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라이프

[우주먼지의 별 헤는 밤] 우주가 닫혔다가 평탄했다가…달라진다?

우주의 곡률 둘러싼 논쟁…망원경 성능과 종류 따라 관측 결과 차이

2026.07.01(Wed) 14:45:55

[비즈한국] “For the brave sky-travellers, maps of the celestial bodies(용감한 하늘 여행자들을 위해 천체의 지도를 그려야 한다).” 

 

1610년 천문학자 갈릴레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케플러는 이렇게 말했다. 케플러는 먼 훗날 언젠가 별과 별 사이를 항해하는 배와 돛이 만들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날이 오기 전에 미리 달과 목성의 지도를 준비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케플러는 자신과 갈릴레오가 밤하늘을 연구하는 것이 단순히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것을 넘어, 더 광활한 인류의 미래를 위한 지도를 그리는 일이라고 여겼다. 

 

이제 우린 지구도 태양계도 아닌 우주 전체의 지도를 그린다. 그 안에 셀 수 없이 많은 은하가 채워져 있다. 그리고 매번 새로 그려지는 지도는 우리에게 전혀 생각지 못한 낯선 발견으로 이끈다. 

 

오래전 인류는 지구가 평평한 세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구는 거대한 공 모양이다. 그래서 지구를 지도로 그릴 때 항상 귀찮은 문제가 생긴다. 곡률이 있는 지구를 평평한 종이 위에 그리려다 보면 항상 의도치 않은 왜곡이 생기기 때문이다. 

 

 

재밌게도 곡률은 지구뿐 아니라 우주 전체에서도 골치 아픈 문제다. 일단 우주 시공간에서 말하는 ‘곡률’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곡률은 우주의 기하학을 말한다. 우주의 기하학은 우주의 모양과는 다른 개념이다. 우주의 모양은 우주가 전체적으로 공 모양인지, 도넛 모양인지, 똥 모양인지를 말한다. 우주의 모양은 정말 오만가지를  상상할 수 있다. 우주를 우주 바깥에서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봤을 때 그 모양이 어떨지를 말할 뿐이다. 하지만 천체물리학적으로 더 의미가 있는 건 우주의 모양이 아니라 기하학이다. 오만가지를 상상할 수 있는 우주의 모양과 달리 우주의 기하학은 딱 세 가지만 가능하다. 평탄하거나, 닫혀 있거나, 열려 있거나. 

 

시공간의 곡률을 판단할 때는 평행선을 그리면 된다. 평탄한 우주에서 평행선은 영원히 나란하다. 절대 서로 만나지 못한다. 닫힌 우주에서는 결국 평행선이 교차하고, 열린 우주에서는 점점 두 평행선 사이 간격이 벌어진다. 마찬가지로 우리 우주의 곡률이 어떤지 알고 싶다면 우주 공간에 끝없이 나란하게 이어지는 평행선을 그려보면 된다. 가장 좋은 도구는 빛이다. 빛은 항상 곧게 날아간다. 빛의 경로가 휘어지는 건 그 빛이 날아가는 공간 자체가 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주 공간에 빛이 날아가는 경로를 따라가면, 우주의 곡률이 얼마나 휘어졌는지, 우주가 얼마나 평탄한지를 알 수 있다. 

 

우주가 아주아주 살짝 곡률이 있다면, 평행선을 고작 몇 km를 그려서는 곡률을 알기 어렵다. 한참을 더 그려야 정말 그 평행선이 언젠가 만나는지, 아니면 영원히 닿지 않는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도 아주 오랫동안 가장 긴 거리를 날아온 빛 줄기를 따라가야 한다. 가장 좋은 빛이 있다. 사실상 빅뱅 직후 우주에 태초의 빛이 퍼지기 시작한 이래로 줄곧 날아온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멀리서 날아온 빛, 우주배경복사(CMB)다. 

 

이 빛은 빅뱅 직후 아주 뜨겁고 밀도가 높던 우주가 팽창하면서 충분히 식고 맑게 갰을 때 퍼지기 시작한 태초의 빛이다. 빅뱅 이후 38만 년 정도가 흘렀을 때, 우주의 온도가 3000도 밑으로 식어가던 순간, 태초의 빛줄기가 초기 우주의 바글바글했던 원시 입자의 스프를 비집고 퍼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열기가 고르게 식었고, 우주 전역에 낮게 깔린 미미한 온도로 퍼지게 되었다. 

