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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배터리 소화기 만든 한국 중소기업, TSMC도 주목했다

김성호 이지에스플러스 대표 "특수 약제로 발화점 낮춰…스프레이형 소화기로 누구나 '열폭주' 대처"

2026.04.27(Mon) 11:10:14

[비즈한국] 고유가로 전기차 수요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그와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화재 포비아(공포증)’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리튬배터리 화재의 가장 큰 맹점은 순식간에 내부 온도가 1000℃ 이상 치솟는 열폭주가 발생해 기존 소화 방식으로는 진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위험이 큰 것이다.​ 실제로 2022년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2024년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화재가 어떻게 국가적·사회적 재난으로 번지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2024년 8월 2일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 40여 대가 불타고 100여 대가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소방 당국의 전기차 화재 진압 매뉴얼은 질식소화포로 덮고 이동식 수조를 조립해 배터리를 물에 통째로 담그는 물리적 방식에 그친다. 초기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전기차 전용’ 타이틀을 단 소화기들이 시중에 우후죽순 쏟아지지만 상당수가 명확한 성능 검증 없이 마케팅 용어만 앞세우고 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이 2024년 12월 ‘소형리튬이온전지 화재 소화성능 인증기준’을 신설했다. 하지만 1000Wh 이하 소형 배터리에 국한된 데다 법적 강제성이 없는 ‘임의인증’에 불과하다. 제조사가 인증을 받지 않아도 판매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규제 사각지대인 셈이다.

 

이러한 규제 공백은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기차 보급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도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를 겨냥한 단일 국제 표준화된 소화기 규격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반(A급), 유류(B급), 전기(C급), 금속(D급) 등 전통적인 화재 분류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소화 성능 시험과 안전 기준을 통해 제품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자체의 안전성이나 열폭주 확산 방지에 대해서는 UL 2580(전기차 배터리 안전 규격), UL 9540A(ESS 열폭주 화재 전이 평가) 등 별도의 시험 규격이 적용되는 등 관련 기준이 다층적으로 분산·운영되는 실정이다. 

 

김성호 이지에스플러스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소화하는 약제를 생산해 국내 최초로 공식 시험성적서를 받았다. 현재 ​TSMC, BYD 등에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전기차 및 ESS 배터리 화재 안전 솔루션 기업 이지에스플러스의 김성호 대표는 이러한 시장의 혼란을 바로잡을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21년 한국화재보험협회 부설 방재시험연구원(FILK) 테스트를 통해 국내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를 지연시키고 화재를 완벽히 소화하는 성능을 공식 시험성적서로 입증받았다.

 

이지에스플러스의 핵심 경쟁력은 일반적인 질식 소화의 한계를 넘어선 냉각 기술에 있다. 일반 분말 소화기나 질식소화포가 외부 산소를 차단하는 데 그친다면, 이지에스플러스의 소화 약제는 배터리 발화점의 온도를 물리적으로 낮춰 열폭주의 연쇄 고리를 끊는다. 김 대표는 “리튬배터리 열폭주 시 내부 온도는 최대 1350℃까지 치솟지만, 200℃ 이하로만 제어해도 재발화를 막을 수 있다”며 “당사의 약제는 배터리 팩 내부로 침투해 온도를 200℃ 아래로 즉각 낮추고 최종적으로 80℃ 미만까지 냉각시켜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는 성능을 한국방재시험연구원으로부터 인증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재 초기, 배터리가 터지기 직전 배출되는 ‘오프가스(Off-gas)’ 단계에서의 대응력도 강점이다. 액체 형태로 설계된 약제는 분말이 도달하지 못하는 배터리 셀 사이사이에 미세하게 스며들어, 가스 분출 이후 이어지는 폭발적 발화 현상을 초기에 억제한다. 배터리가 멀쩡한 상태에서 살포하더라도 약제를 닦아내기만 하면 재사용이 가능할 만큼 친환경적이고 비파괴적인 방식이라는 점도 기존 소화기들과의 차별점이다.

 

이지에스플러스의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에 테스트용 소화 약제 1톤을 공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TSMC의 방제를 총괄하는 협력사가 전 세계를 뒤진 끝에 당사 제품을 발굴했다”며 “현재 신규 반도체 공장의 공조시설 등에 도입하기 위한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TSMC에 이 제품을 채택한 협력사가 최근 미국의 대형 글로벌 방제 기업에 인수합병(M&A)되면서 이지에스플러스의 북미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까다로운 TSMC의 검증을 통과하면 글로벌 방제사의 네트워크를 타고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를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완성차 분야에서도 중국 BYD 및 국내 수입 업체들과 차량용 방재 솔루션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 논의에 착수했다. 

 

김성호 이지에스플러스 대표가 가정용, 휴대용 제품 등 자사 소화기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이지에스플러스의 시선은 산업 현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가정이나 일상생활에서 빈발하는 소형 리튬배터리 화재를 겨냥한 생활 밀착형 방재 솔루션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 샘플 제작을 마치고 본격적인 개발을 진행 중인 500ml 용량의 스프레이형 소화기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가정 내 전동 킥보드나 노트북, 보조배터리 등에서 불이 났을 때 일반인도 쉽게 대처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강한 질소 압력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분사해야 하는 기존 소화 방식과 달리, 화재 발생 시 누구나 가까운 거리에서 직관적이고 간편하게 소화액을 뿜어내 초기 진압을 돕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스프레이형 소화기는 항공업계의 골칫거리인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김 대표는 “밀폐된 여객기 내에서 승객의 보조배터리에 열폭주가 발생할 경우 현재는 승무원들이 임시방편으로 생수병을 들이붓는 실정”이라며 “휴대가 간편한 스프레이형 소화 장비가 도입된다면 기내 화재를 즉각적이고 안전하게 진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와 배터리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 화재의 위험은 상존한다”며 “국내 최초를 넘어 전 세계 전기차·ESS 화재 진압의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토탈 방재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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