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우건설, 현대증권, MG손해보험, 대우전자 등 굵직한 인수·합병(M&A) 시장마다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자베즈파트너스(자베즈)다. 최근 대유그룹이 인수해 이슈가 되고 있는 대우전자도 과거 자베즈가 간접적으로 M&A에 참여한 바 있다.

DB그룹(옛 동부그룹) 관계자는 “대우전자 인수 당시 순자산 유지 또는 IPO(상장) 등을 하지 못할 경우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재무적투자자(FI)들과 협약을 맺었다.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DB그룹은 지난해 자베즈에 의뢰해 새로운 재무적투자자 유치에 나섰다”며 “당시 자베즈가 중국 가전회사 오크마를 전략적투자자(SI)로 섭외했고 자베즈도 자체적으로 펀드를 모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으로 오크마가 중간에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FI들이 직접 매각에 나섰고 대유그룹이 매수 대상자로 선정됐다.
# 자베즈파트너스와 박신철 전 대표의 정체
자베즈는 2009년 골드만삭스 출신 한국계 미국인 박신철 씨와 제일은행 출신 최원규 씨가 설립한 회사다. 박신철 씨는 자베즈 설립 때부터 2012년 5월까지 자베즈 대표를 맡았다. 2012년 7월 다시 대표에 취임해 두 달 뒤인 9월 사임했다.
자베즈의 이름이 알려진 건 2009년 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할 때다. 당시 자베즈는 막 설립된 사모펀드 운용사로 자본금은 5000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대우건설 인수 금액은 3조 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대우건설은 결국 산업은행에 넘어갔지만, 자베즈가 어떤 회사인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자베즈는 2011년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0억 5005만 원으로 늘렸고, 현재 자본금은 11억 7555만 원이다. 자베즈가 어떻게 자본금을 조달했고 M&A 필요한 자금을 어디서 투자받았는지는 확인된 게 거의 없다. 그나마 MG손해보험 인수 과정 정도가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자베즈는 설립 초창기 때 한화증권의 투자를 받았다. 한화증권은 자베즈의 정체도 불분명하고 당시로서는 성과도 없어서 금방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자베즈 설립 당시 자본금의 약 20%를 투자했고 2010년 투자금을 회수했다”며 “당시 자본시장통합법이 생기면서 증권사의 직접투자가 가능해져 한화증권 차원에서 사모펀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 차원으로 자본금 일부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박신철 전 대표는 글로벌 투자자문사 ‘G2020 어드바이저스’에서 ‘샘 박’이라는 이름으로 고문(Advisor)을 맡고 있다. 또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 전무로도 근무 중이다. 비서실을 통해 박 전 대표와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G2020 어드바이저스는 “(자베즈는) 상호저축은행, 신용 채권회사, 전기기구 제조사, 자동차 부품 제조사 등 다양한 한국회사들에게 인수 후 통합과정, 자산관리 등에 대한 조언을 해줬다”며 “한국에서 톱5 안에 드는 증권사, 손해보험사, 자동차 부품 제조사, 소비자 금융사, 치아 치료기기 제조사 등의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사모펀드도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자베즈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2012년 9월 대표직에서 사임했고 2012년 12월 사내이사직에서도 사임했다. G2020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2015년 8월까지 자베즈에서 근무했고, 2015년 11월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박 전 대표가 근무 중인 자동차 부품 제조사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은 2015년 9월 이래CS가 미국 델파이인터내셔널로부터 인수한 회사다. 인수 당시 자베즈가 300억 원을 이래CS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후로도 한동안 자베즈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 새마을금고와 자베즈파트너스와의 관계
2013년 자베즈는 사모펀드를 구성해 GFMI손해보험(현 MG손해보험)을 설립했고, 그린손해보험의 계약을 이전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GFMI손해보험이 그린손해보험을 자산부채인수 방식으로 인수한 것이다. 이 사모펀드에는 대유에이텍도 400억 원을 출자했다.
2013년 8월 대유에이텍은 돌연 사모펀드에 출자한 지분 전량을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매각한다. 새마을금고 역시 사모펀드에 400억 원을 출자했다. 당시 대유에이텍은 매각 이유를 “사업역량 강화를 위한 현금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개선”이라고 공시했다.
새마을금고는 해당 사모펀드에 출자한 다른 지분들도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표면적으로 MG손해보험의 최대주주는 ‘자베즈제이호유한회사’지만 사실상 새마을금고가 지배하는 셈이다.
