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 이후 우리나라 원·달러 환율이 세계 39개 주요국 통화 중에서 4번째로 높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원화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로, 한국 경제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이번 중동 전쟁에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세계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 셈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발생하기 전인 2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39개국 통화의 달러 대비 환율 변화를 보면, 원·달러 환율은 2월 27일 1439.7원에서 3월 31일 1530.1원으로 6.28% 상승했다. 이는 세계 무역거래에서 기본이 되는 달러에 비해 원화의 가치가 6.28%만큼 하락했다는 의미다. 원화로 살 수 있는 해외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줄어들어 대외 지급 비용이 늘어나는 셈이다.
또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물가까지 오르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유학생들이나 주재원들에게 송금해야 하는 가계와 기업들의 부담도 환율 급등으로 인해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고환율은 고물가를 초래하고, 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고금리 상황을 불러오면서 경제에 이른바 ‘3고’라는 최악의 조건을 가져오게 된다.
원화 환율이 뛴 것은 중동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국제사회에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탓이다. 문제는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환율이 뛴 것은 맞지만 유독 원화에 가해진 타격이 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보다 달러 대비 환율이 더 높이 상승한 국가는 39개 주요국 중 이집트(13.56%)와 남아프리카공화국(7.99%), 헝가리(6.37%) 등 3개국에 불과했다.
이집트의 경우 가자 전쟁부터 시작된 중동 분쟁의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란을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봉쇄를 선언하면서 수에즈 운하 타격에 대한 우려로 환율이 뛰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아 전쟁에 따른 자금 이탈이 발생하면서 환율이 상승했고, 헝가리는 16년 만에 총선에서 오르반 빅토르 정권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진 불안감이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에 이어 4번째로 높은 환율 상승률을 보였는데, 이는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이나 이란의 보복으로 전쟁 여파에 놓인 중동 산유국들보다도 높은 것이다. 이스라엘 셰켈화 환율은 전쟁 발발 전인 2월 27일 달러 대비 3.12셰켈에서 3월 31일 3.17셰켈로 1.62% 오르는 데 그쳤다. 달러 대비 쿠웨이트의 디나르화 환율은 같은 기간 0.47% 상승했고, 바레인 디나르화는 0.14%,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알화는 0.06% 올랐다.
요르단의 디나르화 달러 대비 환율은 같은 기간 변함이 없었고, 아랍에미리트(UAE) 디르함화 환율은 0.01% 떨어지기까지 했다. 카타르의 리얄화 역시 같은 기간 달러 대비 환율이 0.04% 하락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전쟁에 대비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데다 군사적 성과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 산유국들도 일부 피해에도 원유 수출국이라는 지위가 통화 가치 하락을 막은 셈이다.
또 일본이나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도 환율 상승 폭이 높았다. 일본 엔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2월 27일 155.96엔에서 3월 31일 159.86엔으로 2.50% 상승해 한국 원화 환율 상승률의 절반이 되지 않았다. 대만달러화의 경우에도 달러 대비 환율이 같은 기간 31.26대만달러에서 32.05대만달러로 2.53% 올라 일본 엔화와 상승률이 비슷했다. 베트남 동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같은 기간 1.04%, 인도네시아 루피화는 1.40%, 인도 루피화는 3.72% 상승했다.
이처럼 원화가 다른 신흥국 통화들보다도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70%에 달하는 중동 위주 에너지 수입 구조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와 전쟁 이전부터 확대 재정 정책 등으로 누적된 통화량 증가가 함께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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