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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우울한 한국 영화판에서 코미디 영화만 웃는 까닭

불황, OTT 자극적 콘텐츠 피로감 등 원인…극장이 즐거움 주는 공간으로 인식돼야

2025.11.05(Wed) 09:57:08

[비즈한국] 근래에 한국 영화계가 힘들다는 지적이 많았다. 영화 제작 인력은 드라마 제작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여전한 건 코로나19 이전의 멀티플렉스 상영관 시스템뿐이다. 엄밀하게 보면 한국 영화계보다는 극장 상영업이 상당히 힘들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영화관 관객이 절반밖에 안 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영화 관객 수는 1억 2313만 명으로 2023년보다 1.6% 줄었다. 엔데믹 이후 관객 수가 다시 증가할 줄 알았는데 예상밖의 수치였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7~2019년 평균치의 55.7%에 그쳤다. 2024년 극장 매출도 1조 1945억 원으로 2023년보다 5.3% 줄었다. 코로나19 이전 매출에 비하면 65%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들이 나왔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예매하는 모습. 영화관 관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사진=박정훈 기자

 

올해 ‘좀비딸’은 539만 명이 관람했고, ‘보스’는 단 7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170만 명을 돌파해 현재 240만 명을 넘었다. ‘좀비딸’의 손익분기점은 220만 명인데 개봉 7일 만에 이를 넘겼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는 개봉 5일 만에 100만 명을 넘겼고, 13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영화들은 모두 코믹 코드를 내세웠다. 올해 초 영화 ‘히트맨 2’는 손익분기점 230만 명(순제작비 85억 원)을 돌파하는데 4주가 걸렸지만 역시 코미디물로 흥행에 성공했다. 앞선 영화들보다 제작비가 더 투입된 탓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되었다.

 

이런 코미디 장르가 극장에서 극정의 결과를 낳은 데는 여러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우선 경제적 불황기에는 대체로 재밌는 콘텐츠가 소비된다는 고전적인 해석이 있다. 한편 ‘좀비딸’과 ‘보스’는 하이 콘셉팅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이 컨셉팅 영화는 영화의 개요만 짧게 들어도 보고 싶은 느낌이 드는 영화를 말한다. 영화 ‘좀비딸’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이 됐느냐 아니냐의 이분법적 구도를 벗어나 좀비 증상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그러면서도 가족, 지인들과의 협력과 합심이 공동체적이다. 그 속에서 감동과 연대의 훈훈함이 웃음과 함께 버무려졌다. 

 

영화 ‘좀비딸’은 539만 명이 관람했고, ‘보스’는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17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보스’의 경우 서로 두목이 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기존의 조폭 장르물과 차별화된다. 같은 조폭물이지만 다른 코미디 코드가 통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은 이른바 ‘기분 향상 효과(Mood-boosting effect)’를 내는 데도 적절하다. 기분 전환은 물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 더구나 웃음은 혼자 콘텐츠를 즐기는 것보다 같이 공유할 때 더 배가된다. 분위기에 따라서 더 고양될 수 있는 것이 코미디의 웃음 유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영화들은 네티즌 평점이나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돌기 때문에 OTT에 공개되기 전에 극장 관람을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만약 이런 영화들이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막대한 제작비를 투여했다면, 흥행 성공작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유쾌한 코미디 코드의 영화들이 선전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콘텐츠 피로의 반작용일 수 있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O와 지상파, 케이블 방송 등에는 심각하고 자극적인 장르물이 많다. 그걸 보는 시청자도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하고 감정 소모가 크다.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처럼 현실 문제들을 드러내주면서 공감을 일으키는 K-장르물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반대로 우울하고 가라앉는 작품보다 기분 좋게 하는 콘텐츠를 원하게 되었다. 비극보다는 희극을 원하는 심리가 왜 형성되는 지 다각도로 정리가 필요하고 그것이 영화의 제작과 상영으로 선순환되어야 한다. 

 

꼭 천만 영화가 나와야 한국 영화산업이 잘된다고 볼 수는 없다. 손익분기점을 넘어 재투자 가능한 가성비가 좋은 영화가 관객들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현재 단계로는 극장이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공간임을 증명해야 한다. 특히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어울려 영화를 볼 때 더욱 고양되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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