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팔공산을 제외한 전국 22개 국립공원을 찾은 외국인 탐방객은 88만 5282명으로 2021년보다 18배나 늘었다. 서울의 북한산국립공원 등 대다수 시도에 국립공원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한국만의 독특한 등산 문화가 매력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은 김밥을 도시락으로 가져가거나 등산 후 막걸리에 파전까지 곁들여 먹기도 한다.
이는 외국인이 국립중앙박물관을 많이 방문하는 것과도 맞닿는다. 두 곳 모두 입장료가 없다는 점이다. 국립공원은 2007년 입장료가 폐지되었다. 이전에는 국립공원 입장료에 문화재 관람료까지 총 3000원 정도를 내야 했다.
해외 유명 국립공원은 입장료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겐 더 많이 받는 곳도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외국인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더 높게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뉴질랜드는 2027년부터 일부 유명 자연 명소에서 외국인에게 입장료를 부과한다. 에쿠아도르 갈라파고스 국립공원은 자국민 입장료는 10달러지만 외국인은 200달러다. 태국은 외국인에겐 자국민의 10배를 받는다.
이제 박물관을 살펴보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외국인에게도 인기를 끄는 것은 접근성, 기획력, 뮷즈, 부대시설의 편리성, 나아가 케이팝의 영향이 꼽힌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등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기획전의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무료라는 점이 작용한다.
우리와 달리 해외 유명 박물관들은 적잖은 입장료를 부과한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22유로(약 3만 2200원),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30달러(약 4만 1000원), 대만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관은 350대만달러,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은 14유로 정도를 받는다. 대신 어린이와 학생, 장애인 등에겐 무료이거나 입장료가 작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장료를 부과하자는 얘기가 나온 것은 관람객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올 1월 1일부터 10월 2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총 510만 3709명에 달했다. 2024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수 5위(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460만 3025명)를 넘어선 기록이었다. 이 가운데 외국인 수는 약 18만 5000명으로 전체의 3.7%에 해당한다. 무료 입장 때문에 일반 국민만이 아니라 외국인 방문도 늘어났다. 관람객이 많아지면 관리 비용이 증가한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재원이 필요하다.
관람객 문제를 떠나 박물관이 유물이나 유산을 많이 확보하려면 당연히 재정이 넉넉해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 구입 예산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39억 8100만 원이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817억 원), 뉴욕 현대미술관(282억 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또 기획전을 열 때 해외에서 작품이나 유물을 가져와야 하는데 여기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 비용은 국고, 즉 한국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인들이 무료 관람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운영 예산은 800억 원이 넘지만 세입은 23억 원이다. 따라서 필요한 재원을 입장료로 확보해야 하는데,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만 받아도 관람객 500만 명 기준으로 최대 100억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유료화를 하면 관람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영국 미술 전문지 ‘아트 뉴스페이퍼’에 따르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관람객 수 1위,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4위인 것을 보면 유료화가 관람객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는 듯하다. 다만 입장료 부과 초기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입장료에 대해서는 여러 제안이 나온다. 유럽 일부 박물관처럼 특정 시간대만 입장료를 받거나 무료로 하자는 제안도 있다. 우선 입장이 가능한 티켓을 유료로 팔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유료 티켓에 굿즈 할인 혜택 등을 부여하거나 후원회원, 기부 이벤트도 이야기가 나온다. 이를테면 영국 국립박물관은 무료로 운영하지만 자율기부제와 회원제로 운영비를 충당한다. 대영박물관 회원은 연회비 74파운드(약 13만 9000원)부터 시작한다.
다만 해외 유명 박물관과 비교할 때 국립중앙박물관은 관람객 절대 다수가 한국인이기에 외국인 차등 적용이 적절한지는 좀 더 생각해볼 문제다. 모처럼 외국인들이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외국인들이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루브르박물관에 입장료를 더 내고도 방문하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 국립공원도 마찬가지다. 이런 명소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불멸의 브랜드 가치를 구축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 정도 브랜드 가치가 있을까. 아직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찐팬, 즉 코어 팬덤을 구축하는 것이다. 케이팝 음악과 아이돌을 사랑하는 팬들처럼 국중박 팬덤이 탄생하면 그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유료 입장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팬을 만들고 그들과의 관계를 심화해가는 것이 섣부른 유료화 정책보다 우선이다. 방문객 숫자에 집착하다가 지역 축제도 영화관도 위기를 맞았단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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