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미술의 기름진 토양을 일구기 위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2를 시작한다. 본 기획은 이제 미술계로부터 작가를 발굴 육성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인정받았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참여하고 싶은 프로젝트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미술 응원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추구해온 기본 키워드는 ‘한국미술의 다양한 흐름의 수용과 발전적 변화의 모색’이었다. 이러한 원칙의 결실로 한국현대미술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점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간을 느끼는 것은 상대적이다.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시간이라도 사람들의 감성의 속도가 다르고, 판단하는 진폭도 넓다. 감성의 속도나 판단의 진폭은 달라도 시간의 물리적 속성에는 변함이 없다. 과거-현재-미래로의 진행 방향이다. 이런 시간의 성질을 미술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시간을 다룬 작품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서양미술에서 시간은 사람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중세부터 의인화된 시간이 그림에 등장했지만,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17세기 무렵부터다.
낫과 모래시계를 들고 있는 꼬부랑 노인의 모습이다. 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사람들은 그 이유를 시간을 신격화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신선의 모습으로 장수의 신을 표현한 중국 고대 문화의 영향으로 본다.
시간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 이는 영국 화가 윌리엄 다이스(1806-1864)다. 사실주의와 인상주의가 유럽을 휩쓸던 시기에 활동한 그는 영국 빅토리아시대 회화 양식인 ‘라파엘전파’에 속한다.
다이스가 남긴 ‘페그웰만: 1858년 10월 5일의 추억’이라는 작품은 해변과 절벽이 있는 풍경화인데, 세 가지 성질의 시간을 담아낸 걸작이다. 첫째는 작가가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의 시간이다. 이는 인간이 점유한 ‘현실적인 시간’인 셈이다. 풍경의 구체적 설정인 해질녘 절벽과 해변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작가와 가족들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두 번째 시간은 ‘천문학적인 시간’이다. 작품 제목으로 쓰인 1858년 10월 5일 우주의 시간을 하늘에 떠 있는 혜성으로 그렸다. 기록에 의하면 도나티라는 이름이 붙은 혜성이 당시 작가가 사는 페그웰 해변을 지났다고 한다.
세 번째는 ‘지질학적 시간’이다. 황혼 하늘 덕분에 선명하게 그려진 절벽은 지구의 나이를 보여준다. 켜켜이 쌓인 지층은 최소 2억 5000만 년의 시간을 축적했다. 지질학적 시간은 절벽의 지층처럼 굳어 있다. 시계 초침 소리를 들으며 느끼는 시간과는 너무도 다른 느낌이다.
다이스는 천문학, 지질학적 시간의 장구함과 생소함, 그리고 인간 시간의 익숙함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짧은 순간의 감동을 서정적 풍경에 담아냈다.
시간의 흔적을 추상으로 담는 김현빈의 작업도 생소하지만 의미 있는 회화다. 그는 같은 시대와 공간에 살고 있는 21세기 한국 젊은 세대의 시간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한다. 그 속에는 사람 사이의 갈등과 감정의 흐름, 이성적 판단이 추상적 형상으로 얽혔다.
작가는 “각자의 시간이 다르고, 감정을 소비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시간의 물리적 속성을 추상성으로 담아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물감과 재료를 혼합해 우연적 효과로 표현했다고 한다.
시간의 흔적이 추상이라는 작가의 생각이 설득력 있는 회화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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