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크린토피아의 새 주인 찾기가 본격화됐다.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2021년 약 1900억 원에 인수한 지분 100%를 6000억 원 수준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는 ‘4년 만의 성공적 엑시트’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정작 가맹점주들은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JKL 인수 이후 실적 제고 과정에서 ‘가맹점 쥐어짜기’가 심화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새 사모펀드로 인수 시 그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몸값 3배 키운 JKL…“매각 위해 매출 부풀려” 주장도
JKL파트너스가 크린토피아 매각을 진행 중이다. 매각 대상은 JKL파트너스 펀드가 보유한 크린토피아 지분 100%로, 지난 8월 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크린토피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재 실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JKL은 2021년 크린토피아 지분 100%를 약 19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번 크린토피아 매각가는 6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인수한 지 4년 만에 기업가치가 세 배 넘게 커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성공할 경우 JKL의 투자금 회수 사례 중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JKL 인수 이후 크린토피아의 실적은 빠르게 성장했다. 인수 직전인 2020년에는 매출 847억 원, 영업이익 92억 원이었는데 2024년 매출은 2797억 원, 영업이익은 311억 원으로 훌쩍 뛰었다.
크린토피아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이 같은 실적 개선이 사업 성과라기보다는 정산 구조 변경에 의한 착시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가맹점주는 “예전에는 가맹점이 발생시킨 매출에서 일정 금액을 지사(세탁공장)에 지급했다. 하지만 지금은 본사가 가맹점 수익을 제외한 금액을 먼저 정산해 전체 매출로 반영한 뒤 일부만 지사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JKL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정산 구조를 변경했고, 이를 바탕으로 몸값을 끌어올렸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맹점의 현실이 자리한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본사가 실적을 끌어올리는 동안 3000여 가맹점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가맹점을 쥐어짜 본사 수익만 끌어올린 전형적인 사모펀드식 경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가맹점주는 “본사는 가맹점 수익에는 관심이 없다. 출점 제한이 느슨해 같은 상권에 동일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는 일도 흔하다”며 “매출 확대에만 집중하느라 영업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강제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페널티를 준다. 페널티를 받으면 가맹점이 받는 수익률이 줄어들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본사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도 “매출을 늘리기 위해 직접 세탁물 수거·배달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본사가 정한 영업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푸념했다.
점주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사모펀드로 매각될 경우 가맹점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 때문에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매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확대되는 분위기다. 한 가맹점주는 “1900억 원에 사서 6000억에 파는 회사도 이 정도인데, 6000억 원에 인수해 두 배로 되팔 생각을 하는 기업은 오죽하겠나”라고 말했다.

#온라인 전환 확대…가맹점 ‘밥그릇 통째로 뺏겨’
최근 크린토피아가 당근마켓과 함께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가맹점들의 불만은 한층 더 커졌다. 지난 6월 크린토피아는 당근과의 협업을 통해 ‘우리동네 세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는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당근 앱을 통해 세탁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당근마켓 앱에서 세탁 서비스를 신청하면 크린토피아가 직접 세탁물을 수거하고 처리해 배송까지 해준다. 가격은 크린토피아의 공식 가격이 적용된다. 현재 첫 주문 시 배송비 무료 혜택도 제공 중이다.
크린토피아 가맹점주들은 이것이 ‘오프라인 점포를 소외시키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본사가 직접 물류 전 과정을 수행하며 가맹점과는 무관하게 운영된다. 점주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주문이 본사로 직접 연결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 매출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역력하다.
한 가맹점주는 “직접 세탁물을 가져가고 찾아오는 수고스러움을 누가 하고 싶겠나. 한번 온라인 서비스로 이탈한 고객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며 “본사가 오프라인 가맹점을 포기하고 죽이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가맹점과의 상생을 고려했다면 이런 서비스는 애초에 도입해서는 안 됐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가맹점주의 반발이 큰 이유는 이 서비스가 가맹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크린토피아 가맹점주는 “당근에서 세탁물을 받으면 포장지에 ‘매장 방문 없이 편리하게 크린토피아를 만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며 “전국 3000여 개 가맹점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본사는 가맹점 의견은 듣지도 않고 이러한 서비스를 선보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크린토피아는 최근 자체 앱 등 온라인을 통한 수거·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는 가맹점을 거치지 않고 본사가 직접 주문을 받고 처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수익이 고스란히 본사로 귀속된다.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온라인 서비스 도입 초기에는 본사가 지역 가맹점의 영업권을 고려해 세탁비의 38.5%를 수익 배분 형태로 지급했다. 하지만 이후 도입된 심야 수거·배송 서비스에서는 이 비율이 18.5%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당근마켓과 협업한 신규 서비스의 경우 수익 배분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 가맹점주들의 설명이다. 한 가맹점주는 “일정 비율을 배분하던 수익도, 이제는 아예 ‘제로(0)’가 됐다”며 “본사가 점주들 밥그릇을 통째로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크린토피아 관계자는 “당근과의 협력은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신규 수요 유입을 통해 서비스 이용과 가맹점 방문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현재 시범 운영 단계로 고객 경험 검증에 중점을 두고 있다. 범위와 거래량이 제한적인 현 단계에서는 가맹점의 수익구조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의 매출 대부분이 가맹점 기반인 만큼, 당사는 가맹점을 사업의 핵심축으로 삼고 있다”며 “고객 경험 향상과 가맹점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시장 변화에 맞춰 신규 서비스와 협업을 단계적으로 검토·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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