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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부산 이전, 다시 '핵심 변수'로…이재명 정부·PK 민심 정면충돌

동남권투자은행 무산·투자공사 대체에 지역 정치권 반발… PK 민심 흔들리며 여야 전략 변화 불가피

2025.12.04(Thu) 10:31:49

[비즈한국] 부산광역시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한국산업은행(산업은행) 본사 이전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산업은행 본사를 부산광역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본사 이전을 위해서는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대신 해양수산부와 HMM(옛 현대상선)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동남권투자은행 설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역할과 파급력을 고려하면 부산광역시 입장에서는 산업은행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민의힘은 현재도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는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부산 민심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막상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동남권투자은행이 아닌 동남권투자공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9월 국무회의에서 “은행으로 설립하면 신속하고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난감할 것 같아서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공사를 설립하면 공사채를 발행해 1조 원을 투자하면 레버리지로 15조 원, 3조 원을 투자하면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50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광역시 지역 정치권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부산 시민의 오랜 여망을 팽개치는 처사”라며 “명백한 대통령의 공약 파기이자 부산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9월 대정부질문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백지화에 이어 예금 수신도 할 수 없고 자금 공급도 제한적인 투자공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부산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투자은행과 투자공사는 수신 기능에서 차이가 있다. 투자은행은 예금 수신이 가능하지만 투자공사는 예금 수신 업무를 할 수 없다. 예금 수신을 못 하면 자본금이 한정돼 가용할 수 있는 자금도 제한적이다. 또 투자공사는 대부분 채권을 통해 운영되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대한 리스크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동남권투자공사 방침을 밝히자 부산광역시 지역 사회에서는 산업은행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을 대신할 동남권투자은행 계획이 무산됐다는 이유에서다. 부산광역시와 국민의힘은 11월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9개 핵심 과제를 정부에 공동 건의했다. 박형준 시장은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이번 정부에서 결실을 맺도록 전향적 입장 전환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산업은행 이전을 은근히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이수진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국회 동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산업은행 이전을 추진하겠다니 깡패가 따로 없다”며 “전리품 나눠 먹기를 위한 막무가내식 산업은행 이전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

 

부산광역시 연제구 부산광역시청. 사진=최준필 기자


하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더불어민주당이 부산 지역 사회의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PK(부산·경남) 지역 표심 공략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산업은행 부산 이전 요구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과반수 이상의 부산광역시민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끝내 반대한다면 내년 PK 지역 지방선거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으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대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초 약속한 동남권투자은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명분이 떨어진다.

 

이재명 정부가 대신 추진하는 해양수산부와 HMM의 부산 이전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의 기본 역할은 기업금융이다. 산업은행이 이전하면 이를 통해 부산광역시 전반적으로 지역 산업 성장이 가능하다.

 

HMM의 부산 이전 작업도 순탄치만은 않다. HMM 내부 반발 때문이다. 또 공기업인 산업은행과 달리 민간기업인 HMM의 본사를 강제로 이전시키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HMM 육상노조)는 “정부가 민간기업의 본사를 부산으로 강제 이전 추진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권력남용”이라며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정부가 HMM 부산 이전을 성사시키더라도 산업은행 이전 요구를 무시하면 결국에는 여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 이전이 중요한 이슈가 됐고, 다수의 부산광역시민이 산업은행 이전을 요구하는데 이를 무시하면 그간의 업적이 어떻건 마이너스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이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 가덕도신공항 적기 개항 등 부산 현안 해결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이재성 전 위원장은 11월 부산광역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성 전 위원장은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식적으로 부산광역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일한 인물이다. 이 전 위원장이 최종 후보로 결정되면 산업은행 부산 입장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 전 위원장이 과거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 분위기에서 이재명 정부 방침에 반대되는 공약을 내놓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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