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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약인데 미적미적…이재명 정부, KTX-SRT 통합 진행할까

대통령 취임 후 통합 간담회 진행했지만 코레일 노조 불참…SR은 통합에 반대

2025.09.24(Wed) 10:26:23

[비즈한국] 최근 KTX와 SRT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KTX 운영사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내부에서는 중복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KTX와 SRT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SRT 운영사 SR은 전반적으로 통합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최근 KTX-SRT 통합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통합에 찬성하는 분위기라 통합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 강남구 SR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국내 고속철도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와 SR이 운영하는 SRT로 양분돼 있다. 2000년대까지는 KTX가 국내 고속철도를 독점했지만 SRT가 2016년 정식 개통하면서 고속철도 시장이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코레일 내부에서는 KTX-SRT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레일 직원 위주로 구성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9월 들어 서울역, 대전역, 광주송정역, 부산역, 영주역 등 국내 주요 역사에서 차례로 KTX-SRT 통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철도노조는 KTX와 SRT가 통합하면 △운행 편 확대 △중복비용 절감 △요금 인하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SRT가 소위 ‘알짜 노선’을 독점하고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뒷말도 나온다. 코레일은 지난해 73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반면 SR은 지난해 37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철도노조는 과거에도 KTX-SRT 통합을 수차례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 때는 통합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는 정치적인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뒷말이 나온다. SRT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도한 사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철도 민영화’ 차원에서 SRT를 출범시켰는데, 당시 야당은 SRT 출범을 거세게 반대했다. 이후로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SRT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고, 국민의힘에서는 대체로 SRT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공교롭게도 SR 내부에는 국민의힘과 연관이 깊은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 심영주 SR 부사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박진이 SR 상임감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경호처 이사관으로 재직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KTX-SRT 통합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실 KTX-SRT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소셜미디어(SNS)에 “KTX-SRT를 통합해 지역 차별을 없애고 요금 할인 등 공공성을 높이겠다”고 전했다. 2025년 대선 공약집에서도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으로 운행횟수 증차 등 국민편의 확대·안전성 강화”라는 내용을 언급했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KTX-SRT 통합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8월 KTX-SRT 통합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철도노조는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철도노조는 “간담회에 참여한 외부 위원 명단을 보면 과연 국토부 관료들이 대통령 공약을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쟁을 옹호하고 통합을 반대하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라 철도노조는 안타깝게도 불참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국회의원 298석 중 과반 이상인 166석을 차지하고 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의 의원을 모두 합치면 184석에 달한다. 무소속 의원인 김종민 의원, 우원식 의원(국회의장), 이춘석 의원, 최혁진 의원 등 4명도 더불어민주당 출신이거나 범여권 성향으로 평가 받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준다면 이 대통령의 정책도 보다 쉽게 진행될 수 있다.

 

KTX 열차가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문제는 SR이 통합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거대 여당이라 해도 당사자인 SR의 의견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철도노조의 언급대로 중복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SR 직원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공기업인 SR 직원을 이유 없이 해고할 수도 없다.

 

SR은 그간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을 자제해왔다. 그러다 9월 17일 이례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SR은 “SRT는 기존 고속열차 대비 10% 저렴하고, 다양한 할인으로 개통 이후 현재까지 국민 교통비 8800여억 원을 절감했다”며 “SRT 운행으로 다른 철도 운영사도 마일리지 제도를 부활하는 등 철도 전반에 고객을 유치하려는 선순환이 생겼고, 이를 통해 국민의 고속철도 교통비를 절감했다”고 전했다. SR은 이어 “SRT를 포함한 고속철도 전체 여객서비스 수준은 2016년 84.9점에서 2022년 92.2점으로 해마다 향상됐다”며 “SR은 ‘공급자 독점의 철도’가 ‘국민을 위한 철도’로 탈바꿈하는데 매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재명 정부가 KTX-SRT 통합을 급하게 진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신 일부 서비스를 우선 통합해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인 7월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KTX-SRT 교차 운행 등 서비스 통합 시범사업을 거쳐 이원화 된 철도 운영 체제를 평가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교차 운행이 아닌 당장의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성명을 통해 “말장난을 그치고 지체 없이 고속철도 운영사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며 “지금의 불합리한 경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낭비해도 되는 사회적 자원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KTX-SRT 통합이 지연되면 그만큼 철도노조의 비판이 따라붙을 수 있다. 이재명 정부로서는 KTX-SRT 통합을 하면 SR 임직원의 비판을, 통합을 하지 않거나 지연시키면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는 조만간 KTX-SRT 통합 관련 2차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여러 이해 관계자에게 쟁점 사항을 정리해오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간담회에서는 통합 관련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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