내 정책·FAQ·주문 데이터를 학습한 에이전트가 1차로 응대하고, 환불·재배송·예약 같은 후속 조치도 시스템과 연동해 자동 처리하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상담사는 복잡한 민원과 고부가 상담에 집중하게 됐고, 회사는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고객을 상대할 수 있었다. 뤼튼 AX가 말하는 ‘Agentic AX’는 결국 이렇게 기존 업무 흐름 안에 LLM·검색·RAG를 섞어, 사람이 하던 반복 작업을 에이전트에게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환경도 AX 쪽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 애저(Azure) 고객의 70%가 이미 AI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현대글로비스·KB라이프·KT 등 다수 기업이 M365 코파일럿(Copilot)을 도입해 문서 작성·회의록·보고서·데이터 분석을 자동화한 사례를 연달아 소개했다. 업스테이지는 한국어 특화 LLM ‘솔라(SOLAR)’와 문서 AI 솔루션으로 금융·공공기관에서 AX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시리즈 B 브릿지 라운드에서 620억 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전통 SI(System Integration)와 솔루션 업체들 역시 클라우드·RPA·챗봇을 묶은 ‘AX 패키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짜고 있다.
#AX로 살아남으려면
뤼튼 AX가 의미 있는 수익 축이 되려면 결국 “모델은 빌려 쓰더라도 어디에서 대체되기 힘든 가치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현 위치와 시장 구조를 감안하면 뤼튼이 현실적으로 집중해야 할 방향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둘째, B2C 생활형 AI와 B2B AX를 단절된 두 사업이 아니라 ‘이중 엔진’으로 엮는 설계가 필요하다. 뤼튼의 가장 큰 자산은 여전히 B2C에서 쌓인 사용자·데이터·브랜딩이다.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이 되기보다는 한국/아시아 중소·중견 조직의 워크플로 데이터와 Agentic 오케스트레이션을 가장 잘 이해하는 회사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뤼튼에게 더 현실적인 장기 전략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 세 방향은 모두 뤼튼이 잘하는 것(B2C UX, 빠른 제품 실행, 교육·온보딩)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AX, 워크플로 자동화, 비용 절감)이 만나는 지점을 찾으려는 시도다. 완벽한 답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독자 LLM vs 포털’ 같은 이분법에서 벗어나 뤼튼이 실제로 싸우는 전장을 좁혀주는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본다.
#뤼튼이 AX로 증명해야 할 것
결국 뤼튼의 이야기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직접 만들지 못하는 AI 스타트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뤼튼은 외부 LLM 위에 UX와 오케스트레이션을 얹어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AI 앱 중 하나가 되었지만 무료 전략과 높은 모델·마케팅 비용은 200억 원대 적자로 돌아왔다. 생활형 AI와 AX는 이 구조를 뒤집으려는 두 개의 축이고, “어디에서 대체되기 힘든 수익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답이라고 볼 수 있다.
강지명 (경영학과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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