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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궁금증이 계속 치솟는 독특한 드라마 '환혼'

생소한 장르를 비틀고 변주한 익숙한 설정…반환점 돌았지만 여전히 궁금한 '신묘한 드라마'

2022.07.19(Tue) 15:13:27

[비즈한국] 10화까지 방영된 ‘환혼’은 여전히 궁금한 점이 넘쳐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환혼’은 2개의 파트로 나뉘어 파트1은 20부작으로, 파트2는 10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얼마 전 파트2의 여주인공이 교체된다는 기사도 나온 적이 있어 파트2가 프리퀄 형식이 될지, 이후의 이야기가 될지 짐작도 가지 않는 상태이다. 그런 와중 파트1이 반환점을 돌았음에도 아직 궁금한 것 투성이니, 참 신묘한 드라마다.

 

‘환혼’의 주요 인물들. 낙수의 혼이 깃든 무덕이와 기문이 막혀 있던 장욱을 중심으로, 대호국의 4대 술사 가문을 대표하는 이들과 그들의 후계자인 젊은 술사들이 나오니 눈여겨봐야 할 캐릭터 자체가 많은 편이다. 사진제공=tvN


‘환혼’은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은 대호국을 배경으로,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판타지 로맨스 활극’. 한 줄 설명만 봐도 생소한 장르임을 알 수 있는 데다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라는 각각의 장르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가 관건인 작품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이 드라마의 조화가 꽤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아, 한 가지 더, 코미디까지 잘 어우러지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드라마를 어느 정도 보다 보면 어지간하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상이 된다. 특히 특정 시대와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는 사극의 경우, ‘역사가 스포일러’이기에 새로운 해석을 해도 있던 사실을 완벽히 뒤바꾸는 일은 드물기 때문. 조선, 고려 등 실재했던 나라를 배경으로 하되 가상의 왕이나 인물 등을 내세우는 것도 고증이나 스포일러 같은 문제를 떠나 좀 더 넓은 창의력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환혼’은 아예 시대와 공간 자체가 완전히 가상의 존재이다. 실재했던 역사를 모티브로 하지 않았기에,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짐작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순전히 대본을 쓴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상상력을 좇아야 한다는 소리.

 

보통 환혼술을 하면 심장 위에 푸른 자국이 남지만, 어쩐 일인지 낙수가 깃든 무덕이는 눈에 푸른 자국이 남는다. 이를 장욱만 알아보면서 자신의 스승이 되어 달라 말한다.​ 사진제공=tvN​

 

 

물론 흔히 보아오던 설정들은 있다. 무자비한 살수로 악명 높던 낙수(고윤정)는 절체절명의 순간 환혼술로 길을 지나던 무덕이(정소민)의 몸으로 혼을 옮긴다. 취선루에 팔려갔던 무덕이의 눈에서 환혼의 증표인 푸른 자국을 본 장욱(이재욱)은 대뜸 무덕이를 자신의 하인으로 데려간다. 대호국에서 이름난 4대 술사 가문 중 하나이자 천부관 관주의 아들인 장욱은 고귀한 도련님, 그리고 낙수의 혼이 옮겨간 무덕이는 하인의 신분이니 여느 한국 드라마의 잘생긴 재벌 남성과 가난한 여성의 설정과 다르지 않다. 하인이 된 무덕이가 도련님인 장욱의 보호를 받는 동시에 성장을 돕는 존재가 되고, 서율(황민현)과 세자 고원(신승호) 등 주변 여러 남성의 애정을 받는 인물이 된다는 점, 남주인공이 출생의 비밀 등으로 상처가 있다는 것도 익숙한 설정.