현행법상 비금융주력자가 보험사 최대주주가 되려면 부채비율이 300% 이하여야 한다. 새마을금고는 비금융주력자로 분류된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2016년 부채비율은 2433%에 달해 300% 아래로 낮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새마을금고가 자베즈를 통해 MG손해보험을 우회인수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비밀유지 협약이 있어 자세한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며 “(우회인수 의혹에 대해서는) 재무적투자자로 참가했을 뿐,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 현대그룹과 자베즈파트너스와의 관계
자베즈는 2011년 말 돌연 현대증권 지분 9.54%를 매입해 2대주주 자리에 올랐고, 2016년 1월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본 오릭스가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6500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해지했고, KB금융은 두 배에 이르는 1조 2500억 원에 (현대증권을) 매입했다”며 “오릭스가 현대증권 매수를 포기한 사유의 핵심이 자베즈와의 이면계약 때문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 의원은 “자베즈가 연 7.5%의 수익률을 100% 보장하는 조건으로 현대증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KB금융이 왜 그렇게 고가로 매입했는지 자베즈 이면에 어떤 계약이 있었는지 금융혁신위원회에서 다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008년 6월, 부동산 임대회사 LK프론티어(현 현대종합연수원)는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아산을 블랙스위트콘도 건설사업 시공사로 선정했다. 2012년 현대그룹이 LK프론티어를 인수했고 사명도 현대종합연수원으로 바꿨다.
이후 블랙스위트콘도 건설 계획을 현대종합연수원 건설 계획으로 변경했고 시공사를 파라다이스글로벌로 정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HS건설공영을 하도급업체로 선정했다. HS건설공영은 박신철 전 대표의 부친 박영호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파라다이스그룹 관계자는 “HS건설공영을 하도급업체로 선정했던 건 맞다”면서도 “현재 건설사업을 하지 않고 있고, 당시 건설부문에서 근무했던 인력은 모두 퇴사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HS건설공영 관계자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뿐만 아니다. 2013년 말 검찰은 황두연 전 ISMG코리아 대표의 현대그룹 경영 부당개입 사건을 수사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쏘오트가 현대저축은행(현 유진저축은행)으로부터 약 60억 원의 부당 대출을 받은 사실을 확인해 검찰에 통보했다. 쏘오트는 현대저축은행의 수탁사 역할을 했으며 템코가 33.4%, 황 전 대표의 아내 윤 아무개 씨가 33.3% 그리고 박영호 씨가 3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법원은 2014년 7월 황 전 대표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쏘오트는 2014년 5월 HNT파트너스에 흡수합병 됐다.
박신철 전 대표와 함께 자베즈를 설립한 최원규 씨는 2011년 1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현대저축은행 대표를 맡았다. 같은 기간 박 전 대표의 형인 박 윌리엄 씨는 현대저축은행 감사위원을 지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당시 자베즈가 주주로 참여했을 뿐”이라며 “현재는 전혀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HS건설공영과 쏘오트와 관련해서는 “현대그룹의 계열사도 아니고 하도급업체의 지분구조가 어떻게 되는지까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자베즈가 현대그룹에 세세한 조건 등을 놓고 높은 이익을 요구했다고 한다”며 “그러다보니 현대그룹과 자베즈의 사이는 썩 좋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 대유그룹과 자베즈파트너스와의 관계
자베즈, 현대증권, 대유에이텍, 세 회사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한국계 미국인 박 윌리엄(한국명 박현철) 자베즈 사외이사다. 그는 2008년 3월~2014년 3월 대유에이텍 사외이사를 맡았고, 2011년 11월~2012년 8월에는 현대저축은행 감사위원, 2012년 6월~2016년 3월에는 현대증권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2014년 1월 자베즈 사외이사에 취임해 현재도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박 윌리엄 사외이사는 박신철 전 대표의 형이다. 박 전 대표는 박영우 대유그룹 회장의 형 박영호 씨의 아들로 박 회장의 조카다. 박영호 씨도 2012년 5월~2012년 12월, 2014년 1월~2014년 7월 자베즈 사내이사를 맡은 바 있다.

현재 자베즈와의 관계에 대해 대유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MG손해보험 인수 당시 대유와 자베즈 사이에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대유에이텍은) 잠깐 들어갔다가 발을 뺐다”며 “이후 자베즈와 사업적으로 연결된 적은 전혀 없고 지분관계, 자금거래를 비롯한 모든 교류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자베즈는 권철환 대표가 이끌고 있다. 권 대표는 현대그룹 임원을 거쳐 2013년부터 MG손해보험에서 근무, 2017년 3월 자베즈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그룹과 MG손해보험 모두 자베즈와 관계가 깊은 곳이다. ‘비즈한국’은 권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 답도 들을 수 없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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