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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송파·성동-강남을 대체한 새로운 중심 축

두 자릿수 급등이 만든 '신(新) 고급 주거 축'…강남–잠실–문정·성수–왕십리로 이어지는 새로운 집중의 흐름

2025.12.01(Mon) 11:07:31

[비즈한국] 2025년 11월 24일 기준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년 말 대비 22.6%, 성동구는 22.3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상승률과 비교하면 두 자릿수 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치다. 강남구·서초구·과천 등 전통적 고가 지역보다도 높은 상승률이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년 말 대비 22.6%, 성동구는 22.34% 상승했다. 일러스트=생성형 AI


두 해 연속 계속된 이 현상을 단순한 지역적 호재나 일시적 과열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송파·성동의 가격 급등은 서울 주거 지형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신호이며, 향후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이 현상을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하면 정책도, 개인의 주거 전략도 방향을 잃게 된다.

 

#‘우연한 급등’이 아니라 ‘집중된 선택’의 결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여전히 과거 호황기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었다고 보기도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두 구(區)의 매매 가격만이 2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서울 전역을 검토한 끝에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확실한 선택”으로 송파·성동을 골랐다는 의미에 가깝다.

 

가격은 통계지만, 통계를 움직이는 것은 구체적인 가구와 기업, 투자자의 의사결정이다. 이들의 선택이 대체로 같은 방향을 향할 때 우리는 그것을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 변화’라 부른다. 현재 송파·성동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후자에 가깝다.

 

#공급 절벽과 ‘똘똘한 한 채’의 진화

 

이번 상승의 배경에는 먼저 서울 전체의 공급 부족이 있다. 2020년 이후 각종 규제, 인허가 지연, 공사비 급등 등의 영향으로 서울의 신규 분양과 착공 물량은 뚜렷이 줄었다. 2024년 이후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것은 통계가 이미 증명하고 있다.

 

공급 부족 국면에서 시장이 보이는 전형적인 반응은 “애매한 여러 채”보다 “확실한 한 채”를 선호하는 움직임이다. 즉, 대단지·역세권·학군지·생활 인프라가 검증된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다. 그동안 이러한 ‘똘똘한 한 채’의 대표는 강남·서초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가격 수준과 규제 강도가 누적되면서, 이들 지역은 상당수 실수요자에게 “이제는 접근이 불가능한 시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때 시장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강남에 들어갈 수 없다면, 강남과 같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이 질문에 대한 집단적인 답이 바로 송파와 성동이다. ‘똘똘한 한 채’의 지리적 범위가 강남역 인근에서 동쪽과 북쪽으로 확장된 셈이다.

 

#조정기 이후의 ‘2단계 회복’이 만들어 낸 20%대 상승

 

2022년 금리 급등기 동안 송파는 서울에서도 하락 폭이 컸던 지역 중 하나다. 잠실을 비롯한 주요 단지의 가격이 빠르게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2023년에 접어들며 상황은 반전됐다. 서울 다수 구가 마이너스 또는 보합에 머무를 때, 송파는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하며 가장 먼저 바닥을 확인한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성동 역시 2020~2021년 과열 이후 가격 조정을 거친 뒤, 2024년부터 다시 고급 주거지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하였다.

 

따라서 2024년의 상승은 주로 2022년 하락분을 회복하는 1단계 국면이라 볼 수 있다. 반면 2025년 전년 말 대비 20%가 넘는 상승은 그 위에 겹쳐진 “재평가의 2단계”에 해당한다. 이 구간에서의 가격 움직임은 단순히 ‘원위치 복귀’가 아니라 “이 정도 입지라면 이 정도 가격은 정당하다”는 새로운 기준이 시장에 심어지는 과정이다.

