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검찰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대형 M&A를 연이어 성사시키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홈플러스가 경영 위기에 빠지면서 구속 기로에 섰다. 홈플러스 사태의 책임이 김 회장에게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온 노동자와 투자자들은 강한 처벌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등급 하락 알고도 채권 발행” 검찰 ‘사기적 부정거래’ 정황 포착
서울중앙지검 반부패3부는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대표, 김정환 MBK파트너스 부사장, 이성진 홈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대규모 전자단기채권(전단채)을 발행하고, 이후 기업회생을 신청해 채권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2023년 말부터 김 회장 등 MBK파트너스 핵심 경영진이 홈플러스의 누적 적자 상황을 직접 보고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직전이던 지난해 2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또한 인지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도 8일 미디어브리핑을 통해 “당사 관리인, 임원, 그리고 주주사 주요 경영진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한때 한국을 넘어 아시아 사모펀드 시장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로 꼽혔다. 대규모 자금을 앞세운 과감한 인수합병(M&A) 전략으로 MBK파트너스를 아시아 최대 PEF 운용사 반열에 올려놓았고,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는 ‘딜 메이커’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홈플러스 경영 실패는 김 회장을 재평가하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15년 테스코로부터 7조 2000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김 회장의 ‘승부사’ 기질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알짜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고, 인력 감축 등을 강행하면서 경영 방식이 사실상 기업 해체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 없이 단기 수익 창출에만 매몰된 ‘흡혈 경영’을 펼쳤다는 질타가 쏟아졌고, 김 회장의 책임론도 부각됐다.
특히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보여준 김 회장의 태도는 공분을 더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막대한 개인 자산과 배당 수익을 거둬들인 만큼, 홈플러스의 정상화를 위해 최소한의 사재 출연이나 책임 있는 보상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김 회장은 뒤늦게 사재 출연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상당 부분이 현금이 아닌 지급 보증 형태에 그쳐 ‘면피용’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흡혈 경영’에 ‘껍데기’만 남은 홈플러스
현재 홈플러스는 사실상 기업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경쟁 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무산됐고, 이후 공개 입찰 방식으로 재매각에 나섰으나 참여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운영자금이 고갈되면서 점포의 세금 체납이 이어졌고, 지난해 12월에는 직원들의 임금 지급까지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홈플러스는 1년 넘게 추진해온 통매각을 포기하고 분리매각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 분리매각 재추진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향후 6년간 최대 41개 임대 점포를 단계적으로 폐점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홈플러스의 매각 실패와 경영 악화가 현실화되자, 노동계와 피해자 단체는 김 회장의 사법적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해결 공동대책위원회는 김 회장 등 핵심 경영진 4인에 대해 법원의 엄중한 심판과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범국민 탄원 운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공대위 측은 “피의자들은 업계 2위인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오로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안산점, 가야점 등 알짜 매장을 헐값에 매각했다”며 “경영이 아닌 명백한 자산 수탈이자 약탈”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대위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비대위 측은 “불구속 기소를 하는 경우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더 높아 질 것이다. 구속 수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전단채 사태는 기업 피해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파탄 내고 마비시킨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을 비롯한 MBK파트너스·홈플러스 경영진 4명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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