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아이돌 포토카드가 팬덤 수집품을 넘어 독자적 시세를 지닌 거래 대상으로 자리 잡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에는 한 장에 수십만 원은 물론 수백만 원까지 붙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포토카드 시장이 점차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오후 4시께 서울 중구 명동의 포토카드 전문 매장 ‘포카스팟’ 명동점은 포토카드를 사려는 손님들로 붐볐다. 매장은 태블릿 형태의 키오스크에서 원하는 포토카드를 고른 뒤 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화면 속 포토카드는 다양한 가격대를 지니고 있었지만, BTS와 엔하이픈 등 일부 인기 그룹의 포토카드 중에는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것들도 여럿 보였다. 업체 관계자는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며 “많게는 수백만 원 단위로 구매하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포토카드 거래 규모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졌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포토카드 중고거래 건수는 2024년 83만 건에서 2025년 160만 건으로 1년 새 93% 급증했다. 6일 기준 번개장터에 ‘포토카드’로 등록된 상품은 약 61만 개에 달했다. 포토카드 거래 플랫폼 포카마켓도 2024년 론칭 2년 만에 누적 500만 장을 입고했으며 2025년 기준 회원 수는 150만 명을 기록했다.
고가 거래도 낯설지 않다. 포카마켓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BTS 정국 포토카드는 150만 원, 에스파 윈터 포토카드는 130만 원에 거래됐다. 또 다른 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에서는 르세라핌 김채원 포토카드가 17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2024년에는 BTS 지민 포토카드가 300만 원에 거래된 사례도 확인됐다. 포토카드 거래 자체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예전부터 팬들 사이에서는 원하는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한 교환과 거래가 이어져 왔다. 다만 최근에는 포토카드 시장이 과열되면서 가격이 지나치게 치솟고 있다.
이 같은 시장 과열의 배경에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포토카드 수집 구조가 있다. 예전에는 앨범 포토카드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공개방송이나 콘서트, 팝업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 등에서 한정 배포되는 포토카드, 팬사인회 응모 특전, 한정반 앨범에만 수록되는 포토카드처럼 다시 구하기 어려운 상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사가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정 배포 행사와 앨범 종류를 늘려 포토카드 희소성을 키우고, 팬들이 선호하는 착장과 포즈, 표정이 담긴 이른바 ‘예쁜 포카’를 고가 굿즈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6일 명동에서 만난 A씨는 “예전에는 최애 멤버 포토카드를 모두 모으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모아야 할 종류가 너무 많아져 즐기면서 수집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수집 욕구는 그대로인데 입수 경로는 더 복잡해지고 수량은 제한되면서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K팝에 대한 해외 관심에 따른 수요까지 겹치면서 포토카드의 고가 시세를 더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7일 홍대의 포토카드 매장에서 만난 러시아 국적의 마리아 씨는 “포토카드 매장을 방문하려고 오늘 홍대를 찾았다”며 “최근 K팝에 빠진 친구들이 포토카드를 사기 위해 이곳을 찾거나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매장 관계자도 “확실히 외국 손님 비율이 높다”며 “이들이 사용하는 금액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포토카드 시장 과열은 또 다른 문제도 낳고 있다. 희귀 포토카드를 노린 전문 판매업자가 공개방송과 팝업스토어를 찾아 팬들의 수요를 선점하기도 하고, 암표처럼 포토카드 증정 기회를 되파는 일도 벌어진다. 고가의 공식 포토카드를 모방한 가짜 포토카드가 판매되거나 이를 이용한 중고거래 사기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 과열은 팬들이 포토카드를 대하는 방식도 바꾸고 있다. 포토카드를 받자마자 스크래치 여부를 확인하거나 되팔 때 가격부터 계산하는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포토카드를 활용한 재테크를 뜻하는 ‘포테크’ 관련 게시물이 공유되기도 한다. 보이밴드 루시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한 팬은 “최근 행사를 통해 받은 포토카드를 20만 원에 판매했다”며 “포토카드를 처음 받았을 때 얻어서 좋다는 생각보다 비싸게 팔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포토카드가 팬들 내부에서도 거래 가치를 따지는 상품으로 여겨지기 시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포토카드를 구매하는 이들의 중심에는 여전히 수집 욕구가 있다. 많은 팬은 포토카드를 좋아하는 가수의 얼굴이 담긴 애정의 대상으로 여기고, 자신이 모은 카드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하며 즐거움을 나눈다. 다만 최근에는 거래 가치 부각이 심화되면서 포토카드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포토카드가 팬심의 기록으로 남으려면 과열을 부추기는 판매 방식과 고가 거래 구조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원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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