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셀트리온이 미국 현지 생산공장을 확보했다. 미국 정부 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연내 이를 마무리해 내년부터 자사 제품 생산검증(밸리데이션)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장 인수의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관세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인수한 이 공장은 내년 말부터 셀트리온의 의약품을 본격 생산한다. 미국 현지 공급은 물론 CMO(위탁생산) 사업을 본격화하는 전진기지 역할이 기대된다.

23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생산공장 인수 본계약 체결 사실을 밝혔다. 셀트리온의 미국 법인인 셀트리온USA를 통해 인수하며, 인수자금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인수자금만 4600억 원에 이르고 공장 운영자금으로 2400억 원이 추가 투입된다.
서 회장은 의약품 수요가 더 있다면 추가로 7000억 원을 투자해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라이릴리와 비밀유지협약을 맺어 현지 공장의 생산케파, 생산제품, 현지 직원 수 등을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추가 증설까지 총 1조 4000억 원을 투자하면 생산케파는 현재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에 달한다”고 말했다. 송도 2공장은 연간 9만 리터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인수 예정인 공장은 약 4만 5000평의 부지와 생산시설, 물류창고, 기술지원동, 운영동 등 총 4개 건물로 구성돼 있다. 유휴 부지만 약 1만 1000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은 미국 관세 문제가 상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출기업으로서 새로운 사업기회로 보고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당연한 경영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관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똑같이 당면한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내년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를 빼기 전 영업이익)가 3조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투자여력이 충분한 만큼 앞으로도 공격적 투자가 필요하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체 공장을 짓는 것과 비교해도 6년의 시간을 절약하고 국내 생산 의약품의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1조 5000억 원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면서 “여기에 만약 미국이 의약품 관세를 200%까지 끌어올리게 되면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이번에 인수하는 공장의 CMO 사업이 확대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미국 공장 인수로 관세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2년치 의약품 재고를 미국으로 이전했고 현지 CMO업체와 의약품 생산계약을 확대하는 등 중단기 전략을 마련한 바 있다.
또 기존 공장 인원을 100% 승계해 숙련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서 회장은 최근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합작법인에서 발생한 비자 문제도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지 공장을 인수해 자사 제품도 생산하기로 한 만큼 국내 인력의 현지 파견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 회장은 “원칙적으로 출장을 보낼 때 6개월 전 사전조치를 충분히 하고 보내는 데다 E2 비자(투자비자)를 발급받고 있어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면서 “전문직 비자 H-1B 발급에 1인당 1억 4000만 원이 든다는데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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