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IBK기업은행이 글로벌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취임 이후 해외 부문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글로벌 순이익을 250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반기 기업은행의 해외 사업 성적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목표 달성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해외 법인 순익 555억 원 ‘하락세’
2023년 4월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부문 이익을 2025년까지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2022년 1260억 원으로 집계됐던 해외 사업 부문 이익을 2년 내 2500억 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전한 것이다.
김 행장이 내세운 글로벌 2500억 원 순익 목표는 기업은행의 해외 사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국내 은행 산업의 포화, 성장 여력 제한 등의 이유로 국내 은행권 전반이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는 상황과 맞물린다.
기업은행 역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글로벌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정부 지원과 높은 신용도 등을 바탕으로 한 국책은행의 장점을 활용해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 속도가 빠를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 기업은행이 운영 중인 해외 법인(중국유한공사, 인도네시아법인, IBK미얀마은행)의 누적 총순이익은 5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553억 원에서 2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쳐, 성장세가 둔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해외법인에서 거둔 순이익은 전체 실적의 2% 수준에 불과해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김 행장이 제시한 글로벌 부문 이익은 해외법인뿐 아니라 지점, 사무소 등의 수익까지 합산한 수치다. 기업은행은 법인 실적만 별도로 공개하고 있어 전체 해외 실적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난해 역시 목표치에는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해외점포 수 역시 경쟁사와 격차가 크다. 금융감독원이 7월 발표한 ‘2024년 국내은행 해외점포 경영현황 및 현지화지표 평가결과’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기업은행의 해외점포 수(지점·법인·사무소 포함)는 14개에 그쳤다. 하나은행(35개), 우리은행(31개), 신한은행(27개), 국민은행(16개)과 비교해 가장 작은 규모다.
올해 기업은행의 해외 사업 성적표는 전년보다 부진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상반기 해외법인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해외법인의 누적 순이익은 294억 원이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244억 원에 그쳤다.
특히 중국 법인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349억 원, 순이익은 13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1650억 원, 순이익 180억 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줄고 순이익은 25%나 감소했다. 인도네시아 법인도 상황은 비슷하다. 매출은 전년 상반기 855억 원에서 올해 842억 원으로 줄었고, 순이익 역시 94억 원에서 90억 원으로 약 4% 하락했다.
세 법인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인 곳은 미얀마 법인이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37억 원, 순이익 19억 원에 그쳤던 실적이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54억 원, 순이익 20억 원으로 소폭 개선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국 법인은 정부의 LPR(대출우대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미·중 관세 갈등, 한국계 기업의 탈중국화 흐름이 겹치면서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인도네시아 법인 역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현지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순이익이 소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법인은 현지 영업을 한층 강화하고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속적인 수익자산 확대와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를 통해 영업이익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은 임기 3개월, 베트남 법인 설립에 박차
해외 실적 부진에 김 행장이 내건 2500억 원 목표 달성도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 행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그의 연임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역대 기업은행장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경우가 단 두 차례에 불과한 데다, 재임 중 882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건으로 내부통제 부실 논란까지 불거졌다. 여기에 해외 사업 목표 달성 난항까지 겹치며 연임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김 행장은 임기 말까지 글로벌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베트남 현지 법인 설립을 직접 챙기며 동남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김 행장은 호득푹 베트남 부총리를 만나 현지 법인은행 설립 계획을 직접 설명했다. 호득푹 부총리가 공식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면서 법인 설립 절차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기업은행은 5월 베트남 중앙은행(SBV)으로부터 현지 법인 설립 절차 착수를 승인하는 인가서류접수증(C/L)을 발급받아 본격적인 법인 전환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동시에 유럽 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23년 사무소 개소에 이어 지난해에는 국내 은행 최초로 폴란드 법인 설립 인가를 획득했다. 현재 영업 인가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내 영업인가 취득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진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지정학적 분쟁으로 촉발된 공급망 재편은 미·중 무역대립과 관세정책으로 자국 중심의 지역 블록화 구조로 굳어졌고, 이에 따라 해외 기업들의 철수·이전 및 진출지역 다변화가 확산되며 당행 해외사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폴란드와 베트남 법인 설립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순이익 25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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