 

#송파구: 강남의 일상을 유지하면서 가격 부담을 낮춘 선택지

 

송파구의 급등을 설명하는 가장 큰 축은 대단지 클러스터와 잠실 재건축 기대이다. 잠실 엘스·리센츠·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헬리오시티 등은 이미 수도권 주거시장에서 상징적인 대단지로 자리 잡았다. 이들 단지가 위치한 잠실·가락·문정 일대는 학군, 대형 상권, 공원, 업무시설이 고르게 갖춰져 있는 흔치 않은 생활권이다.

 

2호선을 통해 강남역, 선릉역, 삼성역으로의 접근성이 우수하고 롯데월드타워·잠실운동장·석촌호수 일대 상권이 형성돼 있으며 문정 법조타운과 가락시장, 위례신도시와의 연계도 가능하다.

 

즉, “강남으로 출근하면서, 강남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이 송파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여전히 강남·서초보다는 한 단계 낮다. 실수요자의 입장에서 “감당 가능한 상한선”과 “강남 생활권 유지”라는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곳이 송파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잠실 한강변 구축 대단지의 재건축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잠실주공5단지, 장미, 미성·진주 등은 용도지역 상향과 고밀도 개발을 전제로 한 대형 프로젝트로 논의되고 있다. 이들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잠실 일대는 기존의 ‘강남의 침실도시’를 넘어 국제업무·컨벤션·주거가 결합된 동남권 핵심축으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2025년의 가격으로 미리 반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미래 기대가치다.

 

#성동구: 공장지대에서 한강 북부의 신흥 부촌으로

 

성동구의 변화는 더욱 상징적이다. 과거 준공업 지역과 노후 주거지가 뒤섞였던 성동은 서울숲 개발과 함께 완전히 다른 얼굴을 갖게 됐다. 갤러리아 포레, 트리마제, 서울숲리버뷰자이 등 고급 단지가 성수동·서울숲 일대를 대표하는 풍경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곳의 주거 수요는 단순한 소득 상위층에 그치지 않는다. IT·콘텐츠·스타트업 업종의 고소득 30·40대, 프리랜서, 창업가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이들은 ‘한강 조망권’이나 ‘상품성’을 넘어, 카페·편집숍·갤러리·공유 오피스가 어우러진 거리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시 말해 성동은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를 넘어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가 된 것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준공업 재개발 사업은 이러한 변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노후 공장지와 다세대 밀집 지역이 고밀 복합도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토지와 입주권, 신축 아파트의 가치가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정비 가능한 지역은 이미 많지 않다. 시장이 성동을 “서울에 남은 몇 안 되는 대형 성장 엔진”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교통 여건 역시 성동의 상승을 뒷받침한다. 왕십리·한양대·응봉·옥수·금호 일대를 중심으로 2·5호선, 분당선, 경의중앙선이 교차하며, 차량으로는 한남대교·동호대교·성수대교를 통해 강남·도심 어느 쪽으로도 접근이 용이하다. 실제 근무지는 강남, 생활권은 도심과 한강 북부에 두려는 계층에게 성동은 매우 효율적인 선택지다.

 

#“새로운 강남 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송파와 성동의 급등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강남을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사람들이 강남을 확장시켜 새로운 강남 축을 만들어 냈다.” 강남·서초가 기존의 중심이라면, 이제 서울의 고급 주거 축은 강남–잠실–문정–위례로 이어지는 동남권 축, 그리고 한남–옥수–성수–왕십리로 이어지는 한강 북부 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두 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서울의 자본과 인구, 라이프스타일이 집중되고 있으며, 2025년 통계는 그 현실을 숫자로 보여 주었을 뿐이다.

 

정책 당국은 이 흐름을 ‘억제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서울 전체의 균형 발전과 주거 안정이라는 틀 속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보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개인은 이 흐름을 ‘투기 광풍’으로만 치부하기보다, 자신의 생애 주기와 자산 구조 속에서 어떤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항상 과거를 후회하게 만들고, 현재를 불안하게 만들며, 미래를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도시의 중심축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송파와 성동이 보여 준 20%대 상승률은 그 축이 지금 어디를 통과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가리키는, 꽤 설득력 있는 표지판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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