 

이 빛은 하늘의 모든 방향에서 날아온다. 우주의 모든 곳에서 동시에 방출되었고, 동시에 퍼졌다. 그래서 얼핏 보면 우주배경복사는 완벽할 정도로 균일하게 보인다. 절대온도 2.7K의 아주 미미한 온도가 정말 매끈매끈하게 분포한다. 2000년대까지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빅뱅의 잔열을 찍기 위해 우주망원경이 직접 우주로 올라가 관측하면서, 마냥 매끈해 보였던 우주 배경 복사 안에도 아주 미세하게 울퉁불퉁한 요동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요동의 스케일은 정말 작다. 10만 분의 1도 수준밖에 안 된다. 그 작은 요동은 우주배경복사의 지도에서 크고 작은 얼룩으로 드러난다. 

 

빅뱅 직후 퍼지기 시작한 태초의 빛은 38만 년 정도가 흘렀을 때 우주 모든 곳에 퍼졌으나 미세한 온도 차이가 있다.

 

우주의 곡률에 따라 우주배경복사의 얼룩 크기가 달라진다. 우주가 평탄하다면 우주 끝자락에서 출발한 빛줄기는 138억 년 내내 계속 나란하게 날아오며, 우주배경복사의 얼룩 크기도 변하지 않는다. 만약 닫힌 우주라면, 빛줄기는 결국 수렴해서 만나게 된다. 우리는 그 빛을 거꾸로 외삽해서 인식하기 때문에 얼룩이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게 된다. 반대로 열린 우주라면, 나란했던 두 빛줄기는 점점 더 멀어진다. 마찬가지로 우린 그 빛을 거꾸로 외삽해서 보기 때문에, 우주배경복사의 얼룩이 더 작은 것처럼 보게 된다. 이 원리를 활용하면 우주배경복사의 얼룩 분포를 통해 우주의 곡률이 평탄한지, 열려 있는지, 닫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2000년대 우주에 올라간 WMAP을 시작으로, 우주배경복사는 우주가 사실상 평탄하다는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9년 내내 관측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우주배경복사의 지도는 우주가 평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2009년 뒤이어 올라간 플랑크 위성이 우주의 곡률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플랑크 위성은 WMAP과 비교했을 때 해상도가 거의 세 배나 더 높다. 훨씬 작은 스케일의 요동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더 예민한 눈으로 우주배경복사의 지도를 그리다보니, 과거에는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던 세밀한 효과들도 신경 쓸 필요가 있게 되었다. 

 

플랑크 우주 망원경이 그린 우주배경복사의 지도에는 예상보다 더 많은 중력 렌즈의 흔적이 나타났다.


우주 곳곳에 있는 육중한 은하단도 주변 시공간을 휘게 한다. 우주 끝에서 출발한 우주배경복사의 빛이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동안 크고 작은 은하단을 지나면서 빛의 경로가 휘어진다. 은하단에 의한 지엽적인 중력 렌즈 효과가 발생한다. 물론 이 효과는 우주 전체의 시공간 효과에 비교하면 매우 작다. 하지만 플랑크 수준의 예민한 눈이라면, 충분히 그 효과를 잡아낼 수 있다. 당황스럽게도 플랑크가 그린 우주배경복사의 지도에는 예상보다 더 많은 중력 렌즈의 흔적이 나타났다. 마냥 평탄할 거라 생각했던 우주 곳곳에 뜻밖에 왜곡된 시공간의 흔적이 많았다. 이것을 플랑크의 렌즈 이상(Planck lensing anomaly)이라고 한다. 

 

심지어 일부 천문학자들은 이것이 어쩌면 실제 우주가 완벽히 평탄하지 않다는 증거일지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 사실 우주가 미세하게 닫힌 우주이기 때문일 수 있다. 물론 여전히 다른 관측들, 우주 전역 은하들의 공간 분포 지도를 그리는 DESI, SDSS와 같은 관측에서는 우주가 마냥 평탄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주가 정말 평탄한지, 닫혀 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어쩌면 우주는 평탄하지만 단지 중력 렌즈를 만드는 은하단의 수가 예상보다 더 많았을 뿐일지도 모른다. 

