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CJ올리브영이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중국과 미국에서 사업을 전개했다가 철수한 경험이 있지만, 최근 K뷰티 성장 흐름을 발판으로 재도전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 진출이 단순한 해외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업가치 제고 이후 CJ와의 합병을 염두에 둔 전략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K뷰티 타고 8년 만에 미국 시장 재도전
CJ올리브영이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첫 매장을 열고 현지 오프라인 사업을 본격화한다. 1호 매장을 시작으로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 토런스 델 아모 패션센터 등 주요 상권에 추가 출점해 미국 내에 총 4개 점포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올리브영의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은 2010년 시작됐다. 서울 명동중앙점 개점을 계기로 해외 진출 의지를 공식화했고, 해당 매장을 외국인 수요를 점검하는 테스트베드이자 글로벌 진출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2013년 중국에 진출해 매장을 10개까지 확대했지만, 사드 사태 등 대외 환경 악화로 사업이 흔들리며 2020년 직영점을 전면 철수했다. 미국 역시 2018년 뉴욕 법인 설립을 통해 진출을 시도했지만, 매장을 확대하지 못한 채 철수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올리브영이 미국 재진출을 결정한 배경에는 K뷰티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K뷰티 열풍 속에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 코스’로 자리 잡았고,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의 지난해 외국인 매출은 1조 10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며, 전체 오프라인 매출에서 외국인 결제 비중도 약 28%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과거 미국 법인은 2019년 올리브네트웍스와 인적분할 하면서 정리하게 됐다”며 “이번 미국 진출은 K뷰티 브랜드가 CJ올리브영과 함께 세계 최대 뷰티 시장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공동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산업적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스톡옵션 취소·미국 법인 설립, 합병설 확산
미국 시장 진출을 두고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린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2월 올리브영은 임직원에게 부여했던 스톡옵션을 전량 취소했다. 통상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기업이 스톡옵션을 취소한 것은 상장 추진 동력이 약화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함께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올리브영은 2025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사업 확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CJ와 합병을 추진하려는 중장기 전략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올리브영은 2022년 IPO를 추진했으나 시장 상황 악화로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이후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며 상장 가능성이 재차 거론됐으나, 정부가 대기업 계열사의 중복 상장에 대한 규제 기조를 강화하면서 IPO 추진 여건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이러한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상장보다는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재편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관련 작업이 내년을 전후로 본격화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한다.
합병 작업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 재편과 맞물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올리브영의 지분 구조를 보면 CJ가 51.1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그룹장이 11.04%, 장녀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4.2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합병이 돼 주식이 교환될 경우, 이 그룹장은 별도의 현금 투입 없이 CJ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합병이 오너 일가 지배력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자사주 역시 지배력 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리브영이 보유한 약 22.6%의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이에 따라 이 그룹장의 지분율도 현재 11.04%에서 14%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미국 시장 성과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낼 경우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합병 시 올리브영 주주가 받게 될 CJ 지분 규모도 확대된다. 결국 글로벌 성과와 기업가치 상승이 지주사 지분 확보로 이어져, 이 그룹장의 지배력 강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K뷰티 인기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 있는 반면, 세포라(Sephora), 얼타 뷰티(Ulta Beauty) 등 현지 시장 사업자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단기간 내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올리브영 미국 매장은 MD 큐레이션 역량과 매장 운영 노하우를 집약한 K뷰티 쇼케이스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현재 400여 개 K뷰티 브랜드를 비롯해 글로벌 브랜드와도 협의 중이며, 향후 다양한 뷰티·웰니스 카테고리 상품을 폭넓게 추가로 입점시킬 방침”이라고 전했다. 합병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검토된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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