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미술의 기름진 토양을 일구기 위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2를 시작한다. 본 기획은 이제 미술계로부터 작가를 발굴 육성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인정받았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참여하고 싶은 프로젝트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미술 응원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추구해온 기본 키워드는 ‘한국미술의 다양한 흐름의 수용과 발전적 변화의 모색’이었다. 이러한 원칙의 결실로 한국현대미술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점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만물 속에 과연 선이 있을까. 엄밀하게 말하면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면과 면이 마주친 결과가 선으로 보이는 것이지, 선 자체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나 선을 느끼고 있다. 그림을 그릴 때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것도 선이다. 자연만물도 선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선은 회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동시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보이는 세계에 충실했던 서양미술에서 선은 독자적 성격의 조형 요소로 대접받기가 힘들었다. 선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20세기부터다. 그동안 선은 사물을 설명하기 위한 윤곽이나 면의 성격을 명확하게 하는 보조 수단 또는 그림의 기본 구성을 위해 밑그림을 잡는 정도로 쓰였다.
20세기 초 선에 관심을 갖고 독자적 성격의 선을 보여준 작가로는 표현주의 계열의 화가 라울 뒤피와 조르주 루오가 먼저 떠오른다. 뒤피는 선에다 음악적 성격을 담아 감각적 즐거움을 보여주었고, 루오는 종교적 정신세계의 깊이를 굵은 선으로 표현해 미술사에 이름을 올린 작가가 되었다.
추상미술의 등장과 함께 선은 가장 중요한 조형 요소로 떠올랐다. 선 자체가 독립적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선에 의한 ‘드로잉’ 개념이다.
이에 비해 동양미술에서 선은 언제나 중심에 있었다. 동양 회화는 선을 어떻게 다루었느냐에 따라 변화와 발전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선에다 의미를 담아내 가장 성공한 예술로는 서예를 꼽을 수 있다.
서예에서 선은 의미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성품이나 정신성을 담아내기도 한다. 조선 말에 이르러 서예의 선은 새로운 회화를 창출하는 경지에까지 오른다. ‘신(新)감각산수’로 불리는 필법적 회화가 그것이다.
이 계열의 대표작가 북산 김수철은 서예의 맑고 간결한 선으로 정갈한 자연 풍경의 맛을 살렸고, 우봉 조희룡은 초서의 리드미컬한 선으로 기운생동하는 풍경의 의미를 보여주었다. 추사 김정희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선을 창출해 선비정신의 품격을 보여주는 칼칼한 문인화 세계를 열었다.
주경숙 회화의 핵심도 선이다. 그가 추구하는 선의 의미는 조선 말 독자적인 우리 그림이라 할 수 있는 신감각산수의 미학과 닿는다. 자연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선에다 인성적 성격을 부여한다는 점, 서예의 필법에서 선의 성격을 찾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식물에서 생명의 에너지와 삶의 질서를 찾아내 회화로 만들어낸다. 식물의 생태와 자신의 삶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를 선으로 표현한다. 그 선은 주경숙 회화에서 식물을 묘사하는 윤곽선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식물의 형태를 설명하는 선에 머무르지 않는다. 서예에서 다진 필력을 담은 텁텁한 선으로 식물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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