 

최근 지상의 거대 전파망원경을 활용해 6년 내내 우주 전역의 우주배경 복사 지도를 완성한 새로운 결과가 나왔다. 칠레에 있는 아타카마 우주론 망원경(Atacama Cosmology Telescope, ACT)을 활용했다. 해발 5000미터에 홀로 서 있는 이 망원경을 통해 우주배경복사 빛의 편광을 정밀하게 관측했다. 플랑크와 비교해도 무려 세 배나 더 깨끗하게 관측이 가능했다. 편광은 빛의 파동이 어떤 방향으로 진동하는지를 알려준다. 우주의 곡률은 우주배경복사 빛의 편광에도 흔적을 남긴다. 은하단의 중력 렌즈는 빛의 경로를 휘게 할 뿐 아니라 그 빛의 진동 방향도 비틀어 버린다. 그 비틀린 정도를 관측하면 우주 전역에 중력 렌즈가 얼마나 빈번한지,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다. 이 효과를 빼주면 우주 자체 곡률의 효과만 남길 수 있다.

 

칠레에 있는 아타카마 우주론 망원경(사진)을 활용한 우주배경복사 관측 결과는 깨끗했다.

 

ACT의 새로운 관측은 우주가 거의 완벽하게 평탄하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플랑크가 발견한, 우주에 더 많아 보였던 중력 렌즈의 흔적이 모두 깔끔하게 사라졌다. 플랑크의 눈에는 좀 더 닫힌 곡률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우주가, ACT의 눈에는 완벽하게 평탄한 우주처럼 보인다. 오래전 지구가 평평한지 둥근지, 대체 지구의 지도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를 두고 고민했던 인류는 여전히 지금까지도 우주가 평탄한지, 둥근지를 고민하며 아직 다 채우지 못한 우주의 지도를 펼쳐놓고 있다. 

 

우주의 곡률, 우주의 기하를 두고 벌어지는 이 뜻밖의 논쟁을 천문학에서는 우주의 곡률 긴장(curvature tension)이라고도 부른다. 천문학에는 다양한 논쟁이 있다. 허블 텐션, 암흑에너지 텐션 등…. 곡률 텐션도 그 중 하나다. 다른 텐션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분명 하나의 우주에 살고 있지만, 관측 방식과 도구에 따라 우주는 살짝 닫힌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완벽하리만큼 평탄하게 보이기도 한다. 둘 중 어느 한쪽이 의도치 않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다만 여기에서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이 있다. ACT는 어쨌든 지상 망원경이다. 지상의 고정된 한 포인트에서 볼 수 있는 하늘의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최대한 훑어보더라도 ACT는 남반구를 중심으로, 하늘 전체 면적의 40%까지만 볼 수 있다. 반면 플랑크는 우주로 올라간 망원경이다. 그래서 계속 자세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그릴 수 있다. 

 

그렇다면 더 극적인 상상도 할 수 있다. 마침 ACT가 겨냥한 남반구 하늘에서만 우주의 곡률이 평탄했을 뿐, 우주 전체를 보면 닫힌 곡률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건 우주가 평탄할 뿐 아니라 모든 방향에서 모습이 같다고 이야기하는, 우주의 등방성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 될 수도 있다. 우주의 어느 방향을 보는지에 따라 우주 거대 구조의 분포와 모양뿐 아니라, 우주의 기하학 자체도 달라질 수 있다는 더 충격적인 말이 되기 때문이다. 

 

지도의 역할은 단순히 우리가 사는 세상 풍경을 쉽게 구경하게 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결국 지도를 그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1475-7516/2025/11/063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1475-7516/2025/11/061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천문학자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인터뷰] 고병철 포스텍홀딩스 대표 "출신보다 중요한 건 기술적 차별성"
· 애슬레저 1세대 뮬라 회생 절차 폐지…파산 기로
· [우주먼지의 별 헤는 밤] 외계 문명은 이미 다 사라졌다?!
· [우주먼지의 별 헤는 밤] 나도 명왕성 사랑해, 근데 '행성 복권'은 아니지
· [우주먼지의 별 헤는 밤] 외계 혜성에서 발견한 물 분자의 비밀
· [우주먼지의 별 헤는 밤] 괴짜 덕후가 세운 우주선 회사 '로켓랩'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