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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파묘, 케데헌, 운명전쟁49…K무속 주목받는 이유

심리적 위안, 트렌디한 캐릭터 등에 '관심'…과학적, 합리적 견해 병행해 '선순환' 만들어야

2026.04.02(Thu) 10:37:46

[비즈한국] 영화 ‘파묘’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에 힘입어 주목받은 예능 ‘운명전쟁49’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K무속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듯싶었다. 굿판이나 무복, 저승사자와 같은 캐릭터나 패션, 도구들에 대한 주목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일 것이다. 특히 K무속은 젊은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왜 그런지는 청년 심리학 관점에서 우선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청소년 시기에는 외부 세계를 탐색, 체험하면서 세계관과 가치관을 형성해간다. 독립적인 주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단 현실 세계를 달리 보거나 부정하기도 하고 다른 세계를 꿈꾸기도 한다. 즉 자신이 마주한 현실의 다른 측면을 탐색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것을 대변하는 장르가 오컬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컬트물을 통해 비과학적이거나 비합리적인 또 다른 세계를 접하려 한다. 그 세계는 귀신이나 악령, 크리처 같은 존재가 있는 곳이다. 

 

K무속으로 주목받은 예능 ‘운명전쟁49’. 사진=디즈니플러스


유물론을 따르는 북한이나 중국 같은 사회주의권에서는 이러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없고 향유되지도 못한다. 또 일본은 무속보다 요괴 문화가 더 강하다. 대체적으로 서양의 오컬트물은 이분법적인 구도여서, 악령을 물리치거나 악귀를 퇴마하고 이질적인 존재들을 파괴하는 내용이 주요 얼개를 이룬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과 악이라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필요하다. 나는 옳고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은 매우 원초적이다. 반면 우리 무속은 상대적인 관점을 반영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러한 점에서 호응이 뜨거웠다. 누구나 악한 존재가 될 수 있고, 악한 존재가 선한 존재가 될 수 있다. 

 

한국의 무속은 영혼의 관점에서 보면 망자의 한을 풀어주는 좋은 기능이 있다. 망자들은 대개 약자의 처지로 억울한 사연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핵심 콘셉트로 삼아, 살아남은 이들의 마음의 짐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을 해치는 원귀가 알고 보니 아픈 사연이 있었다는 식이다. 권선징악도 사회적 치유라는 선한 여운을 준다. 이는 빙의나 굿이라는 양식을 통해서 대개 통용되었다. 진짜 해소됐느냐와 상관없이 심리적인 치유 효과가 발생할 수는 있기에 계속 이어진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무속은 운명에 종속되거나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인간 의지에 따라 대응할 수 있고 나름의 희망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특징이다. 사주를 보면 본래 타고난 운은 이렇지만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해준다. 운명을 알고 수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응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주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나를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대화를 하므로 심리적인 위안도 얻을 수 있다. 정서적인 친밀성이나 상호 소통이 있기에 인간적이다. 

 

더구나 무속 콘텐츠의 캐릭터들이 매우 젊거나 트렌디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이 반드시 무속의 현대화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낡은 것이 아니라 동시대적인 감수성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해외에서는 한국의 무속을 볼 때 오리엔탈리즘 관점을 투영하는 것이 사실이다. 뭔가 동양적인 신비로움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런 신비로움에 갇힐 때 탈진실 시대의 역풍이 불 수 있다. 진실이 아닐 경우에는 결국 불신의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다. 무속인들에게 영역 밖을 요구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법의학자나 과학자,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무속인에게 요구하면 그들의 장점과 가능성을 가로막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따라서 해외 프로그램처럼 우리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주장이나 견해를 병행해야 한다. 더구나 특정 미션을 두고 경쟁을 시키는 것은 오버 액션을 낳을 수 있다. K무속의 장점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선순환하는 것이 우선 필요해 보인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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