 

그러나 ‘환혼’은 이 익숙한 설정들을 교묘히 비틀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천하 고수 낙수는 허약한 무덕이의 몸으로 들어가 필연적으로 장욱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으나, 장욱 역시 아버지 장강(주상욱)에 의해 기문이 막혀 술법을 할 수 없는 처지다. 대호국 천부관 관주이자 4대 가문 중 하나인 장 씨 집안의 수장, 최고의 술사인 장강을 거스를 사람이 없으니 장욱은 어떡해서든 기문을 뚫고 술법을 가르쳐줄 스승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사술을 하는 낙수라도 상관없었던 것. 이리하여 장욱과 무덕이는 겉으로 보면 도련님과 하인이지만 실은 제자와 스승의 관계가 되고, 제자와 스승이지만 동시에 제자가 기력을 높여 무덕이에게 높은 기를 불어넣어 줘야 하는 상부상조의 관계가 된다. 전통적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비틀고, 통상적인 남녀의 이미지를 비튼 재미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대호국 4대 술사 가문의 후계자들을 ‘천하사계’라 부른다. 봄을 상징하는 진초연(가운데), 여름을 상징하는 박당구(오른쪽), 가을을 상징하는 서율, 그리고 겨울을 상징하는 장욱까지. 이 젊은 청춘 술사들의 ‘케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제공=tvN


대호국이라는 가상의 공간 또한 여러 가지 상상을 가능케 한다. 왕이 다스리는 나라이지만 술사들의 존재감은 왕을 맞먹는다. 대호국 최대의 상단이자 술사들의 교육집단인 정진각과 의료기관인 세죽원을 거느리고 있는 박 씨 가문을 포함해, 온갖 신비로운 힘을 지닌 보물들을 보관하는 진요원을 지키는 진 씨 가문, 대호국 내 천기를 살피고 기록하는 천부관을 담당하는 장 씨 가문 등의 힘은 거의 왕과 국정을 공동으로 다스리는 느낌일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해리 포터’의 세계관처럼 술법을 할 줄 아는 술사들을 최고로 쳐주는 대호국에서, 금지된 사술인 환혼술로 인해 어떤 환란이 일어나고 어떤 운명이 비틀릴지 궁금증이 치솟는다. 현재 왕비(강경현)이 천부관 부관주 진무(조재윤)와 함께 금지된 사술을 일삼아 뭔가를 계략하는 비밀 조직 ‘밀단’의 단주로 드러났는데, 왕비의 몸에 다른 혼이 환혼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에 밀단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궁금하다.

 

송림 정진각에 들어간 장욱을 못 만나게 되자 송림의 하인으로 들어가기 위해 경합을 치르는 무덕. 무덕을 돕기 위해 서율과 박당구는 물론 세자까지 힘을 합하는 모습이 재미를 주었던 10화의 장면이다. 사진제공=tvN


개인적으로는 대호국의 신분체계도 궁금하다. 여느 사극과 마찬가지로 왕실과 술사로 대표되는 귀족 명문가, 평범한 백성들과 하인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 건 분명한데, 장 씨 집안의 대소사를 책임지는 실세이긴 하지만 평민으로 보이는 김도주(오나라)에게 송림의 총수인 박진(유준상)이 경어를 쓰며 대우하거나 세자가 취선루 주월(박소진)이나 하인 무덕이와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등 조선시대처럼 경직된 신분제는 아닐 것 같거든. 

 

이 신분체계가 향후 인물들 간에 있을 로맨스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낙수의 혼이 깃들었으나 내부에 무덕이의 혼이 여전히 깃들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무덕이의 능력치도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중요 포인트. 진요원 원장 진호경(박은혜)의 잃어버린 장녀 부연으로 보이는 무덕이는, 서경 선생과 함께 200년 전 대호국의 혼란을 잠재웠던 진설란의 신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무덕, 아니 진부연이 각성할 때 낙수의 혼은 어떻게 되는지, 각성한 진부연이 장욱과 어떤 케미를 이루어 밀단에 대항할지 등 풀어야 할 이야기가 산더미. 이러니 파트2까지 나오는 거겠지?

 

‘환혼’은 다소 진입장벽이 있는 생소한 장르지만 그 안에 교묘히 비틀고 변주한 익숙한 설정을 부여하여 시작하면 재미지게 볼 수 있다. 일부 젊은 배우들의 연기가 아슬아슬하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든든한 중년 배우들이 포진해 균형을 잡아주고, 무엇보다 무거운 이야기를 하다가도 절묘하게 분위기를 뒤바꾸는 홍자매의 장기가 유감없이 펼쳐진다. 에어컨 켜고 재미진 드라마 보는 것만큼 찌는 무더위를 이겨내는 데 좋은 방법도 없으니, 아직 안 봤다면 지금이라도 추천!​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컬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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